전체적으로 좋지 않았다. 한국동물약품협회 집계에 따르면, 올 3분기까지 동물약품 판매액은 3천741억원으로 전년동기 4천107억원보다 8.9% 빠졌다. 백신류를 포함해 대다수 품목들이 하락했다.
처방제 시행 원년…관망 속 비처방 품목 수요 쏠림
동약 종합지원사업 본격화…자금난 업계 ‘숨통’
우여곡절 끝 한국형 FMD백신 물꼬…소분 생산
그 이유는 우선 돈가 등 축산물가격 하락을 꼽을 수 있다.
질병감소도 한 요인으로 판단된다. FMD, 고병원성AI 등 악성전염병은 물론, (연말 PED가 극성을 부리는 했지만) 각종 소모성 질병도 올해는 별탈없이 조용히 흘러갔다. 자연스럽게 동물약품 판매량이 줄었다. 배합사료용 항생제 사용금지 여파, 수의사처방제 시행 등 제도적인 면도 동물약품 산업에는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만, 올해 동물약품 수출은 기대만큼은 아니지만, 성장세를 이어갔다. 3분기까지 수출실적을 집계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 921억원보다 12% 증가한 1천33억원을 찍었다.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도 올해 동물약품은 유난히 사회적 이슈에 많이 등장했다.
그 중심에는 단연 수의사처방제가 있다. 수의사처방제는 수년간의 준비 끝에 올 8월 2일 드디어 첫 얼굴을 내밀었다.
처방제 실시에 따라 일단은 지켜보자는 심리가 커, 동물약품 사용을 움츠러들게 했다.
예상했던 바 이지만, 처방대상 품목은 매출감소를 피해가지 못했다. 농장에서는 처방비(1년간 면제)와 왕진료 부담에 수의사 부르기를 꺼렸다. 대신 처방전이 필요없는 비처방 품목으로 눈을 돌렸다.
처방제 실시에 따른 유통망 변화에서는 동물약국이 급부상했다.
과거 동물약품 유통망에서 변방이라고 할 수 있는 동물약국이 처방제 시행 이후 “동물약국은 처방제 없이 판매할 수 있다(주사용 항생제, 주사용 백신 제외)”라는 빈틈을 비집고, 확 치고 올라왔다.
도시내 약국에서는 동물약품 취급을 늘렸고, 농촌지역 약국에서도 동물약품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올해 첫 시행된 동물약품 종합지원 사업도 동물약품 업체들에게는 큰 관심사가 됐다.
이 사업은 동물약품 업체들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됐고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물약품 업체들에게 숨통을 트게 해주었다.
지원사업이 제시하는 3년 거치 7년 균분상환, 연 3% 금리는 그동안 공장신축과 시설 개보수에 머뭇거렸던 업체들에게 결단을 내리는 계기가 됐다.
우수 제조시설(GMP) 신축의 경우 주사제와 백신 시설 각각 2개소를 사업내역으로 뒀다. 이글벳과 동방이 주사제 시설에 신청, 정부 자금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백신시설 신축에서는 씨티씨바이오 1개사만 참여했고, 1개소는 결국 미달사업 내역으로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시장 개척자금은 한창 성장세에 들어선 수출에 탄력을 붙여줬다. 당장 성과를 장담할 수는 없지만, 미래에는 가능성이 있는 시장에 노크할 수 있게 했다.
제품 면에서 올해 핵심키워드는 FMD백신의 국내생산이다.
우여곡절 끝에 국내에서 생산한 FMD백신이 올해 4월부터 공급에 들어갔다. 국내 5개 백신메이커들은 SVC라는 컨소시엄을 만들고, 이를 통해 FMD백신 원료조달부터 생산, 공급 업무를 진행했다.
초창기 어려움도 있었지만, 큰 무리없이 잘하고 있다는 평가다.
국내생산 FMD백신은 기존 수입완제품(메리알사)과 똑 같은 효능과 안전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10두분 포장 등 한국형으로 제조한 것이 특징이다. 가격은 기존 수입완제품과 동일한 수준으로 맞췄다.
국내 5개 메이커들은 올해 FMD생산으로만 각각 50억원씩 이상은 매출을 올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소분생산이라도 하지 않았으면 그냥 외국으로 새 나갔을 국부를 어느정도 국내이익으로 챙겼다는 의미도 크다.
시장상황을 들여다보면 양돈 동물약품의 경우 PRRS백신이 눈길을 끈다.
히프라, MSD는 유럽형 생독 PRRS백신 허가를 마쳤고, 곧 출시할 계획이다. 조에티스는 북미형 생독 PRRS 백신허가를 준비하고 있다.
이미 품목허가를 받은 녹십자수의약품을 비롯한 국내 업체들은 한국맞춤형 사독 PRRS백신에 포커스를 두고, 다국적기업 아성에 도전장을 던질 기세다.
써코바이러스 백신 시장은 관납 등이 활성화되며, 여전히 백신 빅매치 시장으로서 위세를 떨쳤다.
연말 PED 파동은 국내 동물약품 업체들에게 매출액을 조금이라도 만회할 기회가 됐다. 백신은 물론 치료제, 면역증강제 등이 제법 팔려나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양계 동물약품 시장 역시 큰 파고없이 잔잔했다.
뉴캣슬병(ND), IB(닭전염성기관지염), 가금티푸스, 뉴모바이러스 감염증, 아데노바이러스 감염증, 코라이자 등 닭질병을 두고 많은 동물약품들이 주도권 경합을 벌였다.
특히 중국형 IB에 대한 대책마련이 핵심과제로 떠올랐다. 내년에는 IB·ND 혼합백신이 관납으로 새롭게 합류, 시장에 탄력을 붙여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올해 유난히 길었던 장마와 폭염, 그리고 살인진드기 공포는 고온스트레스 완화제, 곰팡이 제제, 살충제 시장 등 특정 계절상품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어줬다.
항생제대체제 시장에서는 박테리오파지 등 작용기전을 확인할 수 있는 품목이 사료업체들로부터 각광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