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FMD 발병 당시 ‘반짝수요’ 뒤
오랜기간 매출 하락 후폭풍에 고전
축산경기 위축· 출혈경쟁 등 반작용
이번 고병원성 AI와 같이 악성가축질병이 발생하면, 소독제 시장은 활기를 띠기 마련이다.
농장, 도로, 하천에는 새하얀 소독제가 도배를 하고, 각종 축산모임 역시 혹시 모를 전파에 대비해 소독제가 잔뜩 뿌려진다. 당연히 소독제 주문량은 늘어나고, 조용하던 소독제 생산라인은 갑자기 분주해 진다.
그렇다고, 악성가축질병이 소독제 시장의 호재라고 단정하면 커다란 오산이다. 오히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악영향을 준다.
방역근로자 고생, 축산농가 애통한 심정 등 감성적인 부문을 떠나서도 그렇다. 매출액에 별로 도움될 게 없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소독제 매출액이 크게 증가한다. 하지만 그 때 뿐이다.
지난 FMD를 돌이켜보면, 당시 소독제 판매량은 예년보다 3~4배 급증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급추락, 예년 평균치를 훨씬 밑도는 규모를 그려냈다.
여기에는 지자체들이 비축해 놓으려고 소독제를 쌓아둔 원인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가축수 감소, 축산경기 불황 등 FMD 후폭풍 영향이 컸다.
더큰 상처는 소독제 시장에 대한 참여업체 수 증가다. 전문업체 10여개 중심으로 흘렀던 소독제 시장에 20~30개 업체가 적극적으로 합류해 출혈경쟁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다.
이번 고병원성 AI에서도 이러한 양상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지난 FMD와 비교해 업체당 판매량이 현저하게 감소한 것이다. 이는 소독제 전체 판매량이 줄어들었을 수도 있겠지만, 업체 수 증가에 따라 나눠먹기가 된 것도 이유가 된다.
그래서 소독제 업체들은 커다란 악성가축질병 없이 소독제 시장이 흘렀으면 하는 바람을 전한다.
한 관계자는 “새우잠을 자고, 먹을 것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초소근무자들이 너무 안쓰럽다. 애써 키운 가축을 땅에 묻는 농장주는 차마 볼 수 없다”라며 하루빨리 고병원성 AI가 종식됐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