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진흥회가 수급안정방안을 놓고 진행한 공방이 연간총량제의 한시적 유보라는 결정으로 일단락됐다.
논의 결과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어렵게 만들어낸 연간총량제를 이렇게 허무하게 내준 것이 안타깝다는 평가와 현실적으로 낙농가들을 보호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했다는 평가로 나뉜다.
유대체불 사태를 막아야 한다는 퇴로 없는 목표아래 진행된 감축방안에서 합의점을 찾는다는 것은 애초부터 쉽지 않아보였다. 책임론과 형평성이라는 좁혀지지 않는 거리는 지켜보는 이들도 힘들게 했다. 논의를 진행한 이사들의 고민 또한 그 어느 때보다 깊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당초 연간총량제는 낙농가들이 어떤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지키려 할 것이라 예상됐다. 때문에 왜 연간총량제 유보를 결정하게 됐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낙농진흥회의 결정은 단순히 낙농진흥회 만의 결정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대다수의 일반유업체가 낙농진흥회의 결정을 따르고 있다. 쿼터 추가 삭감은 곧 일반유업체 농가들에게도 그 여파가 미치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 분명 배경에 있었을 것이다.
실제 지난달 29일 열린 이사회에서 생산자 측이 연간총량제 유보안을 내놓자 유업체 대표들인 수요자측은 장시간 정회를 요청하면서 무척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대다수 유업체들은 연간총량제를 시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 부분이 가장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내년도 원유수급조절 예산확보가 불투명한 상황에 무리해서 연간총량제를 지키려 한다면 더 큰 것을 잃을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했을 것이다.
각종 감산대책으로 인해 현재 원유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도 분명히 고려됐을 것이다. 감산대책으로 인한 효과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크게 나타날 것이고, 단서조항에 따라 적정시기에 연간총량제를 다시 시행시키면 된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생산자 측에서는 내부적으로 매우 강도 높은 보안을 유지하면서 협상의 타결 시점을 준비해왔고, 그 결과를 만들어냈다. 깊은 고민의 흔적이 묻어나는 만큼 협상을 진행한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결과에 대한 아쉬움도 없지 않겠지만 지금은 뒤를 돌아볼 때가 아니다. 당장 제도적인 정비를 서둘러야 하고, 내년도 수급상황에 대한 대비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국내산 우유소비활성화를 위한 학교우유급식문제나 K-MILK확대 방안, 중장년층 대상 우유소비 확대방안 등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해야 한다.
무엇보다 원유생산 감축방안을 놓고 이렇게 체력을 소모하는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