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업계의 어려움은 언제나 질병으로부터 시작된다. 올해도 연초 AI·구제역 발생으로 비상이 걸리더니 AI로 올 한해를 마감해야 할 상황이다. 금년내로 끝나면 다행이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언제 끝날지 막막하다. 이런 가운데 엎친데 덮친격으로 ‘청탁금지법’으로 축산업 중 ‘한우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여전히 진행형이며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수출의 물꼬를 트는 등 자구노력을 보이고 있다. 무허가축사 적법화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은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로 남겨졌다. 그러나 축산특례를 유지한 농협법개정이라든지 축산식품이 누명을 벗은 건 매우 고무적인 일로 평가되고 있다. 올 한해 축산업계에서 가장 ‘핫’한 10대 뉴스를 선정, 담아봤다.
1. 축산인 염원 담아 농협법에 축산특례존치
12월 8일 우여곡절 끝에 축산특례가 존치된 농협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전국의 축산인들이 한 목소리로 끈질기게 요구해 축산특례를 농협법 본칙에 담아낸 것이다.
농협중앙회 사업구조개편을 완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된 올해 농협법 개정과정에서 5월 28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축산특례를 삭제한 입법예고안을 내놓으면서 축산업계에 파장을 일으켰다.
축산업계는 축산관련단체협의회, 축산분야학회협의회, 전국축협운영협의회를 주축으로 ‘축산업 발전과 올바른 농협법 개정을 위한 공동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축산특례존치, 나아가 축산지주 별도 설립을 요구하는 활동을 전개했다. 이 과정에서 공동비대위 지도자들은 농식품부는 물론 국회를 대상으로 축산인들의 의견을 전달하고, 때론 격론을 벌이면서 축산특례를 지켜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2. 청탁금지법 시행…한우산업 직격탄
청탁금지법이 지난 9월 28일 이후 시행에 들어갔다. 그 영향은 컸다. 당장 음식점, 선물수요가 뚝 끊겼고, 한우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한우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물론, 이러한 피해를 막으려고, 올 한해 한우산업 등 축산업계는 청탁금지법 대상에서 축산물을 제외해 달라고 강력히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무산됐고, 피해는 현실이 됐다.
한우업계는 실속형(고품질·저가·적정량) 제품을 내놓았고, 할인행사를 전개하면서 활력 회복에 안간힘을 쓰고있다. 한켠에서는 명절 중심 소비를 일상 소비로 전환하는 등 장기적 관점에서 한우산업 발전방안을 새로 짜야 한다는 주장이 흘러나왔다. 고급육과 더불어 저지방육 시장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투트랙 전략도 고개를 들었다.
3. 사상 최악의 고병원성 AI로 홍역
올해 내내 축산업을 괴롭히고 있는 질병은 고병원성AI다. 지난해에 이어 올 4월까지 H5N8형 고병원성AI가 난리를 치더니, 11월 이후에는 H5N6형 고병원성AI가 가금산업을 휘젓고 있다.
“올 겨울만은 제발 무사히”라고 간절히 바랬지만, 이렇게 또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지난 8월 18일 어렵게 획득한 청정화 지위도 허공에 날려버렸다. 특히 이번 고병원성AI는 지난달 16일 해남·음성에서 첫 의심신고가 접수된 이후, 전국으로 확산됐다. 이미 살처분 가축 수 등에서 사상 최대 피해 기록을 갈아치웠다. 더군다나 아직 진행형이라 앞으로 얼마만큼 늘어날 지 걱정이 앞선다.
연말에는 야생조류에서 H5N8형 고병원성AI 바이러스도 검출되면서, 사상 첫 국내에서 두 가지 유전자형을 동시에 막아야 하는 처지에 몰리기도 했다. 고병원성AI 백신 도입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4. 무허가축사 적법화 카운트다운…업계 위기감 고조
개정된 가축분뇨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오는 2018년 3월 24일 이후에는 무허가축사의 폐쇄 및 사용중지 명령이 가능해진 상황. 정부에서는 이로 인한 축산업계의 충격을 최소화 한다는 방침아래 관련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무허가축사대책을 당초 계획보다 지연된 지난해 11월 내놓았다.
사실상 올해가 양축현장의 무허가축사 적법화 시도가 본격화 된 원년이 된 셈이다. 그러나 각종 인허가권을 가진 일선 지자체의 비협조와 무관심으로 인해 정부의 무허가축사 대책이 빛을 발하지 못한 채 양축농가들의 적법화 시도가 번번히 좌절, 불만이 확산됐다.
더구나 가축분뇨법에서 정한 유예기간이 점차 다가오면서 양축농가들의 위기감도 점차 고조되고 있다.
5. 역사상 첫 대승적 차원 유대 인하
올해 유대가 18원/ℓ인하됐다. 원유가격연동제에 따른 것으로 통계청에서 발표한 우유생산비를 감안한 것이다. 생산비가 낮아졌지만 유대를 인하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농가들을 설득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농가들은 소비부진으로 인한 어려움에 적극 공감하고, 대승적 차원에서 유대를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매우 의미 있는 결정으로 이로 인해 역사상 처음으로 유대가격을 인하하게 됐다. 아쉬운 것은 일부 유업체를 제외하고는 대다수 업체들이 우유 및 유제품 가격에 이를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수급불균형으로 인한 업체의 손실이 매우 막대하고, 인하폭이 미미해 이를 제품가격에 반영하기가 어렵다는 이유다. 소비자단체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고, 낙농가들의 대승적 동의는 그 의미가 반쪽이 됐다.
6. 누명 벗은 지방…‘고지방, 저탄수화물 식단’ 열풍
‘고지방, 저탄수화물 식단’이 국민들 사이에 화두로 떠오르며 축산물의 진정한 가치를 평가받는 기반이 마련됐다.
비만 및 각종 대사성 증후군의 원인으로 지목되던 지방과 콜레스테롤에 대한 오해가 해소된 반면 탄수화물 섭취에 따른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고지방식과 건강을 주제로 한 축산바로알리기연구회와 축산자조금연합의 공동포럼에서 제기된 내용을 바탕으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지방에 대해 접근한 일부 공중파 방송의 프로그램이 그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 프로그램 방영 이후 ‘고지방, 저탄수화물 식단’의 주재료인 우유와 치즈, 버터, 고기에 대한 관심과 소비로 이어지면서 일부 제품은 품귀현상을 빚기도 했다.
7. 학교우유급식 파동…새해엔 ‘해결될까?’
지난해 말 감사원의 교육부 감사로 촉발된 학교우유급식 최저가 입찰제가 결국 일을 내고 말았다. 담당기관의 안일한 대응이 일을 키웠다. 각 유업체의 학교우유급식 담당자들은 틀림없이 최저가 입찰제가 덤핑입찰을 발생시키게 될 것이고, 이로 인한 피해가 전국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우려했던 덤핑입찰은 학교우유급식 파동을 불러일으켰다.
도시와 시골학교의 우유급식 가격이 큰 차이를 보였던 것은 물론이고, 일부 업체에서는 너무 낮은 가격에 낙찰을 받아 중간에 우유공급을 포기하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를 예상했음에도 대응방법을 마련하지 못한 관계기관의 명백한 실책으로 봐야한다. 새해가 되고 새로운 입찰이 곧 시작될 것이다. 어쩌면 올해의 명백한 실수를 내년에도 반복하게 될지 모르겠다.
8. 돼지값 정산방식, 탕박 전환 원년
올해 육가공업계는 오퍼가 상승, 한진해운사태 등으로 인해 돼지고기 수입육이 크게 늘어났다. 돼지가격은 예상치보다 웃돌면서 원료육 구매 부담으로 이어졌다. 결국 육가공업계는 경영난이 심화됐다. 다양한 경영합리화 방안을 모색해 온 가운데 육가공업계의 정산방식 변경에 대한 압박이 그 어느 때보다 거세졌다. 이에 육가공업계는 돼지값 정산기준을 탕박 가격으로 전환해 줄 것을 생산자단체에 제안했다. 지난해 대한한돈협회, 양돈조합,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간 돼지가격 정산체계 개선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올해 4월 도드람양돈조합부터 시작해 다른 조합도 순차적으로 실시했다.
지역별 차이는 있지만 탕박전환을 위해 한돈농가와 육가공업계 누구랄 없이 노력했다. 우여곡절 끝에 합의에 이르렀지만 결과적으로 정산방식 변경이 본격화된 원년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9. 한우는 홍콩으로…삼계탕은 중국으로 ‘물꼬’
올해는 한우가 첫 수출을 시작한 해다. 홍콩으로 44톤의 수출 실적을 올렸으며 한우는 홍콩 현지에서 고급육 시장에 안정적으로 안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육우수급조절위원회 수출분과위원회에서도 한우 수출과 관련해 품질 및 가격 등에 대한 기준을 정하고 자조금을 통해 수출업체의 물류비 등을 지원하는 등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대한민국 한우 브랜드를 넘어선 지역 브랜드 홍보, 냉동육 덤핑판매 등의 문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삼계탕도 중국 수출길에 올랐다. 지난 6월 29일 전북 군산항에서 수출 5개사(하림, 참프레, 농협목우촌, 사조화인코리아, 교동식품)는 기념식을 갖고 초도물량 20톤을 수출했다. 특히 이번 수출은 2006년 중국 정부에 수입을 요청한지 10년만에 깐깐한 검증과정을 거쳐 수출문을 열게 됐기 때문에 의미가 더욱 크다.
10. 사료업계, 상생발전기금 쾌척…아름다운 동행
배합사료업계가 축산업계와 상생발전을 위해 1차로 상생발전기금 25억원을 내놨다. 이를 계기로 앞으로 4년간 100억원의 재원을 마련, 축산업 발전을 위해 두루두루 쓰여질 전망이다. 축산업계에서만 볼 수 있는 이런 아름다운 실천에 타 분야에서는 부러움의 시선을 보내고 있을 정도다.
이양희 한국사료협회장은 “이 기금으로 축산환경 문제 등 여러 가지 현안을 해결하는데 쓰여 선진축산으로 가는데 밀알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병규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도 “환경문제 등 각종 축산현안을 타개하기 위해선 생산자만의 힘으로는 부족한 측면이 많은 상황에서 사료업계의 상생발전기금은 축산인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사료업계가 마련한 상생발전기금에는 그 이상의 큰 의미가 담겨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