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위원장 김영춘)는 지난 20일 국회에서 ‘AI 방역대책에 관한 공청회’를 개최, 고병원성AI 발생과 확산 원인을 살펴보고 그 개선대책을 살폈다. 특히 이날 공청회는 “더 이상 가축질병 재앙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지를 담아 근본대책을 찾는데 포커스를 뒀다. 이날 발표되고 논의된 내용을 정리한다.
농식품부 내 ‘국’ 단위 조직 신설 촉구
중앙정부, 지자체 통제기능 강화 주문
예찰 전담조직·방역기동대 설치 제안
◆ 방역조직 개편
진술인으로 참석한 김재홍 서울대 수의과대학장은 “축산은 진흥이고, 방역은 규제다. 한 부처(농식품부 축산국)에서 진흥과 규제를 한꺼번에 맡다보니 서로 부딪힐 때가 많다. 농식품부 내 방역국(수의국)을 신설해 방역조직의 전문성과 대표성을 확보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방역조직의 경우 지자체를 통제할 수 없으면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며 중앙정부의 방역조직 강화를 강조했다.
김현권 의원은 “방역을 강화하면 계란값이 올라가는 이치다. 방역은 방역만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축산·방역 분리에 동의표를 던졌다.
이개호 의원은 “방역 일선에 있는 농림축산검역본부는 동물과 식물을 모두 담당한다. 보다 전문적인 방역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만희 의원과 위성곤 의원 역시 “일상적으로 방역업무를 담당할 독립적인 ‘국’ 단위 방역조직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황주홍 의원은 “일본의 경우 이미 2004년 축산진흥과 방역이 분리됐다. 농식품부 내 ‘국’ 단위 조직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야만 시·도에 방역국이 들어서고, 시·군에는 방역과가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방역·살처분 인력 충원
진술인으로 참석한 공주석 전국시군구공무원노동조합연맹 사무총장(천안시청 근무)은 “일선 시·군에서는 전문직(수의직렬)이 1~2명에 불과하다. 행정처리, 조치사항 등 업무과다에 현장에 나갈 수 없는 상황이다”며 인력충원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살처분의 경우 외부용역과 계약이 어렵고, 기피도 심각하다. 산림감시원처럼 축산분야에도 방역기동대를 설치해 위험시기에 투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이만희 의원과 김철민 의원은 “방역기동대는 일자리 창출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된다. 농식품부는 민간조직을 상설화하는 방안을 긍정 검토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정인화 의원은 “일본의 경우 발생 8일만에 자위대가 살처분에 동원돼 확산을 막아냈다. 군부대를 투입할 근거를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중국에서 H5N6형 바이러스가 발견되는 등 국내 역시 충분히 예견이 가능했다”고 지적하면서 서둘러 예찰 전담조직과 인력을 꾸렸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 계란·가금 유통체계 개선
진술인으로 참여한 오세을 대한양계협회장은 “차량 등을 통해 고병원성AI가 확산되는 경우가 확인되고 있다”며 특히 재래시장 등에는 많은 사람이 오가는 만큼 새로운 유통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계란유통센터는 농가들이 납품하고, 유통인들이 계란이 가져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며 계란유통센터(GP)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현권 의원은 “불법 계란 유통이 이번에 화를 키웠다”면서 계란유통센터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힘을 보탰다.
◆ 면역력 강화
진술인으로 참석한 김병은 한국오리협회장은 “사람이 건강하면 독감에 걸리지 않는 것처럼 가금 역시 면역력이 높으면 질병을 이겨낼 수 있다”며 사육단계에서 AI 예방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전했다.
정인화 의원은 그 의견에 동의하며 “예를 들어 면역력 강화 사료 개발 등에 연구역량을 과감히 투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개호 의원은 “동물복지형으로 사육환경을 바꿔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 소독약품 관리·백신도입 여부
김종회 의원은 “농가에서는 철저하게 소독을 했지만 질병에 걸렸다고 아우성댄다. 충분히 검증을 마친 소독제만이 공급될 수 있도록 힘써달라”고 촉구했다.
위성곤 의원은 “거점소독시설은 환경 등에 따라 맞춤형으로 꾸려져야 한다. 유연하면서도 표준화된 매뉴얼이 요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인화 의원은 “왜 백신을 도입하지 않느냐”고 물었고, 이에 대해 김재홍 학장은 “백신을 사용하게 되면, 사실상 박멸은 불가능해진다. 특히 감염축이 발견되지 않아 자칫 오염된 닭고기·계란 유통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백신은 정말 최후 수단”이라고 개인적 의견을 내놨다.
◆ 조기신고·단지화
이밖에 이날 공청회에서는 안상수 의원은 “조속한 신고를 이끌어내고 초기 과감한 살처분 시행 등으로 가축질병 확산을 막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흠 의원은 “축산단지화가 근본대책이 될 수 있다”며 단지화는 사육환경 개선을 가져올 수 있을 뿐 아니라 도축장, 육가공장 등이 함께 들어서기 때문에 차량 소독 등에 유리하고, 질병발생 시에는 즉각 시스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근본대책 마련
진술인으로 참석한 이천일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오는 4월 안에 AI 근본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소독제 효능관리, 계열주체 책임, 농가단위 방역, 유통체계 개선, 연구개발·국제협력, 방역조직 확충, 위기경보시스템 개편 등 개선대책을 강구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예를 들어 철새도래지의 경우 신규축사 설립을 금지하고 기존 축사 이전 특히 휴업보상제를 도입하는 방안 등을 두루 검토대상에 올려놓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김영춘 위원장은 “그동안 수없이 외양간을 고쳤지만, 여전히 가축질병은 반복되고 있다”며 이번 만큼은 제대로 된 대책을 세워서 농가 등 국민들이 피해를 보지 않게 해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