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광우병 이후 세계시장에서 호주산에 밀리던 미국산 쇠고기가 강력한 생산여력을 바탕으로 수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당장 이웃나라 일본에서 미국산 쇠고기는 지난 2월, 14년 만에 호주산 물량을 뛰어넘는 수출실적을 거뒀다.
미국육류수출연합회는 “수출확대 없이 미국 내 쇠고기 가격유지가 어렵다”며 미국통상대표부(USTR)에 관세 및 무역장벽 해소를 촉구할 정도로, 미국산 쇠고기의 해외공략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농협축산경제리서치팀은 지난 10일 일본 무역통계를 인용해 2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이 호주산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에서 광우병(BSE)이 발생한 2003년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일본 무역통계에 따르면 2월 쇠고기 총 수입량은 전년 동월대비 24% 증가한 4만 604톤이다. 이 중 미국산은 1만9천315톤(전년 동월 대비 7% 증가), 호주산은 1만7천534톤(전년 동월 대비 10% 감소)이었다.
미국산은 광우병(BSE) 발생으로 2003년 12월부터 2006년 7월까지 수입 금지되면서 일본시장에서 최대 수출국의 지위를 상실했다. 이 기간 동안 호주산은 꾸준하게 급증해 최대 수입량을 유지해왔었다.
미국산이 14년 만에 최대 쇠고기 수출국으로 되돌아온 배경에 대해 농협은 강력한 생산여력을 꼽았다. 미국 농무부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 소 사육두수는 2015년부터 증가 추세를 보여와 2017년 쇠고기 생산량은 1천179만 톤으로 지난해 보다 3%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생산량이 늘면서 미국 내 쇠고기 가격은 내려앉고 있다. 2월 미국 쇠고기 도매가격은 공급과잉으로 전년대비 12% 하락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잉여물량 배출구로 일본시장을 주목하는 상황이다. 일본 슈퍼마켓에서는 호주산을 미국산으로 대체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슈퍼마켓 체인점 ‘세이유(西友)’는 이 달부터 미국산 쇠고기 취급품목을 6개로 확대했다.
일본시장에선 4월부터 FTA 발효 4년째에 접어드는 호주산의 관세율이 인하된다. 그 만큼 미국산의 수출공세도 거세질 전망이다. 내달부터 일본으로 들어오는 호주산 쇠고기의 관세율은 냉장육은 0.6%p 하락한 29.9%, 냉동육은 0.3%p 떨어진 27.2%가 된다. 반면 미국산은 38.5% 유지돼 관세측면에서 호주산의 우위가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통상대표부에 관세 및 무역장벽 해소를 촉구하고 있는 미국육류수출연합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