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병원진료를 마치고 귀가하던 농장주가 전화예찰을 통해 농장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인식, 방역기관에 고병원성 AI 의심신고를 했고 방역본부는 마침내 초동방역팀을 투입하기에 이르렀다. 불과 수시간만에 벌어진 상황이었다. 경기도 가축위생연구소 간이키트 검사결과 이 농장에서 5마리의 AI 양성이 확인됐다.
경기도 연천의 고병원성AI는 이렇게 세상에 알려졌다.
이후 주변농가 몇곳에서도 AI가 확인됐기도 했지만 연천지역을 벗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마무리됐다. 방역본부 전화예찰 사업의 존재감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1만8천농가 집중 점검
사상 최악의 안동발 FMD 사태를 계기로 초동방역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에 부심하던 방역당국은 지난 3월 한 장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전국의 축산농가를 대상으로 주기적인 전화예찰을 실시, FMD와 고병원성 AI 등 가축전염병의 조기 검색 및 초동방역조치를 강화한다는게 그 골자였다.
저인망식 예찰없이는 초동방역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지만 일각에서는 농가들의 협조를 기대할 수 있겠느냐며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방역본부 경기도본부는 이번 AI사태를 통해 이러한 주위의 우려를 단숨에 일소했다.
현재 44명의 전화예찰요원이 배치된 경기도본부에서는 한우, 낙농, 양돈, 양계 등 주요축종과 오리농가를 포함해 1만8천농가에 대해 예찰을 실시하고 있다.
정원에서 11명이 모자라는 인원이지만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10일 간격으로 농장당 월 3회 예찰을 통해 각종 질병에 대한 이상징후 파악은 물론 축주나 사육두수 변화까지 집중 점검이 이뤄지고 있다.
#농가-예찰요원 교감 형성
경기도본부 역시 전화예찰 사업 초기에는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당초 우려대로 일부 농가들이 전화예찰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 것.
전화예찰 과정에서 경기도 연천의 AI 이상증상을 확인했던 조희순씨는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보이스 피싱(전화사기)으로 의심하거나 재산권침해를 지적하며 협조를 거부하는 농가들도 상당수였다”며 “일부 농가들은 입에 담기 힘든 거친표현도 서슴치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4개월째를 맞은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농가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동참 추세가 확산되면서 전화예찰 사업의 연착륙이 기대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본부 박찬숙 사무국장은 “예찰요원들이 적어도 10회 이상의 전화통화 과정에서 농가들과 교감이 이뤄지기 시작한 것 같다”며 “격월로 실시되는 집체교육을 통해 얻어진 각종 가축질병에 대한 이해와 친절함, 그리고 농가응대 노하우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게 예찰요원들의 반응”이라고 설명했다.
처음엔 부정적이던 일부 양돈농가들은 비록 전화상이지만 협조 수준을 넘어 예찰요원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오히려 예찰과는 무관한 농가들의 각종 질문공세에 중앙본부측이 자주 묻는 질문을 별도로 정리, 각 도본부에 시달하는 상황까지 전개되고 있다.
#축산에 대한 이해도 높아져
이러한 변화는 정원미달인 전화예찰요원을 더 줄이는 방안을 검토할 정도로 업무효율의 증대를 가져왔다. 그만큼 전화예찰의 신뢰도 역시 상승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전화예찰사업은 축산과 소비자를 이어주는 연결고리로서 기대치 않았던 시너지효과도 불러오고 있다는 평가다. 대부분 주부인 경기도본부 전화예찰요원들의 축산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국내 축산업과 축산물에 대한 홍보대사를 자임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화예찰사업이 완전히 정착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방역본부의 한관계자는 “여전히 부정적인 농가들도 존재하고 있는 만큼 전화예찰사업에 대한 지속적인 홍보와 계도가 필요하다”며 “여기에 ‘비정규직’ 으로 분류되는 기존 전화예찰요원과의 재계약 여부도 벌써부터 고민”이라고 밝혔다.
정부와 방역본부가 전화예찰사업 정착을 위해 어떠한 해법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