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일본의 한 초등학교 3학년 교실 점심시간. 하나같이 머리 수건을 두른 아이들은 식사를 마치고 바로 우유를 마신다. 함께 우유를 마신 아이들은 그 자리에서 함께 양치를 하고, 우유 포장지를 직접 씻어 정리함에 넣는다.
이 학교 교감선생님은 말한다.
“아이들의 영양균형을 맞추기 위해 우유가 반드시 필요하다. 식사를 하고, 우유를 마시고, 양치를 하고, 포장지를 정리하는 것까지가 급식교육이다.”
급식 또한 교육의 연장이라 생각한다는 사실에 적지 않은 충격과 감동을 받았다.
지난달 28일, 9월 마지막 주 수요일은 세계학교우유의 날이었다.
우유급식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FAO가 만든 이날, 우리나라에서는 조촐한 기념행사가 있었다.
이날 참석자들은 우유급식 우수학교로 선정된 수상자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로 축하를 보냈고, 우유로 건배를 나누며 우유의 가치와 학교우유급식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의미 깊은 자리가 됐다.
예나 지금이나 우유는 변함이 없는데 우유가 받는 대접은 많이 달라졌다.
소위 말해 좀 사는 집 아이들만 먹을 수 있었던 우유는 점점 그 대상이 넓어지더니 어느 샌가 있어도 먹지 않는 처량한 신세가 됐다.
우유 한잔에도 행복할 수 있었던 과거에 비하면 지금의 아이들은 더 불행한 시대를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최저가 입찰제의 부작용으로 일부학교에서는 우유급식이 중단됐다는 소식이 들리고, 한 영양교사는 아이들이 먹지 않고 남긴 우유를 처리하는 것도 골치라고 말할 정도니 단순히 웃어넘길 문제는 아닌 듯 싶다.
일본에서 아이들이 먹는 우유를 먹어봤다. 우리나라의 흰 우유와 특별한 차이점은 찾을 수 없었다.
일본의 흰 우유가 우리나라의 흰 우유보다 빼어나게 맛있어서가 아니라면 우리 학교우유는 분명 다른 부분에 문제가 있을 것이다.
그 문제를 찾고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우리는 얼마나 하고 있는지 ‘세계학교우유의 날’에 반성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