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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축산과 농업 그리고 농촌의 미래!><60> 농촌 흙수저들의 상부상조 정신

화재로 전두수 폐사 농가에 젖소 1두씩 기증…재기 도와

  • 등록 2017.06.23 11:22:08
[축산신문 기자]


문홍기 명장(장흥축협조합장)


농업농촌을 말하는 흙수저의 이야기는 금수저들의 귓가에도 못 미치는 멀찍이 격리되어 양분된 사회가 되었다.
우리는 금수저들이 농경문화를 모르고 물질문명에 젖은 혼탁한 정신으로 혼돈속에 빠진 논리가 흙수저들의 피와 땀의 이야기인 한맺힌 농업농촌의 절규들을 거꾸로 뒤집는 사회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더 많이 고민하고 수많은 걱정속에서 농업농촌을 지켜오시고 발전시켜 오신 분들에게 마치 필자의 생각이 전부인양 표현하는 것 같아 송구스럽지만 種의 합성을 보며 逆天者 亡(역천자는 망하고)이요 順天者 興(순천자는 흥한다)이라고 쓰인 명심보감을 생각해 본다.
種을 만드는 것까지는 창조주의 영역이라고 했다. 말과 당나귀를 교잡해서 노새와 버새를 만들었지만 번식력이 없어 당대로 끝나고 만다. 식물에서도 마찬가지다. 종을 합성했던 리기다 소나무도, 은수원 사시나무도 자연에 적응하지 못하고 태풍에 쓰러지는데다 자연과 숲을 볼품없이 만들어 버리고 끝난다.
‘대자연에 따르는 자는 하늘이 복을 내리고 거스르는 자는 하늘이 화를 내릴 것이다’라는 말처럼 모든 것을 하늘의 뜻으로 받아들여 대자연에 순응하면서 하늘이 복을 내리고 하늘이 화를 내리는 농경문화는 하늘의 순리를 따르는 것이다. 이제 올바른 역사의 순리를 따라야 한다.
4대강이 녹조로 썩어서 물고기가 죽어갈 때 인간들이여! 이제 제발 그만 정신 차리라고 호소하는 것 같다. 영산강 상류의 파란 들녘에 벼가 보기 좋게 자라 황금물결로 일렁이던 들녘이 홍수조절용 보를 만들면서 잡초만 무성한 황량한 들판으로 변했다.
수 백 년 동안 수많은 선조들이 피땀으로 가꾸어 오던 들녘이 아니었던가? 저렇게 볼품없이 가슴 아프게 할 거면, 차라리 연꽃 밭이라도 만들어 저 땅에 생을 바쳤던 선조들을 슬프지 않게 해야 한다.
차라리 골짜기마다에 저수지를 더 많이 만들었더라면 골짜기마다 아름다운 국토가 만들어지고, 국민의 휴식공간은 늘어나고 식량주권의 농지도 보존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냇물에서 물고기를 잡고 아이들이 뛰놀던 들녘이 황량한 잡초 밭이 되어 이제는 아픈 마음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목포를 향해서 건설하던 남해안 철도는 중단되고,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홍수조절용의 황무지로 변한 들녘을 버스로 달린다.
배고픈 어릴 적 농촌의 흙수저들은 한 톨의 곡식도, 한 알의 밥알도 신성시 했다. 부모들의 뼈아픈 이야기가 머릿속에 사무치게 각인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랬기에 흙수저들은 서로 돕고, 서로 나누고, 서로 뭉친다.
구제역으로 축산농가들이 긴장과 걱정으로 보낼 때였다. 인접한 지역에서 전국 문화제를 개최한다고 해서 불안스러웠지만 다른 지자체의 일에 나설 수는 없었다. 그런데 개최 직전까지 예정대로 하기로 했던 문화제가 열리지 않았다. 구제역이 지나간 후에 그 지역 축산농가들에게 전국적인 축제인 문화제를 개최하지 않았던 까닭을 물어보았다.
그 지역 축산농가들은 회의를 하고 지자체에 문화제 개최를 취소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지자체에서 전국적인 큰 행사를 절대 중단할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자 축산농가들은 한 번도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았던 전남 축산농가의 생존권이 걸린 이 문제를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사수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행사 개최를 목전에 두고 있는 행사장에 깊은 밤 돈분을 액비살포기에 싣고 가서 행사장 보도 블록위에 살포를 했다. 다음날 다급한 지자체에서 소방차를 동원해서 아무리 세척을 해봐야 보도블럭 속으로 스민 돈분의 냄새는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돈분을 살포했던 농가가 엉겁결에 돈분을 살포하고 돈분 살포기의 토출구를 막지 않아 남은 잔량이 한 방울씩 도로위에 떨어져 농가까지 이어진 바람에 들통이 나고 말았다. 돈분 냄새로 인해서 행사는 취소할 수 밖에 없었고 살포를 했던 농가는 혼자서 총대를 메고 구속되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농가들은 벌떼같이 일어났고 지자체와 물러설 수 없는 결사항전을 선언했다고 한다. 구속되었던 농가는 석방되었고 사건은 종결되었다.
그 후 그 지역의 낙농을 하는 농가에 화재가 발생해 전두수가 폐사 되었다. 낙농농가들은 모두 자기 집의 젖소 한 마리씩을 화재농가에 기증하고 농가가 재기하도록 도왔다 한다. 농경문화의 전통이 그대로 살아있는 흙수저들의 이야기다.
20여년도 넘은 것으로 생각된다. 큰 태풍이 불어 관내 양돈농가의 축사가 그대로 쓰러졌다. 슬레이트 건물의 돈사속에는 돼지가 죽어가고 있었다. 큰 규모의  오래된 슬레이트 돈사를 농가의 힘으로 해체하고 돼지를 구해내는 것에 엄두를 내지 못했고 수많은 태풍의 복구 작업으로 사람을 구할 수가 없었다. 그 당시는 보험도, 보상도 없었고 농가는 실의에 빠져 있었다.
그 당시 필자는 직원신분 이었기에 직원들에게 이 농가의 돈사 해체작업 지원에 나서도록 설득해 보았다. 지원날짜는 휴무일인 8.15광복절 날이었다. 나주사료공장에 직원들의 지원을 요청하고 우리 직원과 나주사료공장 직원이 함께 슬레이트 돈사 해체 작업을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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