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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남성우 박사의 ‘相生畜産’ / 18. 사라지는 농지, 이대로 둘 것인가?

지난 10년간 여의도 면적의 19배 농지 매년 난개발
식량안보 위협…농업 다원적·공익적 기능 상실

  • 등록 2018.07.11 11:21:54

[축산신문 기자]


(전 농협대학교 총장)


▶ 초등학교 시절, 그러니까 1950년대 후반 즈음에는 가뭄이 심했던 해가 많았다. 봄 가뭄이 심해지면 모내기를 못했다. 저수지 바닥이 드러나고 논바닥은 거북등처럼 갈라졌다. 그럴 때면 전교생이 바께스, 대야 그리고 호미를 들고 모심기에 나섰다. 졸졸 흐르는 개울물을 길어다 마른 논에 모를 심었다. 그 시절에는 천수답(天水沓)이 많았고 지금처럼 물을 퍼 올리는 양수기도 없었다. 하루 종일 모를 심어봐야 면적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렇게라도 농사를 지어야 했던 시절이었다. 농민의 수는 많고 경작지는 부족해서 논두렁 밭두렁까지 콩을 심었다. 손바닥 만 한 빈 땅에도 작물을 심는 농민들이었다. 땅이 바로 그들의 삶의 터전이고 뿌리였다. 


▶ 국민들의 굶주림을 해소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 박정희 정부가 추진한 정책은 농업용수 확보를 위한 저수지 건설과 수리시설 그리고 경지정리사업이었다. 농업기반시설 확충에 나선 것이다. 경지정리를 담당할 농업진흥공사가 출범했고 저수지 관리를 담당할 농지개량조합이 지역별로 설립되었다. 시·군과 농촌지도소가 직접 독려에 나서며 노력한 결과, 천수답이 줄어들고 수리안전답이 늘어났다. 가물어도 모내기를 할 수 있는 논들이 늘어났고 반듯하게 정리된 논밭에서는 경운기 등 농기계작업을 하기가 매우 편리했다. 그렇게 농사방법이 선진화되고 기계화 되어 생산성이 높아졌고 쌀 자급을 달성한 녹색혁명이 가능했다.


▶ 그런데 그렇게 많은 자금과 노력을 들여서 만든 소중한 농경지가 해마다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누구하나 관심을 두는 사람이 없다. 통탄할 일이다. 그러면 농경지는 어떻게 해서 사라지는가? 농지 전용의 용도를 보면 산업용지, 주거용지, 도로, 공공시설 등인데, 하필이면 왜 농지를 전용해야 하는 지 안타깝다. 비농업용지나 야산지를 개발해서 활용하면 농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국토 이용률도 높일 수 있을 텐데 말이다. 


▶ 서울에서 안성 쪽으로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신갈 IC를 지나서 오른 쪽에  기흥저수지가 나온다. 저수지 아래쪽으로 오산에 이르기까지, 개발 전에는 경지정리가 잘 된 우리나라 최고의 농업진흥지역, 수리안전답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개발이란 미명 하에 공장, 아파트가 빼곡히 들어서 도시가 되어버렸다. 경지정리와 수리시설을 완비한, 땀 흘려 조성한 문전옥답에 아파트를 짓고 공장을 지었으니 얼마나 어리석은 일을 한 것인가. 개발의 편의를 위해서 우량농지를 훼손했으니 말이다. 결국 농지를 보전(保全)해야 할 의무를 가진 정부가 의무를 소홀히 한 것이다. 


▶ 국토의 70%가 산이고 농경지는 16%밖에 안 되는 나라에서 산업단지나 주거단지로 왜 논밭을 이용하는지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 한편으로는 큰 돈 들여 만든 옥토를 메우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막대한 돈을 들여서 간척지를 막아 다시 땅을 만드는 이율배반적 정책행위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다. 우리나라 한반도의 면적은 22만 km² 남한만은 10만 km²이다. 남한 면적의 70%는 산지이고 16%만이 경작지다. 농지면적은 2016년 기준 164만4천 ha로서 2006년도 180만 ha 대비 10년간 15만6천 ha가 감소된 면적이다. 서울 여의도면적(836 ha)의 19배에 달하는 매우 큰 면적이 해마다 사라진 것이다. 


▶ 농지가 줄어들면 농산물 생산이 줄고, 생산이 줄면 수입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우리 먹거리의 해외의존도는 높아지고 식량주권을 잃게 되는 기막힌 결과가 올 것이다. 어디 그 뿐인가. 앞서 기술한 바 있는 농업의 다원적·공익적 기능을 상실하게 될 것이므로 그 피해는 말 할 수 없이 클 것이다.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은 23%에 불과하다. 그런데 곡물재배면적 변화를 보면 2015년 97만4천 ha가 2020년에는 88만3천 ha로 2025년에는 81만2천 ha로 계속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므로 크게 우려된다.  


▶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어촌지역의 토지이용에 대한 일반국민의 인식조사’(2012)에 따르면, 국민의 61%가 ‘농어촌의 경관이 아름답다’고 했고 86%가 ‘농어촌 경관을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답했다. 또 63%가 ‘농어촌지역의 난개발이 심각하다’고 했고, 그래서 ‘난개발 방지를 위해 토지이용규제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68%에 달했다. 종합적으로 식량안보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농지보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88%나 되어, 농지의 중요성과 보전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는 조사결과다.   


▶ 농지법 제3조를 보면 ‘농지는 국민에게 식량을 공급하고 국토환경을 보전(保全)하는 데에 필요한 기반이며 농업과 국민경제의 조화로운 발전에 영향을 미치는 한정된 귀중한 자원이므로 소중히 보전되어야 하고 공공복리에 적합하게 관리되어야 하며, 농지에 관한 권리의 행사에 필요한 제한과 의무가 따른다’고 했다. 이어서 제4조에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농지에 관한 기본이념이 구현되도록 농지에 관한 시책을 수립하고 시행하여야 한다.’고 했다. 


▶ 여기서 주목할 점은 ‘한정된 자원’이므로 ‘소중이 보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공공복리에 적합하게 관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농지는 한정되어 있으므로 농지를 넓히기 위해서 바다를 막아 간척지를 만들기까지 하는 것이다. 농지는 우리의 소중한 자원이므로 잘 보전하고 관리해야 한다. 한 번 훼손된 농지는 다시 복구하기가 어렵다. 농지법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잘 정해놓고도 실제로는 그렇게 이행하지 못하고 있으니 이제라도 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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