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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북한 출신 수의사 조충희 씨의 북한축산 바로보기<10>북한 축산농민의 일상-3

축산업자, 농산업자보다 시간적·경제적 삶의 여유

  • 등록 2018.07.12 20:30:26

[축산신문]


(북방연구회 연구위원)


생명체를 관리하는 축산업의 특성상 축산농민들의 일과 생활이 농사를 전문으로 하는 농민들과 현저한 차이를 가져왔다.
북한의 농민들은 하루 24시간 중 16시간을 농업노동과 집단생활에 바친다. 이처럼 개인 의 생활이 전혀 없는 일상은 농민들이 사색과 문화생활의 여유를 빼앗았다. 농민들은 ‘농업근로자동맹’ 조직에서 10일/1회 생활총화를 받는데 10일 생활총화는 농민의 법정 휴식일이 10일 간격이기 때문이다 매월 1일, 11일, 21일에 쉬게 되어있고 이날 농민시장도 선다.
이와 같이 축산농민들의 경우 생물체를 관리한다는 축산업의 특성으로 거의 도시 노동자와 맞먹는 일과 생활을 한다.
기본적으로 하루 8시간씩 2교대 작업 이 진행되어 아침 출근과 저녁퇴근이 정상으로 보장이 된다. 바쁜 농사철에 농산반 모내기나 김매기에 동원되지 않는 한 가축 관리공은 조기작업도 없다.
축산작업반농장원은 이처럼 하루 일과에서 여유가 있어 여성들의 경우 화장도 하고 다니고 패션에도 관심을 돌릴 여유가 있다. 작업도 농산작업처럼 어렵지 않아 여성들인 경우 수다도 떨고 논이나 밭에서 땡볕과 더위, 추위 등 자연의 거친 환경에 노출되어 육체적 부담을 많이 받는 농산작업보다 상대적인 여유가 있다. 이처럼 축산농민들의 생활은 농산작업을 전문으로 하는 농산반과 일상의 차이로 그들의 의식수준과 사고방식도 차이가 나고 있다.
2017년 북한의 평안남도 서해안의 농장에서 있은 일이다. 모내기가 한창인 5월의 화창한 봄을 만끽하며 출근길에 오른 축산 작업반 돼지 관리자 은경(가명)의 옷차림은 잔뜩 맵시를 부려 멋을 낸 모습이다. 콧노래를 부르며 농산반의 작업장을 지나는 자신을 째려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인식하고 ‘아차’하고 후회를 하는 순간 논두렁을 정리하던 가래군의 걸걸한 욕설과 함께 감탕이 날아왔다. 축산작업반은 출근시간이지만 농산작업반은 한창 작업 중이었던 것이다. 은경은 감탕에 더러워진 옷은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황황히 자리를 떠나 축사로 들어와서 미안한 마음과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묘한 서러움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흙덩이를 던진 사람이 욕을 하고 맞은 사람이 미안해하는, 가해자가 피해자를 구박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지만 농산업자와 축산업자의 일상의 차이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이다.
도시 지역의 축산노동자 역시 마찬가지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축산농민들의 일상생활이 농산전문농민의 고된 일상과 차이가 나고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서 개인 부업축산에 투자를  하는 현상이 보편화 되었다는 것이다.
1990년대 이후 북한 농민들의 하루 일상은 경제난 이전의 하루 일과와 가장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별다른 연고와 능력이 없는 다수의 일반 농민들의 경우 개인 토지를 일구더라도 협동조합에 매여 있는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리고 이들에게 농장은 단순한 일터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적 장소이기 때문에 그 지역에서 주거하고 있는 한 개인적 자율 노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축산농민들의 경우 공동체생활이 가져다주는 수입보다 시장을 통한 개인 축산업의 이윤이 가져다주는 수입이 하루의 일상이 공동체의 일과에만 매여 살 수만은 없게 했다.
해방 이후 북한의 정치·경제·문화적 변화는 주민들의 일상생활에 근본적이고 다양한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축산농민의 일상 속에서도 우리는 정부의 정책과 통제에 대한 그들의 반응으로 협력, 참여, 동원, 순응, 타협, 유보적 수용, 묵인, 무관심, 무시, 거리두기, 거부, 소극적저항 등 적극적인 협력과 소극저인 저항 사이의 일부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농사를 전문하는 농민과 축산농민 간의 일상의 차이의 원인은 다음과 같이 분석할 수 있다.
첫째로, 생명체를 관리하는 축산업의 특성상 축산농민들의 일상이 농사를 전문으로 하는 농민들과 차이를 가져왔다.
축산업자들의 생활은 1년에 1회의 생산물을 내는 농민들보다 축산물의 생산주기가 짧아 확대재생산과정이 부단히 반복되는 과정은 그들이 실수나 병, 도난 등의 자연·인공적 피해를 비교적 빨리 가시고 안정된 부의 축적을 가져다 줄 수 있게 했다.
둘째로, 생산수단과 생산물 소유의 차이다. 개인축산업자들이 소유한 생산수단인 가축(돼지, 양, 염소, 토끼 닭, 거위, 꿀벌 등)과 고기, 알, 피, 꿀, 젖 등 축산생산물은 국가가 개인의 소유권을 인정해주는 것인 반면  농사를 위한 땅이나, 소농기구, 농기계, 비료, 농약 등 생산수단들과 벼, 옥수수, 콩과 같은 생산물은 국가 혹은 협동단체 즉 집단의 소유인 것이다.
이와 같은 소유의 차이는 축산농민들이 비교적 안정된 조건에서 축산물 생산과 판매에 전념할 수 있은 조건이 되었다. 집단주의가 기본생활원칙으로 되는 북한의 사회에서 경제생활방식의 변화를 1990년대 이전부터 시작한 집단이 축산부문 개인 축산업자들이라고 볼 때 일정한 시사가치는 있다고 본다.
역사적인 북미수뇌자 회담이 어렵게 생존하는 북한 농민들에게 희망이 아닌 현실로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