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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남성우 박사의 ‘相生畜産’ / 22. 한우(韓牛)에는 ‘韓의 문화’가 있다

한우, 농경사회 우리 민족 정서·문화에 뿌리 깊숙이
역용우서 육용우로 최고 가치…대한민국 자존심

  • 등록 2018.07.25 11:11:44

[축산신문]


(전 농협대학교 총장)


▶ 우리 소, 한우를 생각하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영상이 있다. 2009년 정월 온 국민을 울린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다. 등허리가 휘고 주름살이 가득한 할아버지와 함께 묵묵히 밭을 갈고, 논에서 써레질을 하는 늙은 한우가 주인공이다. 한 걸음 한 걸음 떼어 놓을 때마다 울리는 워낭소리를 들으며 소가 끄는 수레에 걸터앉아 집으로 돌아가는 노인, 온종일 일하느라 지쳤지만 주인을 수레에 태우고 뚜벅뚜벅 걸어가는 늙은 소. 수십 년 고락을 함께 해온 닮은꼴이다.
이 두 주인공은 사람과 가축의 관계를 뛰어 넘어 한 식구다. 그냥 함께 살아서 식구가 아니라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인연으로 맺어진 삶의 동반자다. 그렇게 한 식구로 살다가 소는 수명이 다해 노인의 곁을 떠난다. 죽기 전에 팔면 얼마라도 돈을 받을 수 있겠지만, 노인은 끝내 정든 소를 팔지 않고 외양간에서 눈물을 흘리며 소의 임종을 지켜본다. 노인의 뺨에 흐르는 눈물의 의미는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고마움, 미안함, 지난 세월의 반추…. 한 평생 고락을 함께해 온 소와의 이별이 못내 안타까운 노인은 그저 하늘만 쳐다본다.


▶ 그렇다. 우리 소 ‘한우(韓牛)’는 수천 년간 우리민족과 고락을 함께 해온 소다. 그래서 한우에는 우리나라 한국을 상징하는 ‘韓’자가 들어 있다. 한민족, 한국인, 한옥, 한복, 한지, 한식, 한우 모두가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이름이다. 한우가 얼마나 소중했으면 우리의 주곡인 쌀과 보리 등에도 붙이지 않은 ‘韓’자를 붙였을까. 한우는 한국인의 정서요 문화요 생활이며 영혼이기 때문이다. 이런 한우의 문화적 가치를 인정해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을 대표하는 100대 민족문화의 상징으로 한우를 선정했다. 동물 중에서는 호랑이와 진돗개가 포함되었고, 음식 중에서는 불고기가 유일하게 선정되었다. 


▶ 통일신라시대에 촌주(村主)가 마을의 사정을 3년마다 조사해서 조정에 보고한 문서를 신라장적(新羅帳籍)이라고 하는데 여기에 마을의 크기, 논밭의 크기, 가구수, 인구수와 함께 소의 마리수도 기록되어 있을 만큼 한우는 중요시 여겼던 가축이다. 가족 구성원을 말할 때 사람을 식구(食口), 소를 생구(生口)라고 했는데, 이는 사람이 밥을 지어 함께 먹는 것처럼 한우는 한 지붕 아래서 쇠죽을 쑤어서 먹였기 때문에 그렇게 부른 것이다. 사람과 소가 한 가족인 셈이다.


▶ 한우는 원래 농경(農耕)이나 운반(運搬)을 목적으로 한 일소[役牛]로 사육되었다. ‘워낭소리’에서처럼 논밭을 갈고 써레질을 하고 수레를 끌면서 농사일을 도와 온 가축이다. 또 외양간에서 두엄을 밟아내어 논밭에 뿌릴 퇴비(堆肥)를 생산하는 역할도 했다. 한우가 우리에게 도움을 준 것은 그 뿐만이 아니다. 한우는 농촌에서 집 다음으로 값나가는 재산목록 2호였다. 송아지를 내다 팔아 현금을 조달하는 소득의 원천이었고, 자녀의 등록금과 결혼자금을 마련하는 큰 밑천이기도 했다. 소를 팔아 학비를 마련해야 했던 시절, 대학이 우골탑(牛骨塔)이라고 불린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이렇듯 한우는 우리나라 농촌에서 믿음직한 일꾼이었고, 든든한 재산이었고, 충직한 삶의 동반자였다.


▶ 전 세계에는 수많은 소의 품종이 있지만, 한우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우리 고유의 품종이다. 한우(Hanwoo)의 학명(學名)은 ‘Bos Taurus Coreanae’로 ‘Corea’가 들어가 있어 학술적으로도 고유품종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또한 한민족과 역사를 함께 해온 한우는 그 품성도 우리 민족을 쏙 빼닮아 성질이 온순하고 영리하며 인내력이 강하다. 또한 체질이 강건해 거친 환경에도 잘 견딜 뿐만 아니라 잔병에도 잘 걸리지 않는다.


▶ 70년대에 농촌에 경운기 트랙터 등 농기계가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한우의 일소[役牛]로서의 기능은 점차 퇴색하고, 한우고기 생산을 목적으로 기르는 고기소[肉用牛]로 용도가 바뀌었다. 용도가 육용으로 바뀌면서 한우개량의 목표도 육량을 늘리는데 중점을 두었다. 한우의 유전능력 개량에 힘쓴 결과 큰 성과를 거두었다. 축산경진대회에서 선발된 우수한 씨수소인 종모우(種牡牛)를 선발, 한우개량사업소에 입식, 사육해 정액을 생산하고 이를 전국에 공급해서 인공수정을 실시했다. 인공수정과 병행해서 1979년부터는 한우개량단지를 확대해 개량에 박차를 가했다. 우수종축 선발과 인공수정을 통한 우량유전자 확산 그리고 후대검정사업은 한우개량에 큰 기여를 했다. 그 결과 개량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1974년에 18개월령 한우 수소(비거세)의 생체중이 290kg에 불과했으나 36년이 지난 2010년에는 553kg으로 두 배 가까이 커졌다. 우수한 한우 종모우는 생체중이 1천kg이 넘는 개체도 많다. 한우의 생산성도 크게 향상되어 비육우 판매 시 체중이 2000년도 584kg에서 2016년에는 746kg으로 높아졌다.     


▶ 육용우(肉用牛)로서 한우의 가치는 우수하기 이를 데가 없다. 꾸준한 종축개량을 통해서 고기생산량[肉量]이 늘었을 뿐만 아니라 육질(肉質)도 많이 향상되었다. 한우는 육질 면에서 보면 조직이 연하고 부드러우며 육즙이 풍부해 맛이 좋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불포화지방산의 함량이 다른 품종보다 높으며, 고기의 맛을 좋게 하고 건강에 좋은 역할을 하는 올레인산(oleic acid)과 필수아미노산의 함량이 높다. 이렇게 한우의 맛과 품질이 우수하기 때문에 우리 국민들은 수입쇠고기보다 가격이 비싸도 한우고기를 사랑하는 것이다. 이래서 대한민국의 자존심! 우리의 자랑! 우리한우가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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