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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남성우 박사의 ‘相生畜産’ / 44. 축협중앙회장의 미 무역대표 면담 비화(2)

美 무역대표 교체로 두번째 면담…높은 장벽 확인
한국축산 급격한 수입개방 시 붕괴 우려 확실히 전달

  • 등록 2018.10.19 13:10:51


(전 농협대학교 총장)


▶  나는 사전에 예행연습을 한 경로를 따라 차를 몰고 미 무역대표부에 도착했다. 언론홍보를 위해 미리 섭외해둔 AP통신의 사진기자도 와 있었다. 나는 정문에서 방문 목적을 말하고 이미 방문하기로 약속이 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예기치 않은 문제가 발생했다. AP 통신사진기자가 면담장면을 촬영하는 것은 사전에 홍보실과 협의가 없었기 때문에 출입을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참으로 난감했다. 면담시간은 임박했는데 사진기자가 못 들어가면 언론보도는 불가능해진다. 내가 아무리 사정을 해도 불가 방침을 고수하는 바람에 더 이상은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 할 수 없이 비상조치로 김충현 부장에게 가져온 카메라로 두 분이 악수하는 장면을 무조건 찍도록 부탁드리고, 나는 일행을 안내해서 Hills 대표 집무실로 갔다. 우리 일행을 활짝 웃으며 반갑게 맞이하는 Calla Hills 대표. 그는 언론에서 자주 보던 대로 노란 재킷을 걸치고 접견실로 들어섰다. 여러 경로를 통해서 내가 알고 있는 Hills 대표의 깐깐하고 날카로운 인상과는 달리, 이날은 매우 밝고 편안한 인상이어서 대조적이었다. 아마도 친근한 관계인 Block 회장의 언질이 있었던 것 같았다. 명 회장과 Hills 대표는 서로 반갑게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었고, 카메라 포즈도 자연스럽게 취해 주어서 걱정했던 사진을 성공적으로 찍을 수가 있었다.


▶ 두 분의 환담은 화기애애하게 20분 정도 이어졌다. 명의식 회장은 당초 마음먹은 대로 한국 축산업의 어려운 상황을 설명하고, 미국산 쇠고기수입은 국내 산업에 피해를 크게 주지 않는 범위에서 점진적으로 늘려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국은 미국에서 사료용 옥수수만 해도 연간 800만 톤이나 수입하고 밀, 콩, 수수 등 곡물도 많이 수입하고 있다. 축협은 미국산 사료곡물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협동조합이다. 급격한 수입개방으로 한국 축산이 무너지면 미국산 곡물 수입을 할 수가 없게 되므로 결국 미국의 곡물생산자들도 손해다. 한국은 곡물뿐만 아니라 종돈, 종계, 젖소 종모우 등 종축도 미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그러므로 한·미 상호간의 이익을 위해서 점진적인 수입개방이 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호소했다. 명 회장은 또 결의에 찬 표정으로 축산물 수입개방 저지 450만 명 서명 결과를 전달하며 무역대표의 각별한 배려를 당부했다.


▶ Hills 대표는 명 회장의 설명이 끝나자 한국과 미국은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함께 힘을 합친 우방이라며 굳은 동맹관계를 언급하고 “미국도 한국의 축산업이 동반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다만 불공정한 무역장벽은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 미국의 기본 입장이다. 이렇게 방문해서 직접 설명해주니 잘 알겠다. 최대한 한국의 사정을 고려하겠다.”고 화답했다. Hills 대표는 면담이 끝나자 우리 일행을 문 앞에 까지 나와서 배웅했다. 한 달 넘게 고생해서 성사된 두 분의 만남은 대단히 성공적이었고 모두 흡족해 했다. 이런 게 바로 일하는 보람이 아닐까.


▶ 이제 문제는 사진을 본국으로 전송하는 일이었다. AP 통신기자가 사진을 찍었다면 사진전송이 간단한 일이지만, 일반 필름카메라로 찍었으니 (당시는 디지털카메라가 없던 시절이므로) 간단하지가 않았다. AP통신사에 연락하니 다행히 사진을 빨리 현상해서 가져오면 보낼 수 있다고 했다. 나는 명 회장을 모시고 워싱턴 주재 축산단체장들과의 오찬간담회장으로 출발하고, 김충현 부장은 사진현상을 한 뒤 AP통신사에 가서 전송까지 처리하느라고 몇 시간을 분주히 뛰어다녀야 했다. 내가 꼼꼼히 챙기지 못해서 일어난 일인데, 김 부장은 한 마디 불평도 없이 점심도 거른 채 모두 일을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그 사진을 볼 때마다 고마움과 죄송한 마음이 교차한다.


▶ 명의식 회장의 두 번째 미 무역대표부 방문은 1993년 4월 9일(미국시간 4월 8일 오전)에 있었다. 미 무역대표가 Calla Hills에서 Micky Kantor로 바뀜에 따라 새로 부임한 대표에게 한국 축산의 실정을 설명하고, 쇠고기 통상 압력을 자제해줄 것을 당부하기 위해서였다. 면담과정에서 명 회장은 6개 농축산단체가 벌인 축산물 수입개방저지 450만 명 서명운동 결과를 전달하고, 미국 등 수출국이 요구하는 쇠고기 수입 전면개방은 절대 수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또 수입 쿼터물량의 급격한 증가도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하고, 한국 농민의 어려운 현실을 충분히 고려해 줄 것도 요청했다.


▶ 명 회장은 이어서 미국 측 협상대표인 USTR 대표보 Robert Cassidy와 한국담당과장 Peter Collins와의 면담에서 “한국 농민의 입장은 국내산 공급부족분에 대한 쇠고기의 수입은 인정하지만, 너무 급격한 시장개방이나 쿼터물량 확대로 한국 농민의 생업이 붕괴되거나 잠식될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그렇게 될 경우 심각한 정치, 사회적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와 같은 명 회장의 주장에 대해 Kantor 대표 등 미 행정부 관리들은 “한국 축산업의 어려움은 이해하나 미국도 어려움이 있으며, 미국의 기본 입장은 자유무역주의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한국도 UR협상 등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두 차례에 걸친 미 무역대표와의 면담에서 미국의 벽이 높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했지만, 이를 계기로 USTR의 신임 대표와 협상 대표에게 우리 축산업계가 처한 상황과 급격한 수입개방의 문제점 등을 확실히 전달하는 성과를 얻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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