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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남성우 박사의 ‘相生畜産’ / 50. 도입육우 사양관리 교육

도입육우 지식·경험 부족…현장 교육 시급과제
해외 전문가 초빙 등 현지 원스톱 지도로 큰 호응

  • 등록 2018.11.15 19:59:51


(전 농협대학교 총장)


▶ 소 두수 증식을 통한 농가소득 증대를 목적으로 1982년부터 시작된 외국산 육우도입정책은 실패로 끝났다. 농가소득을 올리기 위해서는 축산진흥이 급선무라고 판단해서 소를 수입했으나 1990년이 되기도 전에 도입육우는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이렇게 실패를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① 도입육우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부족했고 ② 사육시설이 미흡했고 ③ 소 두수 급증으로 소값이 급락했고  ④ 소값 하락으로 번식용 암소마저 비육, 도축하는 기현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도입육우는 우리나라 여건에서는 맞지 않는다는 판단으로 정부는 증식정책을 포기했다. 


▶ 도입육우가 수입되던 시기에 필자는 축협중앙회 축산기술지원단(畜産技術支援團)에서 한우 및 젖소 경영·사양기술지도를 담당하고 있었다. 도입육우의 입식이 정부정책으로 시행되면서 도입육우의 사육시설 개선과 사양기술 교육을 추진하게 되었고 축산기술지원단이 교육업무를 맡았다. 당시 기술지원단은 김순갑 단장이 이끌고 박노원 과장(수의사),  故 이광직 대리(사료작물 및 초지전문가), 유재일 대리(사육시설전문가), 필자(한우 및 젖소사양·경영전문가) 등이 도입육우 교육을 담당했다. 당시 단기간에 많은 육우도입으로 농가교육은 화급을 다투는 상황이었다. 우선 정부와 협의하여 전국을 순회하는 도입육우기술교육계획을 수립했다.


▶ 교육효과를 높일 목적으로 육우수출국의 전문가를 초빙하기로 결정하고, 당시 수출국이던 캐나다의 알버타(Alberta)주 캘거리(Calgary)시에서 육우를 사육하면서 농가컨설팅을 하는 Terry G. Lee 씨를 초청했다. 모든 교육은 참석자들의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므로, 교육 프로그램에 캐나다 현지 소 사육농가의 슬라이드를 통한 시청각 강의가 진행된다는 것을 행정기관과 축협을 통해서 홍보했다. 기술지원단의 교육 담당자들은 이미 담당과목에 대한 집필을 완료하고 교재를 만들어 놓은 상태였다. Terry G. Lee 씨는 성이 Lee 라서 혹시 한국 교포인 줄로 오해할 수 있는데 파란 눈을 가진 캐나다인이다. 나는 김포공항으로 마중 나가서 시청 앞 프라자호텔에 투숙토록 했다. 다음날 호텔에서 그를 만나 강의내용에 대해서 사전 연습을 했다. 그가 준비해 온 슬라이드를 넘겨가면서 그가 강의를 하면 내가 순차통역을 하는 연습이었다. 밤늦도록 연습을 한 끝에 둘이는 안도할 수 있었다.


▶ 다음날 나는 그를 양평에 있는 도입육우 사육농가와 한우농가로 안내했다. 순회강연 전에 한국의 축산현장을 미리 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우리나라의 소 사육상황을 본 그에게 의견을 물어보니 한마디로 ‘사육여건이 너무 열악하다’는 것이었다.
  도입육우교육은 농림부나 내무부에서 워낙 관심이 컸던 만큼 시·도와 시·군의 관심 또한 대단했다. 각 시도, 시군의 축산담당 국·과장은 교육 시작부터 끝까지 교육을 참관하면서 스스로도 배웠다. 지금은 농민들을 상대로 하는 교육이 활성화 돼 있고 자발적인 참여도도 높지만 당시에는 교통도 불편하고 관심도 떨어져서 교육 대상자들이 참석토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 때는 시장·군수가 임명직이었으므로 중앙정부가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사항에 대해서는 소홀히 할 수가 없었다. 도입육우를 배정받은 농가는 입식 전에 의무적으로 교육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캐나다에서 초청한 Terry Lee 씨가 첫 번째 강의를 맡았다. 그가 준비한 슬라이드는 품종별 육우사진, 방목하는 초지, 사육시설, 어린송아지부터 큰소까지 사양방법, 암소의 번식, 뿔 자르기, 소의 각종 질병에 관한 사진과 도표 등을 포함하고 있었다. 모두가 가장 놀랐던 장면은 추운 겨울, 지붕도 없는 넓은 벌판 비육장(feed lot)에서 땅바닥에는 눈이 깔려 있고, 심지어 소 등에 눈이 하얗게 덮인 상태에서도 잘 견디는 육우의 강인함을 눈으로 확인했을 때였다. Lee씨는 강연에서 “육우는 원래 추위에 강한 가축이므로 한국에서처럼 고삐를 매어 가두어 기르는 것부터 고쳐야 한다.”고 설득했다. 또 그는 “도입육우들은 수출국에서 넓은 초지나 비육장에서 방목해서 키운 소들이다. 추울까봐서 우사 내에서 매어 기르는 것은 소들에게 스트레스가 된다. 우사의 문을 꼭꼭 닫으면 환기가 안 돼서 호흡기질병, 피부병, 눈병 등에 걸리기 쉽다”고 역설했다. 그의 강연 중에서 이런 내용만 해도 그를 초청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 우리는 이런 순회교육을 주기적으로 실시했으며 지자체의 요청이 있을 때는 추가로도 교육을 했다. 전국을 한 번 도는 데는 약 2주간이 소요되었는데 순회교육을 마치고 나면 교육 결과를 평가하여 보완·발전시켜 나갔다. 1983년도에는 KBS라디오의 ‘앞서가는 농어촌’ 프로 담당  변광수 PD와 협의하여 전국 각지의 KBS공개홀에서 도입육우 관리기술을 주제로 ‘KBS 영농공개강좌’를 실시했는데 가는 곳마다 대 성황을 이루었다. 방송사와 기획한 교육이 성황리에 마무리되어 큰 보람이었다.


▶ 집합교육 뿐만 아니라 농가를 직접 방문하여 현장 가술지도도 실시하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소 사육시설 점검, 사양관리 지도, 질병 치료 등을 한 번에 해주는 것에 대하여 농가들은 대단히 고마워했다. 그도 그럴 것이 각 분야별 전문가들이 현지지도팀을 구성해서 찦차를 타고 농장까지 직접 출장하여 지도를 하는 원스톱 지도를 해주는 것이므로 효과와 반응이 아주 좋았다. 계속되는 순회교육과 현지기술지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이 계속되었지만 그 만큼 보람이 컸던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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