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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남성우 박사의 ‘相生畜産’ / 97. 축산기술지원단 - 농가 순회교육의 추억

경험·이론 겸비 국내 최고의 축산 지도조직 활동
전국 누비며 강의…뜨거운 현장 반응에 ‘보람’

  • 등록 2019.06.05 11:11:48


(전 농협대학교 총장)


▶ 전에 축협중앙회는 산하에 ‘축산기술지원단’이라는 다소 특이한 조직을 운영했었다. 축산기술지원단은 양축농가를 대상으로 경영기술, 사양기술, 시설관리기술, 질병예방 및 치료, 초지 및 사료작물 재배기술, 가축시설, 분뇨처리기술 등 실제 양축에 필요한 기술 지도를 전담하는 조직이었다. 단장을 포함하여 분야별 전담지도요원 7~8명으로 구성된 기술지원단은 양축농가에 대한 컨설팅서비스 조직이었다.


▶ 안성에 있는 한독낙농시범목장에서 서기로 근무하던 필자는 1981년 1월 1일 축협중앙회가 설립되자 농협에서 축협으로 적을 옮겼다. 축산전공자로서 축산분야에만 관심이 있던 나로서는 당연한 선택이었다. 그해 승진고시에 합격하여 중앙회 기술지원단 지도역(指導役:Extension Specialist)으로 발령을 받았다. 그 덕분에 나는 전국의 양축농가를 대상으로 현장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게 되었다. 안성목장에서만 5년 가까이 근무한 내게는 중앙회 생활이 낯설었지만, 기술지원단 선배들의 도움을 받으며 빠르게 적응해 나갔다.


 ▶ 내가 처음 부임했을 때 기술지원단에는 축산행정 전문가인 김순갑 단장을 비롯해 국내에서 손꼽히는 임상수의사인 박노원 과장, 초지 및 사료작물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로 꼽히던 故 이광직 대리, 사육시설 및 환경분야에서 독보적인 전문가로 인정받던 유재일 대리, 가축질병 담당 고 김영섭 대리, 이문성 대리, 중소가축 지도담당 홍명기 대리 등이 있었다, 그 분들의 도움 속에 나는 한우와 젖소의 경영과 사양관리 지도를 담당하는 한편, 지원단의 기획업무와 서무를 담당하는 지도역으로 근무했다.


▶ 축산기술지원은 크게 집합교육과 현지방문 지도라는 두 가지 방법으로 수행되었다. 집합교육은 도별 순회교육, 시군별 집합교육, 조합자체교육 등 지도요원이나 축산농가를 모아놓고 강의를 통해 교육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현지방문지도는 행정기관, 축협조합 또는 양축농가의 요청이 있을 때 농목장이나 초지·사료작물 등과 관련해 현지에 직접 출장해서 지도하는 방법이다.


▶ 한우개량 순회교육, 낙농기술 순회교육, 도입육우사육기술 순회교육, 초지 및 사료작물 재배기술 순회교육 등 전국단위 교육은 각 도별(주로 도청소재지 중심)로  양축기술 업무담당자들을 교육시키는데, 제주도까지 전국 9개도를 순회하면 꼬박 15일 정도가 소요되었다. 당시 기술지원단에는 9인승 지프차가 전용으로 배정되어 순회교육이나 현장방문 지도 때 요긴하게 활용했다. 장거리 순회교육이다 보니 김옥주, 김태문 두 기사도 우리 일행과 전국을 누비며 고생을 함께했다.


▶ 당시 축산기술지원단은 전국 유일의 축산전문 지도조직으로서 그 실력을 인정받았고, 양축가들이나 조합지도 담당자들의 반응도 매우 좋았다. 특히 순회교육 때는 도청과 시군의 축산담당 국·과장들이 직접 교육에 참여할 정도로 호응도가 높았다. 이렇게 인기가 높고 호응도가 좋았던 데는 이유가 있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기술지원단 구성원들의 현장경험과 이론을 겸비한 실력이 모두에게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사실 수백 명씩을 모아놓고 강의를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교육 내용이 아무리 좋더라도 강의 교수법이 미흡하면 주의집중이 어려워지고 양축가들에 대한 학습효과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 그러나 기술지원단 지도역들의 강의는 확실히 달랐다. 농가가 경험한 사항이나 애로사항을 중심으로 진행했고, 특히 슬라이드 상영을 통해 시청각 교육방법을 택했기 때문에 양축농가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필자의 경우를 예로 들면, 1980년 네덜란드 국제낙농경영과정 참가 중에 수집한 슬라이드와 한독낙농시범목장 근무 때 만들어 놓은 슬라이드를 유용하게 활용했다. 여기에 농가 방문지도 때 수집한 모범사례나 실패사례도 좋은 교육자료가 되었다. 강의 후 양축농가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을 때는 그동안의 피로가 눈 녹듯이 사라졌다. 이와 함께 지도역의 보람도 느껴졌고, 뿌듯한 행복감에 빠지는 날도 찾아왔다.


▶ 지금도 나는 축산기술지원단에 근무하면서 축산농가들과 함께 호흡하며 지낸 시절을 잊지 못한다. 특히 최연소 멤버였던 내게 격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던 선배 분들의 애정 어린 도움을 잊지 못한다. 안타깝게도 지원단의 최 연장자이면서 항상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해주셨던 이광직 선배께서 몇 년 전에 세상을 떠나셨다. 언제나 유머 섞인 언어로 주위에 기쁨을 선사하던 그분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귓전에 울리는 듯하다. 평생 남을 돕는 일을 하다 영면하신 고인의 명복을 빈다.


▶ 기술지원단의 업무 중에 평가가 좋았던 사업으로 ‘가축순회진료사업’이 있었다. 매년 여름방학 때면 지역별 국립대학교 농과대학 수의학과와 협력하여 지방을 순회하며 무료로 가축진료서비스를 해주는 사업이다. 기술지원단이 지프차에 약품과 진료장비를 싣고 지방으로 가면 대학에서는 교수와 학생이 동참하여 힘을 모았다. 그 때는 지방에 수의사가 드물던 시절이라 인기가 좋았다. 마을회관 앞에 차려놓은 진료소로 농가들이 소를 끌고 오면 병을 진단하고 주사나 약을 투여해주었다. 당시는 기생충이 만연되던 시기라 기생충 약을 나눠주면 농가들이 좋아했다.


▶ 축산기술지원단은 축산농가에 대한 경영, 사양, 질병관리, 초지 및 사료작물 재배, 가축사육시설 및 환경 분뇨처리 전담 서비스 조직으로서, 오랫동안 협동조합 본연의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리고 그 맥은 계속 유지되어 지금은 농협중앙회 축산경제의 축산컨설팅방역부로 발전해 국내 축산발전의 막중한 임무를 성실히 이끌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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