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상 준 팀장(농협축산식품개발TF)
2019년 9월 파주에서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AFS)이 확산되며 돼지고기 값이 폭락하고,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 상실에 따라 축산농가의 시름이 더욱 깊어진 한 해였다. 밖으로는 배양육, 식물성 고기 등 대체 육류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우리 축산업을 보호할 새로운 축산식품 개발과 유통 확대, 시장 대응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올해 농협 축산경제는 안심축산(한우 시즈닝 스테이크, 냉동양념육 등)과 목우촌(햄·소시지류·HMR 등), 그리고 계통조직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가공제품(가공육, 육포, HMR 등)을 만들었지만 아직 획기적인 매출 연계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다.
대형마트의 자사 PB제품 판매 전략은 농협 이외 On-Off라인 판매채널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며, 유사상품의 난립과 경쟁 심화 속에서 국내산 축산식품의 설 자리는 점점 더 잃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국내산 축산물 유통 활성화를 위해 차별화된 제품 개발을 포함한 판매 마케팅이 절실한 상황이다.
농협 축산경제는 지난 3월 축산유통부에 축산식품개발TF팀을 신설해 제품개발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1·2인 가구 증가, 맞벌이 보편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등으로 인해 가정간편식(HMR) 시장은 급성장 중이다. 올해 HMR시장은 약 5조원대로 예상되고 있다. 그동안 주로 인스턴트식품 시장이었다면 앞으로 맛과 신선함을 가진 프리미엄 HMR시장으로, 손질된 식재료와 소스를 포장한 밀키트(Meal Kit) 형태의 시장이 함께 발전해 나갈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우리는 강레오 셰프와 컨설팅 계약을 맺고 국내산 축산물로 밀키트 12종, HMR 7종을 완성해 농협몰과 홈쇼핑에서 테스트 마케팅을 하고 있다. 밀키트의 경우 ‘The편한밥상’ 브랜드로 성장시키고 ‘The편한밥상’<생일상>·<잔치상> 등 기획세트를 만들어 회원정기배송 사업을 추진한다. HMR은 목우촌과 함께 다양한 제품군으로 판로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2025년부터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여기에 대응해 기능성 식품인 연하식(잘 씹히는), 실버푸드 등 신선한 농·축산물을 이용한 건강간편식을 찾는 새로운 소비시장의 수요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아직 블루오션 시장이라 할 수 있는 이유식, 키즈, 실버, 다이어트 식품 등 케어푸드(Care Food) 제품군에 대한 다양한 분석을 통해 미래 시장을 선점할 제품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제품도 다양한 판매 채널과 연계되지 못하면 상품성·상업성을 잃고 만다. 충분한 시장조사를 통해 국내산 축산물로 만든 프리미엄 제품이라는 마케팅과 함께 차별화된 상품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더불어 차별화된 상품을 체계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전문 판매조직을 육성해야 한다.
범 농협 차원의 축산식품 판매 활성화를 위한 노력은 여전히 부족하다. 엄연히 축산경제에 축산물 도축·가공·유통 등 원물을 포함한 가공제품 개발 및 유통 기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농협 유통자회사의 자체적인 축산사업 추진으로 이원화된 시스템을 갖고 있어 업무 효율성 및 경쟁력을 잃고 있다. 따라서 농협경제지주 차원의 축산물 원물을 포함한 제품 개발 및 유통기능을 축산경제로 일원화하고, 아울러 축산경제는 한우·한돈을 비롯한 국내산 축산물의 농협 브랜드 파워를 최대한 활용하는 마케팅·홍보활동 강화, 축산물공판장을 주축으로 한 도축·가공사업 활성화, 이와 병행한 차별화된 제품 개발 및 계통조직의 축산식품 통합 판매를 위한 체계적인 물류·유통 시설과 시스템을 조직해 나가야 한다.
축산식품 개발 및 유통을 위해 농협이 가고자 하는 길은 여전히 멀고도 험난하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배달사업이 이렇게 커질지 누가 알았던가? 외국자본이 단순히 배달사업을 위해 국내 업체를 인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앞으로 다양한 상품개발과 연계해 소비자 직거래 대면 판매로 사업을 확장할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시장이 급변하고 다양한 판매채널이 더욱 성장해 가는 상황에서 새로운 역량과 기능을 갖추어 나가기 위해서는 축산경제 임직원 모두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적극적인 실천 의지뿐 아니라 범 농협 차원의 협조 및 전사적인 지원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