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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남성우 박사의 산티아고 순례길

“후회 말고 행동하자”…한 달간 850km 도보순례 도전
해발 1천200m 산맥 넘는 험준한 ‘원조’ 코스 선택

  • 등록 2020.08.26 10:45:20


(전 농협대학교 총장)


필자는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해 5월 23일부터 한 달여의 일정으로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Camino de Santiago)을 도보로 다녀왔다. 이 길은 오래전부터 전 세계의 수많은 순례자(Pilgrim, Peregrino)들이 도보 또는 자전거로 순례에 나서는 유명한 길이다. 안타깝게도 최근 코로나 사태로 인해 쉽게 다녀올 수 없게 됐지만 우리나라도 이미 많은 분들이 다녀왔으며 다양한 종류의 순례기를 남기기도 했다. 처음 경험한 사람으로서 850km 도보 순례 여정을 정리해보고, 순례 중 느꼈던 소회 등을 적어보았다. 전문 여행가도 아니고 더구나 기행문을 써보지도 않은 사람이 글을 쓴다는 게 주제넘은 일인 줄 알면서도 용기를 낸 것은 산티아고 순례를 버킷리스트로 정해 놓고도 코로나 사태로 인해 행동에 옮기지 못하는 분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알기 때문이다. 혹 오류가 있으면 바로잡아 주시고, 표현에 미흡한 부분이 있더라도 해량하여 주시기 바란다. 아울러 이 글이 순례를 계획 중인 분들께 다소라도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졸고를 연재할 수 있도록 귀중한 지면을 할애해주신 축산신문 윤봉중 회장님과 관계자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 왜 산티아고 순례길인가?

세계 여러 곳에 성지순례길이 있는데 그 중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고, 가장 잘 개발돼 있으며,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이 길(camino)을 간다. 목적지는 스페인 서북부 갈리시아(Galicia) 지방에 있는 도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인데 예루살렘 및 로마와 더불어 가톨릭 3대 성지의 하나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가까이는 프랑스에서 멀게는 이탈리아 동유럽에 이르기까지 유럽 전역에서 출발해 이곳까지 이르는 수많은 경로(Route)가 있다. 스페인 국내루트는 아주 다양해 현재 모두 50여개의 루트가 있다. 이렇게 많은 길 중에서 프랑스 길 등 6~7개의 루트가 순례자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길이다. 예를 들면 프랑스길(French Route) 북쪽길(Nothern Route), 프리미티브길(Primitive Route), 포르투갈길(Portuguese Route), 영국길(English Route), 바스탄길(Baztan Route), 아라곤길(Aragon Route), 마드리드길(Madrid Route) 등이다. 

여러 루트 중에서 가장 많이 몰리는 곳은 프랑스길로 순례자의 약 70%가 이 길을 택한다. 피레네 산맥을 넘는 이 길은 코스가 잘 개발되어 있고 알베르게 등 숙박시설, 가게, 카페, 식당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어 편리하기 때문이다. 

아스투리아스왕국 때 수도였던 오비에도(Oviedo)에서 출발해 산티아고에 이르는 프리미티브(Primitive)루트는 해발 1천200m 고지의 산맥을 넘는 험준한 산길인데, 국왕 알폰소 2세가 루트를 개발하고 직접 순례를 했던 320km에 이르는 최초의 원조 순례길이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이하 산티아고라 함)가 성지로 인정받고 있는 것은 예수님의 12제자 중 최초의 순교성인인 성 야고보(St. Jacob, 스페인어로 Santiago, 영어로 St. James)의 유해가 안치돼 있는 산티아고 대성당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 야고보는 베드로, 요한과 함께 예수님이 가장 아끼는 수제자로 알려져 왔다. 

성 야고보는 유대지역 뿐만이 아니라 이베리아반도까지 건너가 선교활동을 하고 돌아온 후, 서기 44년에 그리스도인을 탄압하던 유다왕국의 헤롯(Herod) 왕에게 체포, 참수당해 제자들 가운데 가장 먼저 순교했다. 예루살렘에 안장됐던 유해는 그가 선교활동을 했던 스페인의 갈리시아 지방으로 옮겨졌지만 로마제국의 박해로 행방이 묘연했는데, 9세기 어느 날 밤, 양치기가 들판 위에서 별빛이 환하게 비추는 곳이 있어 찾아가니 그곳에 성 야고보의 무덤이 있었다고 한다. 콤포스텔라는 ‘별들의 들판’을 지칭하는 곳으로 각지의 기독교인들이 몰려들어 도시가 형성된 것이다. 당시 아스투리아스(Asturias)왕국의 알폰소 2세는 이 소식을 듣고 유해를 봉안하기 위해 이 무덤이 있는 곳에 대 성당을 짓도록 명해 829년에 성당이 봉헌됐다. 성당 지하에는 성 야고보의 유해가 은관에 모셔져 안치돼 있다.     

성 야고보는 스페인의 수호성인으로 받들어져 중세부터 시작된 순례가 널리 퍼져나갔고 각지에서 출발하는 여러 갈래의 순례길이 생겨났다. 순례길은 11~15세기에 가장 번성했는데 12~13세기에는 최고조에 달해 산티아고 대성당의 문이 닫힐 때가 없을 정도로 순례자가 많았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16세기 종교개혁이후 순례자가 감소하면서 쇠퇴기로 접어들었다. 침체기를 거쳐 오다가 20세기에 들어와서 1982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교황으로서는 처음으로 산티아고를 방문하면서 가톨릭 신자들의 관심이 높아졌으며, 199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후 성지순례 신자들뿐만 아니라 트레킹을 목적으로 하는 일반 여행객들까지도 순례길을 찾는 수가 크게 늘고 있다.


▶ 성지순례를 하게 된 동기 

네 번이나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온 대학동기 이호선 친구로부터 여러 번 이야기를 들으면서 언젠가 나도 한 번 도전해 봐야겠다는 생각은 갖고 있었지만 막상 실천에 옮기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그 친구에게 순례길을 걸으면 무엇이 좋더냐고 물었을 때, 그의 대답은 “걸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 걸어봐야 느낄 수 있다. 앞으로 남은 인생을 걸어가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참으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대답이었고 은근히 도전의식을 일깨우는 말이었다. 친구가 지난해 5월 북쪽루트 850km를 도보로 순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초행인 필자로서는 큰 원군을 만난 셈이고 실제로 여정 중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나의 인생에서 이토록 값진 선물을 안겨준 그 친구에게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한다.


▶ 북쪽 루트(Nothern Route)를 가다. 

여러 순례길 중에서 북쪽 루트는 스페인 북쪽 대서양 해안을 따라서 산티아고에 이르는 해안코스이므로 바닷가 경관이 아주 뛰어나다. 도중에 중세의 시가지를 간직하고 있는 옛 도시와 휴양관광지 여러 곳을 만나게 된다. 프리미티브 루트는 오비에도(Oviedo)를 출발해 칸타브리아산맥을 넘고 루고(Lugo)를 거쳐 멜리데(Melide)에서 프랑스 루트와 합류해 산티아고에 이르는 길이다. 내륙 산간지대를 관통하는 이 길은 해발 1천200m의 큰 산맥을 넘어야 하는 어려운 코스로서 북쪽 루트의 일부에 포함된다. 중도에 만난 순례자 중에 그 길을 걸었던 순례자의 말에 따르면 어려운 길이므로 날씨를 보고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신에 오비에도에서 계속 해안을 따라 가는 해안루트는 길이 좋고 경관도 뛰어나다고 했다. 

우리는 이 루트의 중간 정도까지 해안 길을 걷기로 했기 때문에, 갈림길에서 산길 루트 즉 프리미티브 루트를 택하기로 결정했다. 그 루트는 중세 때 아스투리아스의 국왕 알폰소 2세의 명에 따라 최초로 개발된 길이기도 하고. (그래서 원조라는 의미에서 프리미티브(스페인어로는 primitivo) 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임) 왕이 친히 순례를 했던 루트이므로 우리도 그 길을 택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결국 우리가 택한 길은 전반에는 북쪽 루트 해안 길을, 후반에는 프리미티브 루트를 걷는 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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