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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돈

위기의 돼지위탁사업 ① 새로운 활로 ‘각광’

한국양돈 한축…뿌리째 흔들린다

[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한국양돈의 한축을 지탱해온 돼지위탁사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양돈계열화사업의 필수과정으로, 또 한편으로는 가축질병의 연결고리 차단을 위한 수단이자, 규모화의 한 방법으로 주목을 받아온 돼지위탁사업. 하지만 지금은 국내 양돈산업의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은 물론 방역의 구멍이자, 축산환경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확산시키는 ‘적폐’ 로 낙인찍히고 있는 실정이다. 도대체 양돈현장에서는 어떤일이 벌이지고 있는 것일까.


“양돈현장 다양한 고민 풀어줄 활로”…급속히 확산

비육장 없는데 너도나도 번식장만…부작용 잇따라


출하돈 10두 중 2두는 ‘위탁’

위탁사업은 기본적으로 번식과 비육농장이 분리된 ‘2-Site’ 사육형태에서 시작된다.

모돈전문농장에서 생산된 자돈을 직영이 아닌 다른 농가 소유의 비육전문농장에 의뢰, 일정액의 비용을 지불하고 출하시까지 사육을 담당토록 하는 게 위탁사업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도축되는 돼지의 18%(2019년 기준)가 위탁사업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개정된 축산계열화법에 따라 단 한 마리의 돼지라도 위탁을 실시하는 사업체나 농장은 모두 법인화를 거쳐 계열화사업자로 등록이 의무화 된 상황. 농식품부는 이에 따라 돼지이력제를 통해 돼지소유주와 출하농가가 각기 다른 사례를 파악, 위탁사업 현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돈전산프로그램인 ‘한돈팜스’ 를 통한 추정치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한한돈협회 이병석 부장은 “한돈팜스 입력농가들을 기준으로 사육규모 300두 이상인 모돈전문농장의 모돈수가 전체의 25% 정도로 집계됐다”며 “모돈수 300두 이상의 농가만을 감안한 데다, 모돈전문농장의 자돈판매도 이뤄지는 것을 감안할 때 그 비중은 20%를 약간 밑돌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국내에서 출하되는 돼지 10마리 가운데 약 2마리는 위탁사업에 의해 사육되고 있는 셈이다. 한국양돈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인 것이다.


소모성 질환 ‘특효’

돼지위탁사업이 크게 증가한데는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우선 위탁사업이 필수적일 수 밖에 없는 양돈계열화사업의 확대다. 국내 양돈산업의 양적 성장은 계열화사업과 더불어 위탁사업 물량 증가로 이어졌다. 2000년대 초반부터 국내 양돈현장에 심각한 피해를 유발해온 돼지소모성질환은 위탁사업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계기가 됐다.

농장내 소모성질환의 순환고리를 차단하는 가장 효과적인 해법으로 ‘2-Site’가 손꼽히며 생산성 하락에 고민하던 양돈현장에서는 번식과 비육농장을 분리하는 추세가 급속히 확산되기 시작한 것. 

심지어 정부까지 나서  ‘2-Site’를 통해 양돈현장의 번식과 비육 전문화를 독려할 정도였다. 

폐사와 생산성 하락, 도축두수 감소로 인한 돼지가격 상승 등 소모성질환의 폐해가 극에 달하자 지난 2010년 미국의 파이프스톤형 번식전문농장 지원사업을 도입하기도 했다. 


모돈전문농장으로 규모화

이는 곧 규모화를 통한 경쟁력 제고가 마치 필수과제처럼 인식돼던 양돈현장의 분위기와 맞물리며 모돈사육두수 확대와 함께 모돈전문농장 전환 추세가 가속화 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기존의 규모화 된 농가나 법인은 물론 전업규모의 이하의 일관사육 농가들까지 너도나도 모돈전문농장 대열에 합류하며 위탁사업이 급증하는 가장 큰 배경으로 작용했다.

다산성 종돈의 국내 도입과 저변화는 위탁사업이 늘어나는 또 다른 요인이 됐다.

굳이 모돈 사육두수를 늘리지 않은 농가라도 다산성 종돈 입식으로 자돈 생산량이 증가한 반면 비육장 시설은 그대로다 보니 밀식이 불가피, 자신의 농장에서 미처 수용하지 못한 잉여 자돈을 위탁을 통해 비육해 온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배합사료업체들에 의해 더욱 심화돼 왔다. 직영 모돈전문농장을 확보하거나 사료구입을 전제로 모돈전문농장과 비육전문농장을 연계해 주는 방안이 판로확대를 위한 핵심 영업전략으로 주목을 받으며 위탁사업에 뛰어드는 사료업체들이 속속 출현한 것이다.


키워줄 곳이 없다

그러나 위탁사업의 급속한 확산은 심각한 구조적 결함을 동반할 수 밖에 없었다.

모돈전문농장의 증가 추세를 비육전문농장이 미처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이 그것이다. 한 양돈컨설턴트는 “위탁을 받는 비육전문농장은 사육비가 수익의 전부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농장운영이 가능하지만 큰 수익은 기대할 수 없는 게 엄연한 현실”이라며 “농장도 사업임을 감안할 때 비육전문농장을 선택하는 농가들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채무부담과 낮은 생산성으로 한계에 달한 곳이나, 농장주의 노령화 등으로 번식에 자신이 없는 일관사육농장만을 중심으로 비육전문농장으로 전환이 일부 이뤄지다 보니 모돈전문농장은 포화 상태에 이른 반면 이곳에서 생산되는 자돈을 키워줄 비육전문농장은 절대 부족한 기형적 구조가 만들어졌다.

이는 곧 위탁 사육비의 비정상적인 상승은 물론 기본적인 사육시설과 자질을 갖추지 못한 농가들까지 비육전문농장으로 중용될 수밖에 없는 결과로 이어지며 여러 가지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다.

한 때는 국내 양돈산업의 다양한 구조적인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해법으로 각광받던 돼지 위탁사업이 언제부터인가 천덕꾸러기로 전락하며 양돈산업의 또 다른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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