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민병진 기자] 2002년 우유수급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우유대란이 현실화됐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그해 11월 각 농가마다 정상유대에 납유할 수 있는 기준원유량을 정하고 초과원유를 정상유대보다 낮은 가격에 매입하는 잉여원유차등가격제를 낙농진흥회에 도입했다. 이후 일반 유업체와 유가공조합도 이와 유사한 방식을 택하게 됐고, 이는 지금의 쿼터제로 발전하면서 낙농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제도 중 하나로 굳혀져 유지되고 있다.
올해는 잉여원유차등가격제가 도입(2003년 기준)된지 20년이 되는 해로, 제도 관련 이슈를 두 차례에 걸쳐 정리해봤다.
감산정책 강화로 낙농가 생존 위협…일대 반발 야기도
▲집유주체 이탈…불안정한 출발
농림축산식품부와 낙농진흥회는 우유수급 불균형 해소를 위해 기존에 초과원유를 전량 구매하던 정책 대신 생산량 조절을 위해 잉여원유차등가격제 도입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낙농진흥회는 2001년 7월부터 2002년 6월 일평균 생산량의 80%를 기준원유량으로 정하고 기준원유량의 106% 물량에 대해 정상유대를, 106%초과~117%물량은 정상유대의 70%, 117%를 초과한 물량에 대해 200원/kg을 지급키로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당시 집유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던 서울우유협동조합을 비롯한 부산경남우유협동조합 등이 제도 시행에 반발해 낙농진흥회를 탈퇴하면서 집유주체별 독자적인 원유수급체계를 운영하게 됐다.
이러한 가운데, 제도 시행에도 불구하고 2003년 5월 기준 분유 재고량(원유 환산 기준)은 제도 시행 시점인 2002년 11월(20만6천톤)과 비슷한 20만톤을 기록하는 등 수급 불균형은 여전했다.
결국 정부는 증산농가에 한해 잉여원유의 유대 삭감을 비롯한 폐업보상정책 및 생산량 목표량 설정 등의 감산정책을 강화했다.
이는 낙농진흥회 소속 낙농가들의 반발심을 키웠다. 진흥회 소속이란 이유로 규제의 대상이 되고, 진흥회의 원유생산량만 조절해서는 수급조절 기능이 한계에 부딪칠 수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낙농가들은 생존권을 위협받는 수준까지 소득이 줄어드는 위기에 처하자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납유거부 등 전국적으로 시위가 번졌다.
평행선을 달리던 대립은 양측이 한발씩 물러서며 2003년 7월에 봉합됐다.
그 결과 원유감산목표 하향 조정, 증산이 불가피한 농가에 대해 기준원유량 추가, 영세농가와 재해농가 등에 대한 경영자금 지원 등이 시행됐고, 이후 12월 기준 분유재고량(원유 환산 기준)은 9만3천톤까지 하락했다.
이 과정에서 농가간 쿼터거래가 양성화됐고, 쿼터 매매 시 낙농진흥회 등 집유 주체에 일정 물량을 반납하는 제도가 마련되면서 쿼터제는 수급조절 수단 및 낙농가들의 권리금과도 같은 역할을 하게 됐다.
▲구제역 파동…원유 부족, 증산 정책 시행
2010년 말 사상 최악의 구제역 파동이 발생하면서 당시 전체 젖소 사육두수의 8%인 3만6천여마리가 살처분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이로 인해 2011년 원유생산량은 188만9천톤으로 구제역 발생 이전보다 20만톤이 급감하면서 원유부족사태가 촉발됐다.
이에 유업체들은 농가들에게 버퍼 쿼터를 부여하면서 원유확보에 나섰으며, 정부 역시 감산정책 대신 증산 정책으로 전환해 생산량 회복에 힘썼다.
낙농진흥회 소속 농가들의 쿼터를 2년간 5% 증량했으며, 유대정산방식도 연간총량제로 전환했다.
쿼터를 초과해 생산한 우유는 당시 정상유대의 절반 가격밖에 받을 수 없지만 젖소는 특성상 계절에 따라 생산량이 달라 쿼터를 일정하게 맞추기 어려웠다. 하지만 연간총량제를 적용하면 쿼터 내에서 생산량을 맞추기 용이해 생산량 확대를 유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낙농진흥회는 이와 함께 소속 낙농가들의 쿼터량 보전을 위해 쿼터 매매 시 거래 물량의 20%를 회수하던 조치를 2년 동안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이러한 정책 덕분에 2012년 원유생산량은 211만톤을 기록하는 등 구제역 파동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회복된 것을 넘어 또 다시 원유가 넘치는 상황이 일어나면서 또 다시 수급안정 정책으로 전환됐다.
▲전국단위 원유수급조절제도 시행
2014년 지속적인 원유수급안정을 도모하고 공정한 원유거래 및 쿼터관리기반 마련을 위한 ‘전국단위 원유수급조절제도’가 시행됐다.
이는 2013년 생산자, 유업체, 정부간 합의한 ‘낙농산업선진화대책’에 따른 후속조치로 낙농수급조절협의회에서 마련한 ‘전국단위 원유수급조절제도 운영규약’(2013.12.11. 제정) 등에 따라 스스로 원유수급관리와 원유거래에 대한 공통원칙을 정한 것이다.
이전까지는 집유주체별로 서로 다른 방식의 쿼터제를 운영하고 수급상황도 서로 달라 전국적인 수급안정과 집유주체별 농가간 형평성 문제가 항상 거론됐었다.
제도 시행에 따라 참여하는 모든 집유주체 소속 낙농가를 대상으로 전국쿼터조사시스템을 활용한 쿼터이력관리가 도입됐으며, 모든 집유주체는 매월 말일자 기준으로 소속 낙농가가 보유한 쿼터와 상속이나 증여, 인도·인수, 감량 등 변동 사항을 신고함으로써 투명한 쿼터 관리가 이뤄지도록 하게끔 조치를 취한 것이다.
또한 원유수급불균형이 전망될 경우 명확한 원인분석을 통해 상황에 맞는 수급안정조치를 마련할 수 있도록 했다.
축산신문, CHUKSAN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