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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양두구육(羊頭狗肉)

■기자 칼럼/ 이동일

[축산신문 이동일 기자]
 
고사성어에 양두구육(羊頭狗肉)이란 말이 있다. 안자춘추(晏子春秋)를 출전으로 하고 있는 이 고사성어의 원말은 ‘현양두매구육(懸羊頭賣拘肉)’이라고 한다. 직역하면 양머리를 걸어놓고 개고기를 판다는 의미인데, 우리 일상에서는 거짓간판을 내건다, 좋은 물건을 내걸어 놓고 나쁜 물건을 판다, 또는 겉과 속이 다르다는 의미로 즐겨 쓴다.
이 고사성어는 특히 사회질서가 바로 잡히기 전에 많이 쓰여졌는데, 최근까지도 이런 고사성어가 그럴듯하게 적용되는 곳이 있으니, 그곳은 바로 쇠고기 판매점이다.
‘현양두매구육’에서 ‘양두’대신 한우, ‘구육’대신 수입육을 대입하면 ‘현한우매수입육’, 즉 한우 간판을 내걸고 수입육을 파는 곳이 된다.
한우 소비자들이 한우에 대해 갖고 있는 대체적인 인식은 ‘품질이 좋다’ ‘값이 비싸다’ ‘속을 우려가 있다’는 것이라고 한다. 이중에서 우리가 특히 주목할 것은 ‘속을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양두구육의 고사성어가 저절로 떠올려지는 대목이다.
올해 한우협회에서 운영 중인 한우유통감시단이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1/4분기 44건, 2/4분기 24건, 3/4분기 78건의 단속성과가 그것이다. 정육점 같은 판매점에 대해서만 단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정도의 위반사항이 적발될 만큼 부정불법둔갑판매는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음이 짐작된다. 여기다 음식점에 잠재해 있는 둔갑판매까지 감안하면 쇠고기 판매점은 ‘양두구육’이라는 오명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물론 모든 쇠고기 판매점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최근 ‘삼겹살보다 싼 쇠고기’, ‘가격파괴 1인분 4,500원’등의 간판을 내걸고 당당하게 수입육을 전문으로 쇠고기 음식점을 운영하는 프랜차이점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수도권 고급 한우 판매점의 경우 한우 1인분이 3만~5만원임을 감안할 때, 저가에 쇠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수입육 전문점의 마케팅은 상당한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쇠고기 음식점을 운영하려면, 수입육이라도 이렇듯 떳떳하게 취급하라고 말하고 싶다. 이는 다시 말해 간판은 한우를 내걸고 실제는 수입육을 적당하게 섞어 팔지는 말라는 것이며, 이를 제도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때마침 국회에서 음식점 원산지 표시를 강화하는 내용의 식품위생법안이 통과되고, 내년부터 쇠고기 이력추적시스템이 도입되며, 축산과학원에서는 한우와 수입육을 거의 100% 구분할 수 있는 DNA 판별법을 개발하는 등 한우 고기의 투명한 유통을 위한 한우인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한우협회가 한우전문점 인증제를 실시하고, 유통 감시를 강화하는 등의 자구노력도 주목된다.
다시 한우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언급을 하면, 소비자들은 한우의 가치에 대해 충분히 높은 가격을 지불할 생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결국 문제는 소비자들이 더 이상 한우는 속을 수도 있다는 불신의 우려를 씻는 일이다.
그런점에서 현재 추진되고 있는 한우유통 투명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는 미흡한 점이 많다. 무엇보다 모든 음식점을 대상으로 한 원산지 표시제 확대와 더불어 원산지 표시 위반시 벌칙 강화가 요구된다. 이와 함께 한우인들의 유통 감시 강화등 자구노력도 강조된다.
이제 더 이상 한우 판매점을 두고 ‘양두구육’이란 고사성어가 연상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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