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식육산업을 날씨로 표현하면 폭염과 한파로 정리 할 수 있을 것이다. 고돈가라는 폭염에 선호부위의 소비둔화와 대형유통업체의 buying power 증가의 한파가 겹친 한 해였다. 불행히도 이 세 가지 키워드는 다가오는 새해에도 지속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특히 대형 유통업체의 매서운 동장군이 돈육시장을 휩쓴 것은 향후 시장에 쏠림 현상을 야기하는 의미 있는 변화이다. 2010년 3월 대형 유통업체는 역마진을 무릎쓰고 990원이라는 초특가의 삼겹살을 팔기 시작했다. 특히 이마트를 필두로 대형 유통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초특가 행사에 참여하면서, 이들의 미끼상품 전략은 지속되었고 일반적인 행사의 궤를 벗어나게 된다. 당연히 돈육업체에 단가인하에 대한 압박이 가중 될 수밖에 없었다. 예년의 연말이면 출하량의 증가와 김장시즌 및 연말 다양한 행사로 돈육업체들이 얇은 옷차림으로도 한 겨울을 준비할 수 있는 시기였다. 그러나 2010년의 끝자락에서 2011년을 기다리는 지금 연평도 사건과 구제역이라는 변수가 생겼다. 유럽산 돈육유입·소매단계 등급표시…혼란요소 산재 돼지가치 소비자에 전달하는 접점 역할 자부심 가져야 양돈산업 뒷받침하는 육가공업계에 정부 적극적 지원을 ◆돈가 높아질 것 현재 우리 산업의 가장 큰 이슈는 구제역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는 어찌 할 도리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이 시간에도 방역에 힘쓰고 있는 여러 공무원들과 농민들에게 노고의 격려를 보낸다. 구제역 발생전 내년 돈가예측은 4천230원으로 2010년과 비슷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그러나 구제역이 발생되면서 현 돈가 추세로 흐른다면 2011년 역시 돈가의 상승으로 육가공시장은 어두운 한 해를 보내게 될 것이다. 지난 1월 10일 기준으로 한우를 포함한 돼지농장은 3천358개, 살처분 두수가 133만9천두를 육박한다고 한다. 이중 90%가 돼지라고 가정한다면 122만두의 돼지가 살처분 되었다. 결국 9만두 만큼의 소비량이 땅속에 파묻힌 것이다. 공급량이 그만큼 감소할 수 밖에 없다. 그나마 비육돈이 대부분이라면 다행일지도 모른다. 모돈의 살처분 두수가 몇 두 인가도 돈가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5~6월 정도에 돈육 공급물량이 휘청거릴 소지가 다분하다. 그나마 이 정도의 수준은 감내할 수 있을 것이다. 종착역이기를 간절히 바란다. 더 이상의 확산은 어두운 터널에서의 긴 여행을 예고할 것이다. 소비는 어떨까? 구제역이 만연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보면 일시적으로 소비에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미 여러 번의 구제역으로 정보가 풍부한 소비자에게 구제역이 사람에게 피해를 미치지 않는다는 인식이 자리잡은 만큼 소비위축은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거기에 더하여 공급의 부족분을 수입육이 메꿔 주기를 기대해 보지만, 국제 돈가가 그리 녹녹치 않다. 곡물가 상승 때문이다. 또한 중국 및 동남아시아의 수입량 증가로 인해 국내 수입량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비록 수입육이 국내에 많이 들어온다 하더라도 원산지 표시의 영향으로 돈가상승의 기세를 잠재우기는 역부족일 것이다. ◆주요 정책변화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얼마 전 한·EU FTA가 체결되었다. 그에 뒤질세라 한·미 FTA가 재협상에 돌입하며 수정되었다. 국회 비준안이 남아있지만, 7월 정도에 발효가 예상된다. 정부와 산업체에서는 양돈분야에서 나름의 피해규모를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분석된 피해규모는 눈으로 보이는 시각적인 수치에 불과할 뿐이다. 예측으로부터 초래되는 문제는 항상 보이지 않는 것들, 즉 지금 상황에서 나타날 수 없는 것들이 훨씬 더 많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국내양돈산업을 흔들 수 있는 큰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특히 유럽의 돼지고기가 국내에서 시장확대를 하는데 기폭제가 될 것이 분명하다. 당장의 영향은 미미할지 모르지만, 돈육생산량이 많은 유럽의 돈육이 단계적으로 국내에 반입되어 시장을 넓혀가면 그만큼 국내산 돈육의 소비위축으로 이어질 것은 당연하다. 돈육의 육질등급이 소매단계에서 자율적으로 시행된다. 유통시장은 물론 소비자의 혼란이 예상된다. 개정될 육질등급은 그 기준의 부정확성으로 인해 1+등급에서 과지방(떡지방)이 발생할 가능성을 상당부분 내포하고 있다. 얼마 전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선호도 조사에서도 1+등급의 선호도가 오히려 더 낮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는 삼겹살내 지방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 육질등급의 평가기준이 소비자가 원하는 육질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주는 실례이다. 만약 소매단계 육질등급 표시제가 시행된다면 소비자의 요구와 동떨어진 기준으로 인해 삼겹살의 소비는 더욱 더 위축될 것이 분명하다. 이로 인해 1차 육가공산업은 물론 양돈산업은 힘들어 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우리의 해법은 무엇일까? 정답은 소비자다. 특히 국내양돈산업을 포함한 돈육산업의 글로벌FTA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비자 관점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소비자를 위한 돼지고기 육질을 규명하고 그에 대한 기준과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그 다음으로 이러한 육질을 올바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정부와 산업체가 공동으로 머리를 모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소비 트렌드의 변화이다.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돼지고기 선호도 조사를 보면 맛과 안전(건강)을 가장 중요시 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즉 맛있고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고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대형유통업체의 구매패턴은 이러한 소비자의 심리를 어느 정도 반영한다고 보여진다. 2010년부터 이마트는 품질중심의 돈육업체 선정을 강화하고 있다. 2011년에는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를 포함한 다른 유통업체의 움직임 역시 품질중심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7월부터는 사료내 항생제 첨가가 전면 금지된다. 소비자의 웰빙트렌드에 부합하는 정부의 정책이라 판단한다. 이것이 합리적인지에 대한 논지는 여기에서 언급하지 않겠다. 다만 소비자의 안전과 맛에 대한 욕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에 발맞춘 업계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희망의 2011년을 위해서는 희망이란 무엇인가? 내일의 꿈을 가지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꿈! 꿈꾸는 자는 그 자체로 아름답다고 하지 않는가? 1차 육가공을 하는 우리들의 꿈은 무엇일까? 보다 맛있고 안전한 고기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맛있는 고기를 먹으면 행복해 진다고 한다. 왜 일까? 그 이유는 고기에 들어있는 성분으로 인해 세라토닌과 아난다마이드라는 기능성 물질이 만들어지고 이 두 물질이 사람으로 하여금 행복을 느끼게 한다. 우리는 자부심을 느낄 필요가 있다. 또한 책임감을 가지고 맛있고 안전한 고기를 생산하여 소비자에게 행복이라는 가치의 이름으로 전달하여야 한다. 이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소비자와의 접점에서 소비자에게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교두보이기도 하다. 지금보다도 더 맛있고 안전한 고기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노력을 경주한다면 앞서 이야기한 고돈가의 지속, 선호부위 소비둔화, 대형유통업체의 buying power 증가 등 우리를 어렵게 하는 환경의 변화가 오히려 기회로 작용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부에 작은 바램을 말하고 끝마치고자 한다. 정부의 지원책이 많은 부분 양돈분야에 집중되어 있다. 국내 생산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한 당연한 처사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아쉽기도 하다. 잘 키워진 돼지의 가치를 더욱 높여 소비자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1차 육가공산업의 발전 없이는 불가능하다. 또한 현재 정부에서 진행하고자 하는 소매단계 육질등급 표시 등의 정책을 우리 육가공산업이 따라 주고 수용해 줄 기반이 매우 취약하다. 마음만 앞서서는 될 수 없는 상황이며 생산 시설의 현대화와 유통의 투명화가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국내산 돼지고기가 국제 경쟁력을 가지고 소비자에게 사랑 받는데 1차 육가공산업체가 일조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당부한다. 문 성 실 원장 선진미트아카데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