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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왜 또 산란일자 타령인가?

  • 등록 2016.01.22 10:13:35

 

김 정 주 명예교수(건국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2015년 12월 산란계농가 및 계란 유통인들을 상대로 한 “계란안전관리 추진방향 최종설명회”에서 계란 산란일자와 생산자 등 이력정보를 난각과 포장지에 인쇄해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히자 농가와 계란 유통업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산란일자 표기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2010년 6월에도 계란제품 위생관리가 핵심쟁점으로 부상되면서 계란에 대한 산란일자 표기 의무를 유통 상인에 부여하는 “식용란 판매업” 제도를 도입하려 했다가 산란계 농민 및 계란유통업자의 반대에 부딪쳐 무산된 바 있다.
국무총리실 규제개혁위원회가 당시 계란표면의 산란일자 표기가 시기상조로 무리라고 판단하고 산란일자 표기를 의무화한 “축산물가공법 개정안”을 채택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었다. 다만, 생산자명(생산농가)은 표기키로 했다.
산란농가와 계란 유통 상인들이 산란일자 표기를 반대하는 이유를 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산란계 농가에서 계란의 생산일자와는 관계없이 생산된 계란은 창고에 입고되는 순서대로 포장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므로 계란 소비가 조금만 적체되어도 포장일자와 산란일자 사이에는 1~2일간의 공백이 부득이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주말이나 연휴에는 산란일자와 포장일자간의 공백은 더 길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계란 산란과정을 감독기관이 일일이 지켜보고 있지 않는 한  산란일자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으므로 결국 농장주나 유통 상인들의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산란계 사육농가의 사육 규모를 보면 3만수미만 소규모 사육농가가 48.3%(2015년 9월 현재)에 달하고 있고, 유통 상인들도  대부분 차량에 의존해 영업을 하고 있을 뿐 만 아니라 영업장이 있다고 해도 매우 협소한 실정인데, 대당 2천만원을 호가하는 인쇄 장비를 확보하라는 것은 사업을 포기하라는 통보와 같다”고 호소하였다.
양계협회는 산란일자 표기시설 장치가 아직 준비되지 않았고 계란의 당일 생산 당일 소비되는 유통망 시스템이 갖추어지지 않는 등 열악한 여건에서 계란 생산일자 표기에만 집착할 경우 생산농가는 이에 따를 수 없고, 그렇게 되면 범법자만을 양산해 내는 결과만을 낼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또한 양계협회는 산란계 산업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잉여계란 처리를 위한 난가공 업체를 육성하는 등 안정적인 대안 마련과 제도적 보완이 이루어진 후 산란일자 표시제를 시행해도 늦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 중 한 가지도 달성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앞서 지적한 우려가 전혀 해소되지 못한 상황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산란일자 표기문제를 다시 들고 나온 것은 전시행정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계란 산란일자 표시의무에 대한 법제화가 거론되다 수면 밑으로 사라진 2010년 이후 3년이 지난 2013년 11월 서울 YWCA는 서울시내 소재 유통매장 377개소 1,84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 한 결과 등급란의 경우 법으로 명시하지 않아도 44.5%가 산란일자를 표시하고 있었으며, 일반 계란의 경우도 15%가 산란일자를 표기하고 있다고 보고하였다. 이는 굳이 힘들게 정부가 법을 만들어 규제하려 들지 않아도 판매전략 상 필요하다고 느끼면 생산자든 유통 상인이든 스스로 산란일자를 표시할 것임을 말하고 있다.
국내 식품안전기본법에는 우유를 포함한 유통식품은 유통기한 혹은 제조일자 가운데 하나만 표기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지만 S우유는 고객의 입장에서 고객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다는 목적으로 자발적으로 제조일자와 유통기한을 병행 표기하자 2008년도 하루 평균 판매량 대비 15%이상의 신장세를 보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병행표기 전략이 P식품의 두부와 계란, D사의 원두커피, L사의 아이스크림과 빙과류에로 전파되어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있다.
통상적으로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려면 다른 나라, 특히 선진국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를 사전 조사하는 것이 매우 흔한 일이다. 그런데 지구상 어느 나라에서도 계란에다 산란일자를 인쇄하라고 법으로 명시한 나라는 없다.
일본은 상미기간(賞味期間, 일종의 유통기간)을 표시하고 있고, 미국은 계란 집하장 번호(Plant Number), 판매허용 일자(포장일로부터 30일까지)(Sell By Date), 포장일자(Pack Date(Julian Date)를 표시하고 있다. (Julian date란 1월 1일부터 지금까지의 날 수를 의미함.)
영국에서는 생산방법(0=유기농, 1=방사, 2=평사, 3=케이지로 표시), 생산자 번호, 판매하기 좋은 날짜(Best Before Date)만을 표시하고 있다.
호주에서는 DH: 퀸스랜드 식품안전(Safe Food Queensland)청이 생산자 또는 가공업자를 식별하기 위한 고유번호,  MF: 이력추적을 위한 농가, 생산자 또는 가공업자의 고유 식별번호, 농장 또는 생산시스템을 구분하기 위한 식별번호, 숫자(세자리): 계란이 포장된 날을 연단위로 표시한 날짜(216=6월 21일) 등과 같이 표시하고 있다.
이처럼 선진국 어디에서도 산란일자는 표기하지 않고 유통일자만 표기하고 있다. 산란일자를 표기함으로써 야기되는 혼란을 우려하기 때문일 것이다.
식품 중에서 가장 부패하기 쉬운 우유도 착유일자를 표시하지 못하고 유통기한, 또는 제조일자 중 하나만을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마시는 우유는 착유 후 아무리 빨라도 3일후에나 제조되어 포장이 되는 데도 착유날짜를 명시하라는 법률이나 규정은 없다. 다만 고도의 신선우유를 원하는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당일 착유한 우유를 당일 배달한다는 우유가 출시되어 높은 가격으로 서울 특정지역에서 불티 날리게 팔리고 있다.
이처럼 계란도 고도의 신선도를 요구하는 소비자를 위하여 유기 계란이나 동물복지 계란이라는 이름으로 당일 배달하는 상품이 유통되고 있다. 수요만 있으면 공급은 따라오기 마련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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