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축사은행 1호’ 선정…올해가 ‘양돈농가’로서 원년
“주민상생 최선…모돈 100두로 돈버는 농장 보여줄 터”
경기도 안성 거니농장의 강권대표는 그 누구 보다도 정유년 새해의 의미가 깊다. 늦깍이 양돈농가로서 새로운 길을 걷기 시작한 원년이기 때문이다.
“작년 11월1일부터 농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2개월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양돈농가’ 로서 삶은 사실상 올해부터”라는 강대표는 “첫 직장인 양돈장에 취직할 때 부터 내 농장을 갖는 게 꿈이었으니 23년만에 그 꿈을 이룬 셈”이라고 밝혔다.
이에 농협중앙회와 도드람양돈조합 공동으로 전개하고 있는 축사은행 1호 사업자로 선정된 후 농장이 확보되기까지 5개월 동안은 이른바 ‘희망고문’에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였다고.
사실 분야만 다를 뿐 강권대표는 사회 진출 후 한번도 양돈업계에서 벗어나 본적이 없다. 대주산업과 다비육종, 창림, 이지바이오 등을 거치며 인공수정 전문가로서 이름을 알려왔다.
오너가 아닌 직원의 신분이었지만 국내 양축농장으로는 최초의 ISO와 HACCP 인증을 비롯해 정액 택배사업과 정액자판기, 정액자동포장기의 도입을 주도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축사은행 사업자로 선정되기 직전까지도 한국컨설팅협회의 임원으로 활약했을 뿐 만 아니라 잠시나마 AI센터를 직접 운영했다.
강대표는 “축사은행 사업자 선정후 여러 사정으로 인해 사업이 지연됐다. 아마 도드람양돈조합이 아니었다면 지금도 희망고문에 시달리고 있었을 것”이라며 “축사은행 사업자가 되기 위한 문의전화가 끊이지 않고 있다. 양돈농가의 꿈을 가진 이들이 많다는 의미인 만큼 ‘1호 사업자’ 로서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사명감과 함께 모범적인 농장을 만들어야 겠다는 책임감이 무겁다”고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따라 그가 농장을 운영하면서 처음 투자를 한 부분이 바로 샤워실이다. 비육농장이라고 해도 차단방역은 철저히 해야 한다는 생각에 농장 바깥쪽의 창고를 방역시설로 탈바꿈시킨 것. 외부인의 농장출입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장관리사와 별도로 농장외부에 사무실도 설치했다. 여기에 가축분뇨 순환처리시스템도 조만간 도입할 예정이다.
“큰 돈이 들어가는데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투자다. 하지만 주민과 상생하기 위해선 냄새를 보다 더 줄여야 한다고 판단했다. 물론 돈도 벌어야 한다. 그래야 제2, 제3의 축사은행 사업자가 출현할 것 아닌가”
강권대표는 노후화 된 농장 하드웨어를 손대기 보다는 현재 시설에 자신의 양돈노하우를 최대한 녹아들게 하되, 효율적인 인력 및 농장운영 시스템 구축을 통해 생산성 극대화와 수익향상을 도모해 나가고 있다.
CCTV 설치로 근무자의 야근을 최소화 한데 이어 현재의 스크래퍼 돈사를 슬러리로 전환하려는 것도 조금이라도 일을 줄여보이는 한편 돼지 관리에 더 관심을 가져보자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축사은행의 취지는 정말 좋다. 농장을 하고 싶지만 여건이 되지 않는 이들에게 더없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그러나 최대 10년이 되면 임대기간이 끝나고 농장을 인수해야 한다. 축산물가격이 계속 유지되면 가능하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큰 차질을 빚게 될 수 밖에 없다”
때문에 강대표는 당장의 수익보다는 이를 가능케 하는 단단한 기반을 닦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임대기간이 떠오르면 벌써부터 마음이 급해진다고.
그렇다고 해도 자신감은 충만해 있다. 이에 정유년 새해가 더없이 반갑고 희망차다.
“모돈이 160두 규모의 농장이다. 하지만 더 이상 늘리지 않고 넉넉한 공간에서 돼지를 사육하면서 지금의 모돈규모에 최적화된 농장으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는 강권대표는 “낡은 재래식 돈사에서 모돈 160두를 가지고도 돈을 벌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는 의지를 감추지 않는다.
그리고 올해는 그가 목표로 다가가기 위한 기반을 닦는 해가 될 것임을 확신했다.
▶축사은행이란
농협중앙회의 후계축산인 지원프로그램인 ‘젊은이가 찾아오는 축산대책’의 일환으로 농협중앙회와 일선조합 차원에서 자금, 사양 관리 및 경영 기술 제공을 통해 초기 자기자본이 부족한 신규 축산인의 축산업 진입을 돕는 사업. 일선 조합이 농장을 매입, 리모델링해 희망자에게 최대 10년까지 임대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