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를 당해본 사람이 수재민의 아픔을 더 잘 압니다." 이철호조합장은 "어떻게 조합전이용대회를 포기하면서까지 축산인들을 도울 생각을 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이어 "조합 임원과 대의원, 그리고 조합원 여러분들에게 감사한다"며 이번 조합의 결정이 조합장의 "영웅적인(?)" 결정이 아님을 강조했다. 조합장을 치켜세우지말고 조합장의 당연한 역할에 주목해 달라는 주문으로 받아들여졌다. 조합장의 권위 보다는 실질적인 조합장의 역할을 강조하는 이조합장의 그런 모습은 6평 남짓한 방에 집기라고 해봐야 허름한 책상에 소파 몇 개가 전부인 조합장실의 분위기에서 잘 드러난다.역시 뭔가 다르다는 느낌이다. "통합이전에는 축산인들이 수해 등의 재해를 당하면 축협중앙회가 구심점이 되어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많은 축협이 동참을 했습니다. 실제 몇 년전 파주지역에서 수해를 크게 입었을 때 당시 축협중앙회가 조사료를 지원해준 것을 비롯해 중앙회가 구심점이 되어 많은 조합에서 도움의 손길을 보내와서 고마웠던 생각을 지금도 지을수 없습니다."<사진2> 이제는 그런 구심점이 없다는 이야기다. 이조합장이 이번에 파주축협만이라도 앞장서서 수해 축산인돕기에 나선것도 바로 이때문이라며, 파주축협이 나서는 것이 실제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시발점이 되어 다른 조합들도 수해 축산인돕기에 나선다면 그것으로 의미가 있음을 강조한다. 파주축협의 이같은 선도적인 노력은 이번 수해 지원 뿐만 아니다. 요즘 남아도는 우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유소비캠페인을 한창 벌이고 있는데 그 시발점은 파주축협이라고 해도 될만큼 일찌감치 우유소비캠페인을 개최한바 있다. 이조합장은 이처럼 무슨일을 하든 조합장으로서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이 조합원들을 위한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리고 이것이 조합원을 위한 일이다 싶으면 소신껏 밀어 부친다. 또한 매사에 자신감을 갖고 당당하게 임한다. 최근 축협 현안중 노사문제가 있는데, 이 문제는 직원과 조합장간 예민한 문제여서 누구나 함부로 말하기를 꺼려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조합장은 당당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힌다. "축협직원이 조합원과 기쁨도 고통도 함께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지금 축산인들은 하나같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질병과 싸워야하고, 가격하락과도 싸워야 합니다. 한우 값은 좋다지만 수입 생우와 어려운 싸움을 해야합니다. 이같이 축산이 어려운 때에 축협이 노사간 갈등으로 축협의 제역할을 망각해서는 안됩니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노사가 축산인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데 동참해야합니다" 이 조합장은 동시에 통합이후 농축협의 모습에 대해 "금융사업은 경쟁력이 강해졌을지 모르지만 축산사업은 망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농축협 통합이후 수해 등 현안이 있을 때 구심점이 없어 효과적으로 대처해나갈수 없다"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주장이다. 이조합장은 이렇듯 협동조합과 축산에 대해 나름대로 분명한 소신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은근히 그의 개인적인 모습에도 관심이 간다. "조합장으로서 공적인 일이 끝나면 나머지 시간은 어떻게 보내느냐"고 물었더니 "목장에서 일을 한다"는 답변이다. 남들이 하는 골프도 할 시간이 없어서 못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를 묻지 않았지만 "목장 수익이 없으면 조합장도 그만둘 것입니다"며 목장이 건실해서 목장 수익이 바탕이 돼야 조합장 역할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역시 "데스크가 만난 사람"으로 이조합장을 선택하기를 참으로 잘했다는 것을 재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장지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