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 정책 당국이 축산 현장을 알고, 현장 축산인이 축산 정책 당국의 입장을 이해한다면 그 축산의 장래는 물어볼 필요도 없이 밝다 하겠다. 따라서 축산 정책 당국이 축산 현장을 파악하고, 또 현장 축산인은 정책 당국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꾸준히 이어가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시간적 공간적 제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본지는 그런 제약을 감안, 정책 당국과 현장 축산인의 효율적인 만남을 통해 상방간 이해를 돈독히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봤다. 편집자 ▲윤봉중 본지 회장(인사말)=오늘 이 자리에는 축산 일선 현장에서 나름대로 경쟁력있는 축산을 경영하고 있는 축산인과 축산정책의 수장이라고 할 수 있는 농림부 축산국장이 함께하는 자리입니다. 따라서 정책 당국에서는 축산 현장을 파악하고, 또 현장 축산인들로서는 축산정책 수장을 직접 만나 정책 방향을 들어 보는 매우 유익한 자리가 아닌가 여겨집니다. 특히 박현출 축산국장은 취임 4개월째를 맞이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자리는 더욱 의미있는 자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늘 기탄없는 대화로 축산의 앞날을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김인필 대표(한창목장)=축산을 생각하는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쌀 소비는 해마다 줄어들고 육류 소비는 점점 늘고 있는 만큼 축산은 이제 국민건강을 지키는 식량산업임에도 정부가 보는 축산업에 대한 시각이 곱지 않다. 이에 따라 축산농가는 엄청난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불이익의 예를 보면 기존의 축산농가는 인근지역이 도시화되고 인구가 밀집화되면서 외곽으로 나가지 않으면 안 되게 되어 있다. 막상 이들이 갈 곳이 어디인가. 논, 밭, 임야를 택해서 갈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갈 곳이 없다는 것이다. 축산농가는 다른 농업인과 같은 농업인임에도 불구하고 갈 곳을 묶어두기 때문이다. 야채를 재배하는 농가는 아무 곳에서나 파이프 하우스를 짓고 농사를 지을 수 있지만 축산농가는 같은 농사임에도 아무 곳으로 갈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에 못지 않게 축산인들에게 불합리한 점은 축사를 신축하는데 들어가는 각종 인허가, 설계, 소방안전관리시설비 등 과다한 비용지출로 경쟁력 악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와 함께 한육우 축사표준 설계도면도 현실성 있게 개정 보완돼야 한다. ▲양정석 대표(불기둥농장)=한우는 이미 브랜드를 상실했다. 한우가 곧 브랜드라고들 하는데 우리 고유의 한우를 바라보는 철학이 있어야 한다. “한우를 먹어라”가 아닌 “브랜드를 먹어라”로 철학이 담긴 정책과 마케팅을 해야 한다. 물론 신토불이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한우를 먹으라고는 할 수 없다. 그것은 우리의 주장일 뿐이다. ▲정종화 대표(첨산목장)=낙농진흥회에 가입한 농가야 말로 정부 정책에 따르다가 가장 큰 피해를 본 농가들이다. 신뢰농정, 속이지 않는 농정을 다시한번 생각하게 한다. 쿼터량을 40% 줄이면서까지 파산직전에 놓인 농가들이 바로 진흥회농가들이다. 그동안 진흥회농가들이 건의해 온 것 중 어느 것 하나도 해결된 게 없다. 진흥회 농가가 겪는 아픔의 10%만이라도 헤아려 주길 바란다. 직결체계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데 농가 입장을 고려한 정책을 펼쳐 주길 바란다. 낙농문제 중 진흥회 농가의 입장도 고려해 주길 다시한번 간절히 바란다. ▲이철호 조합장(파주축협)=축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각종 규제를 풀어야 한다. 예를들면 중앙회에서 운영하는 축산물 직거래는 되는 반면 지역축협이 하는 직거래는 안되고 있다. 이와같은 규제는 과감히 풀어줘야 한다. 방역의 경우 양돈, 양계, 한우, 낙농이 각각 그 나름대로 특징이 있는데도 일률적으로 방역을 하고 있다. 축종의 특징에 맞게 방역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축분뇨 처리도 경종농가와 연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분뇨처리가 돼야 축산이 된다. 네덜란드의 경우는 4월과 9월에 가축액비를 살포하는 달로 정해 약간의 냄새가 나는 것에 대해 국민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있다. 우리도 이와 같은 방법을 모색해 주길 바란다. 현장감 있는 정책을 펴주길 바란다. ▲이외준 대표(장포농장)=음식점에서의 원산지 표시제와 생산이력제는 반드시 도입되어야 할 명제다. 생산이력제는 브랜드에 한해 시범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줄 안다. 그런데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는 일부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혀 답보상태에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생산자인 한우농민과 소비자인 국민을 위한 제도인 만큼 미룰 일이 아니다. 번식우 농장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부루세라병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루세라병에 감염된 부위를 제외하고는 전량 식용으로 처리하더라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식용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질병에 감염된 감염축에 대해서는 매몰을 하고 있는데 침출수 문제 등 또 다른 문제로 야기되고 있다. 특정폐기물로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조원묵 대표(양돈5단지)=축산업등록제, 양분총량제, 가축두수제한 등 앞으로 규제일변도로 펼쳐질 일련의 정책에 대해 축산인들은 불안해 하고 있다. 이와 같은 규제정책을 개선해야 한다. 사실 이같은 정책을 현장에서는 따라가기 힘들다. 양돈이 쌀 다음으로 농촌에서는 중요한 소득원임에도 악취문제로 같은 농업인들 간에도 이질감이 형성되어 있다. 그러므로 농지법을 개정해서 민가와 뚝 떨어져 있는 농지에서 축산을 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 물론 친환경축산이 전제다. 아울러 해양투기 금지에 대한 대책도 강구할 때다. ▲김세영 회장(금오양돈영농조합법인)=현재 양돈인들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가축분뇨처리와 질병이다. 무엇보다도 가축분뇨처리 문제는 더 이상 미룰일이 아닐 만큼 시급성을 다툴 정도의 중요한 사안이다. 아울러 가축질병 역시 피해가 예상외로 심각한 수준이다. 예를 들어 총 모돈 87만두에서 연간 평균 자돈 이유두수를 22두로 볼 때 연간 1천9백14만두의 이유자돈이 생산된다. 여기에서의 이유초기와 육성 전후기의 도폐사율을 평균 20%로 볼 때, 약 3백80만두의 자돈 및 육성돈이 전국 평균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는 계산이다. 이의 금전적 손실은 연간 약4천억원이다. 이러한 현실로 볼 때 사육환경의 청정화 전략과 안전축산물 생산은 시급한 과제다. 아울러 수입개방시대에 수입을 막을 수는 없기 때문에 둔갑판매를 철저하게 단속, 소비자의 선택과 알권리를 반드시 지켜 가야하는 육류공정거래규정법을 신설할 것을 제의한다. 브랜드 사업에 대해서도 생산자단체를 주체로 하되, 생산은 생산 전문가가, 유통은 유통 전문가가 맡아 각 자 전문분야에서 전문조직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즉, 생산자, 가공업자, 소비자 3자가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브랜드 사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최성천 대표(요한농장)=현재 닭 가격은 좋은데도 돈은 벌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질병 때문이다. ‘깨끗한 닭고기’가 현시대의 화두이다. 그만큼 중요한 대목이다. 그럼에도 농림부는 공청회도 없이 축산법을 개정했다. 다시말하면 추백리를 검사하지 않아도 되도록 한 것이다. 개정되기 전의 축산법에는 혈통이 없는 알을 부화할 수 없도록 규정했었다. 그런데 이를 개정, 혈통이 없는 알의 부분을 그냥 ‘씨알’로 규정하는 바람에 종계의 혈통이 없어져 버렸다. 그런데다 백세미는 제도권 밖으로 방치해 놓고 있다. 백세미도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안전성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한희 대표(풍한농장)=국내 산란계산업의 최대 문제점은 질병이다. 양계농가 차원에서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3대질병이 있는데 그것은 뉴캣슬, 저병원성인플루엔자, 전염성기관지염이다. 국내 양계농가의 99%가 이 3대질병의 단독 또는 복합감염의 영향으로 외국에서 도태계 수준 이하의 생산성으로 최근 양계업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국내계란가격의 고공행진은 바로 이 3대질병에 의한 품질 및 생산성 저하로 생산자, 소비자 공히 피해를 보고 있으며 국가적으로도 생산성 저하에 따른 고가수입사료 낭비, 생산원가 상승 등으로 향후 저난가의 외국계란 수이시 국내양계산업의 붕괴마저 우려된다. 이같이 질병이 심각성이 우려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음에도 백신개발 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뉴캣슬의 경우 현 백신으로는 제대로 방어할 수 없으며, 전염성기관지염 역시 국내 사용 백신으로는 방어가 어려운 새로운 타입의 바이러스가 유행되고 있고, 저병원성인플루엔자는 특히 상재화 되어 있음에도 현재까지 백신이 공급되지 않고 있다. 이를 시급히 해결하기 위해서는 백신개발과 검역원의 조류질병과 인원확충이다. ▲이광용 대표(만금목장)=정부, 농민, 각자의 역할에 맞게 고민할 때가 됐다. 우리 목장도 아름다운 목장, 아름다운 축산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그런면에서 낙농분야가 가장 먼저 아름다운 목장으로 탈바꿈되어야 하지 않겠나, 가장 큰 골칫거리로 입력되지 않았을까 우려된다. 사실 경기지역의 농민들이 환경문제에 대해 가장 큰 고민을 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협업화를 좀 참고했으면 한다. 직결체계로의 전환은 낙농육우협회에 시간 좀 줘라. ▲윤여임 대표(조란목장)=농가가 농림부를 믿지 못하는 것은 일관성의 부재에다 중장기 정책이 없기 때문이다.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가축분뇨 처리 때문에 골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는 가축개량을 통한 생산성을 높이면 된다. 2마리 키울 것을 1마리 키우면 그만큼 분뇨량을 줄일 수 있지 않나. 그리고 낙농가도 환경마인드, 경영마인드, 방역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정부는 충분한 연구와 검토를 거친정책을 개발, 정책수혜자인 낙농인들로 하여금 조령모개한다는 인식을 불식시키고 신뢰회복을 노력하면서 정책의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 아울러 정책 및 제도 상호간의 연관성 구축을 통한 효율적인 운영을 해야 한다. 예를 들면 개량사업과 친환경낙농관련제도의 연관성이다. 특히 정부는 중장기 정책을 내놓되 발표하기에 앞서 정책 및 아이디어 발굴을 위한 자문기구를 운영하는 정책전문가를 양성해 주길 바란다. ▲나상옥 조합장(목포무안신안축협)=호남지역 특히 목포, 무안, 신안지역의 경우 축산물 유통문제가 매우 심각한 지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집배기능이다. 더욱이 현재의 도축처리 능력으로는 처리를 못해 서울로 출하하고 있으나 장거리 수송에 따른 감량피해(30∼50kg)가 심각하고 등급마저 안나와 출하농가가 이중삼중의 손실을 보고 있는 실정이다. 나주공판장이 있어도 처리능력은 태부족 상태이므로 전남지역에 축산물종합처리장 시설이 필요하다. ▲김창현 대표(일월성농장)=악취방지법 등의 시행으로 현장에선 바로 옆집과 불편한 관계가 되고 있다. 이는 우리 자신이 해결할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 목장은 항생제를 첨가하지 않은 발효사료를 먹이고 있는데 호흡기 질병도 없고, 특히 냄새도 없다는 사실이다. 그 뿐만 아니라 육질이 좋다는 것이다. 실제로 46두를 출하한 결과 B등급 이상이 80.5%, 1등급 이상은 무려 91.4%나 된다. 그러니까 46두중 42두가 1등급이상을 받은 것이다. 발효사료의 특징은 이외에도 많다. 그러나 제일 중요한 것은 좋은 성적을 통한 소득인 만큼 발효사료를 먹이면 높은 소득도 가져올 수 있다. ■ 답변 축산의 주인은 농림부도, 협동조합도 아닌 축산인 스스로다. 그럼에도 축산인 스스로 주인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어 축산의 주인이 없는 듯한 느낌이다. 축산업등록제는 농가불편 제도가 아니다. 더욱이 악취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대한민국에서 축산을 할 수 없을 정도인 만큼 정부가 축산농민을 규제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친환경적으로 축산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같이 고민해 보자는 것이다. 지금까지도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방역과 환경에 대해서는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과제다. 브랜드다운 브랜드가 필요한 것에 공감한다. 낙농진흥회에 가입한 농가에 어떠한 불이익이 있었는지를 조사해서 조사 결과에 따라 상응한 조치를 취하겠다. 직결체계를 포함한 낙농구조개편은 대단히 시급한 문제다. 그동안 등록제 문제 등 정작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는 다른 문제에 밀려 고민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등록제는 더 이상 미룰일이 아니다. 부루세라에 대해서는 고민이다. 어떻게든 견뎌서 이 땅에 이 질병이 없도록 하는 한편 부루세라병 감염 부위를 제외한 나머지는 식용으로 하자고 하면 소비자들이 저항할 것이다. 번식농가 육성을 위한 방법을 찾아 보겠다. 농지제도 개선을 위해 농림부 축산국내에 팀을 구성해 운영중이나 정작 중요한 것은 주변의 신뢰다. 양계질병 최소화를 위해 백신개발 등 연구비를 투자해서 연구에만 전념하도록 하겠다. 사실 축산업계의 현안이 너무 많다. 앞으로도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만 그나마 겨우 풀릴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