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이란 병원체가 숙주에 들어가 임상적으로 문제를 일으킬 때 나타나는 현상으로 돼지라는 숙주가 없으면 질병도 있을 리 만무하다. 바꿔 말해 돼지가 있고 병원체의 전파요인이 있다면 항상 질병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돼지가 사육되는 농장에서 질병이 하나도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며 질병 전파의 위험요소를 얼마나 최소화하느냐가 관건이다. 최근 양돈 농가의 규모가 계속 커지고 집단화되고 있는 현상은 새로운 돼지질병의 발생이 사육환경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새로운 질병의 출현이나 질병 의 유행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규모가 커질수록 관리나 생산효율성이 증가하는 반면 그와 관련된 사료, 약품, 관련사람, 차량 등이 증가해 질병 유입과 관련된 위험요인은 오히려 증가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질병이 발생한 양돈장의 대부분이 차단방역시설을 갖추고 차단방역을 잘했는데도 질병이 발생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질병이 발생한다는 사실은 열심히 노력하는 방역활동 가운데에도 어딘가는 허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허점의 대부분은 우리가 알고 있을 수 있지만 무심코 지나치는 행위들일 경우도 많다. 방역에서는 99%란 용납되지 않는다. 나머지 1% 때문에 99%가 허무하게 무너지기 때문이다. 양돈농가에서 열심히 방역활동을 수행하고 있지만 실제적으로 ‘막연히 생각하는 방역과 행동하는 방역’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돼지와 직접 접촉하는 사람들에 의해 질병을 옮기는 확률이 가장 높음에도 불구하고 외부인의 출입이 손쉽게 허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소독되지 않은 장화를 신은 중개인이 여러 농장을 돌면서 돈사 내에서 돼지 출하를 위한 작업을 한다면 그 양돈장은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까? 설마 아직도 이런 농장이… 하지만 이러한 사실은 지난 2002년 발생한 돼지콜레라 역학조사 결과 여러 농장에서 확인된 바 있고 차단방역의 개념이 타인에게는 비교적 엄격히 적용되는 기준이 자신이나 관리인에게는 상당히 관대하다는 것이다. 양돈장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외출이나 타 농장을 방문하고 돌아와서 자신의 돈사를 들어갈 때 장화는 갈아 신는가? 또 손은 씻는가? 아주 간단한 일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무심코 지나치는 것이 우리 양돈장의 한 모습일 것이다. 2004년에도 발생한 대부분의 돼지질병들은 과거 5년간의 평균 발생건수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어 예년에 비해 질병에 대한 근심과 걱정이 많았던 한해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많은 양돈장에서 돼지 질병에 의해 경제적인 피해가 컸고 고통스러웠던 한해로 기억된다. 특히 최근의 질병발생양상은 어떤 특정질병의 단독감염에 의한 피해보다는 복합적인 요소에 의해 여러 질병들의 혼합감염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더구나 새로운 질병의 유행과 더불어 최근의 사육방식이 집단·규격화되어 질병발생에 대한 그 피해규모도 더욱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돼지농장에서는 이유후전신소모성증후군(PMWS), 돼지유행성설사(PED)와 함께 돼지호흡기질병증후군(PRDC)가 3P 질병으로 불리우며, 양돈 현장에서 가장 피해가 많은 골치 덩어리로 부상한지 오래다. 돼지질병 유행의 흐름을 파악하고 그 유행의 규모나 범위, 피해의 규모를 추정하고 분석하는 것은 크게는 국가 방역의 기본이요, 작게는 개별농가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매우 귀중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자료가 정확하지 않아 방역정책이 잘못 결정되고 농가에서 질병의 피해를 입고 있다면 누구를 탓해야 할 것인가? 최근 양돈농가에서는 돼지설사병으로 많은 고생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병성감정을 통해 확인된 것은 불과 몇 건에 불과하다. 제2종 법정전염병으로 분류된 PED는 판정을 받으면 농장의 이동통제가 이루어지는데(최근 농림부에서 도축장 출하는 허용) 이러한 규제가 너무 과도하여 신고를 기피한다는 설도 있다. 개인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질병의 신고가 되지 않는다면 비정상적인 돼지 이동에 의해 병원체가 전파될 것이며, 따라서 이러한 행위는 양돈 산업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질병의 문제점들이 도출된다면 정부와 농가, 협회 등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해결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것이 양돈 산업에 도움을 주는 길이요 우리 모두가 상생(相生)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