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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부드러움은 강함을 누르고…

  • 등록 2016.04.15 18:58:33

윤봉중 본지 회장

 

  지도자의 가장 큰 덕목은 ‘소통’
‘개가 사나우면 술이 쉰다’는 성어
 경청과 타협의 힘 되새겨 보게해

 

세상이 모두 잠든 캄캄한 밤 자신의 방에 홀로 앉아 술잔을 기울이며 줄담배를 피워댄다. 팔짱을 낀 채 방안을 서성이거나 창가에 우두커니 서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상상해볼 수 있는 지도자의 모습은 대개 이런 것이다. 그래서일까 TV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하는 이런 지도자의 모습에서는 고뇌와 고독이란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지도자(리더)의 삶은 고독하기 마련이다. 참모가 있다 해도 최종적인 결정은 누가 대신 해줄 수 없는 것이고 그에 따른 책임 또한 스스로의 몫일 수밖에 없다. 자신의 선택에 따라 조직의 운명이 달라질 수도 있기에 지도자의 처신과 선택은 신중해야 한다. 이 때문에 소통능력이 지도자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히는지도 모른다.
한비자(韓非子)에 구맹주산(狗猛酒酸)이란 말이 나온다.
언젠가 한 스타앵커가 SNS에 올려 더욱 유명해진 말로서 직역하면 개가 사나우면 술이 쉰다는 뜻이다. 송(宋)나라 때 어느 주막집이 술은 잘 빚는데 매일 술이 쉬어 버려서 명망 있는 현자(賢者)가 그 원인을 알아보니 주막집에서 기르는 개가 워낙 사나워 술손님과 술심부름 하는 아이들의 발길이 끊어져 그렇게 됐다는 얘기다. 지도자는 참모를 잘 써야 한다는 교훈이다. 잘못 기용한 참모는 리더와 구성원간의 소통을 가로막음으로써 리더를 잘못된 길로 안내한다는 건 역사적으로도 그 사례가 차고 넘친다.
그러나 사납게 짖는 맹구(猛狗)가 어찌 참모에게만 해당되겠는가. 리더가 자신만이 정의인양 독선에 빠져도 주위에 사람이 모이지 않는다. 주변과의 소통이 불가능한 것이다. 리더의 소통능력은 경청과 타협의 정신이 충만할 때 발휘될 수 있다. 경청과 타협은 부러지기 쉬운 강경(强硬) 함보다는 온건(穩健)함이 그 토양이다. 온건함은 안정적이며 점진적인 방법으로 공감을 얻어 강한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약(柔弱)함과는 엄연히 다르다.
리더는 경우에 따라 대의명분을 지키고 자신이 대표하는 조직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싸워야 할 때가 있다. 이때도 부드러움은 결국 강(强)함을 이긴다.
권법(拳法)에는 용팔호일(龍八虎一)이란 배분원리가 있다고 한다. 즉 상대와 겨룰 때 용법을 8할 쓰고 호법은 1할만 쓴다는 것인데 이때의 용법은 물처럼 유연한 권법이고 호법은 불과 같은 권법이다. 용법은 상대의 공격을 피하다 불가피할 경우에 결정적 한방을 날리는데 비해 호법은 시종일관 필살기를 날린다는 것이다. 필살기는 상대에게 필요이상의 상처를 주고 본인의 몸도 상하기 마련이다. 중국 이야기지만 호법과 용법이 격돌한 대련에서 호법의 최고수가 용법의 최고수를 상대로 단 한 방도 가격하지 못했다는 전설 아닌 전설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삶의 원리이기도 한 용팔호일은 강한 카리스마에 목말라 하는 리더들에게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는 가르침을 준다.
리더의 자리는 이래저래 힘들고 외로운 자리다. 막중한 책임 때문에 선택은 늘 피가 마르지만 결국은 혼자 감내해야 한다. 먼 앞날을 위해 지금 당장은 기꺼이 욕을 먹을 수 있어야 하기에 리더는 구성원들과의 소통에 자신의 능력 대부분을 쏟을 필요가 있다. 소통의 기본이 경청과 온건함이라는 건 불변의 진리일 텐데 실천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건 아마도 뒤얽힌 삼(麻) 가닥처럼 어지러운 현실 탓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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