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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본지·농협 주최 가업승계·축산창업 우수사례 공모전 ‘최우수상’>가업승계 / 경북 군위 강훈목장(조영훈·조규제 부자)

온몸으로 일군 가업…유가공 기술 접목 ‘새로운 날개짓’

[축산신문 신정훈  기자]


목장이 부끄럽고 겁이 났던 아이가 흥미를 찾아 꿈을 이뤄 나가고 있다. 경북 군위 강훈목장(대표 조영훈) 후계자 조규제씨의 이야기다. 아버지 조영훈(55) 대표가 19세 때부터 온 몸을 던져 일궈낸 목장을 바탕으로 조규제씨는 보다 깨끗하고 규모화된 새로운 목장과 유가공이란 꿈을 하나하나 개척해 나가고 있다. 목장형 유가공에는 어머니 오문옥(50)씨가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고 있다. 강인한 정신력으로 무에서 유를 이뤄내 로봇착유기 국내 도입 1호 목장으로 성장한 강훈목장이 그려 가는 새로운 시대, 새로운 낙농의 길을 따라가 봤다.


냄새 싫던 아이 매료시킨 젖소…축산 전공
새로운 입지 찾아 목장 신축 이전 추진 중
현재 2.3톤…유가공 3톤 포함 6톤이 목표


강훈목장의 오늘과 미래를 얘기하기 위해선 조영훈 대표의 족적은 빠질 수 없다. 조 대표는 1985년 젖소를 키우기 시작했다. 당시 농어민후계자(농업경영인) 자금 600만원을 받아 초유떼기 세 마리를 사들였다. 이 송아지들은 당시 조 대표 부모님 집 마당에서 자랐다.
“수정단계 때 세 마리를 갖고 현재 위치로 우사를 짓고 왔다. 당시 사과 과수원이었다.” 그 때만 해도 군위에선 사과가 주요 소득 작목이었다. 사과농사, 벼농사를 마다하고 젖소를 키우겠다는 조영훈 대표에게 부모님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착유우가 8두, 10두 정도 되고 수입이 생기니까 반대가 없어졌다.”
강훈목장은 1987년 1월부터 원유를 생산했다. 매일유업에 착유우 3두에서 나온 우유캔 10개를 납유했다. 조영훈 대표는 개량에 일찍 눈을 떴다. 검정회도 직접 만들었다. “도입우를 구입한 것이 개량의 기초가 됐다. 1988년 경북도 종축장에서 분양받아 개량을 시작했다. 이 때 자가 인공수정 교육도 받았다.” 남들이 꿈도 안 꿀 때 개량을 시작한 셈이다.
“목장이 빨리 성장했다. 수송아지를 키우고 대출도 받아 암송아지를 입식했다. 절대 큰 소는 안 산다. 내 방식대로 키워내기 위해서다.”
현재 강훈목장의 두당 하루 평균 산유량은 35~42kg이다. 보통 37kg는 나온다. 번식 진료는 전문수의사에게 임신진단을 맡긴다. “15년째 15일에 1회, 월 60만원에 수의사가 출장 나와 초음파진단을 한다. 공태일수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자연적으로 평균 유량이 늘고, 난산 위험성이 제거된다. 투자 대비 효과가 아주 좋다.”
현재 목장 부지는 1만평. 우사부지만 5천500평에 건평이 1천500평이다. 조사료는 부지를 임대하는 방식으로 23ha까지 재배해 봤다. 그러나 노력에 비해 효율이 떨어진다는 판단에 따라 지금은 하지 않는다. 목장 바로 옆 자갈투성이 하천부지 4만평을 혼자 직접 개간해 조사료를 재배했었다. 지금은 다른 농가에게 넘겨준 상태이다.
강훈목장은 지금 새로운 미래를 준비한다. 후계자 조규제씨가 더욱 이상적인 환경에서 낙농과 유가공을 할 수 있는 입지를 찾았다.
“35년을 이 곳에서 목장을 했다. 하천부지 때문에 적법화가 안 된다. 주변 부지를 물색했지만 결국 구미로 목장을 이전한다. 현재 신축허가를 받고 건축 중이다. 가축사육 거리제한을 조례로 정한 첫 지자체가 군위군이다. 규제가 무척 강하다.”
강훈목장의 현재 사육두수는 200두. 옮기는 곳은 350두 규모로 우사를 짓고 있다. 건물만 2천500평 규모이다. “착유우 두당 9~10평을 계산해 우사를 설계했다. 동물복지형 우사다. 전면계폐식으로 신축한다. 사료빈도 건물 안에 집어넣을 계획이다. 건축비용만 19억원이 예상된다. 부지 매입비용에 유가공시설 등을 모두 합치면 50억원 정도 투입된다.”
조영훈 대표는 새로운 곳에서 규모 확대도 모색한다. “현재 하루 원유 생산량은 2.3톤이다. 목장을 이전하면 쿼터는 3톤까지 늘리고 자체 유가공도 3톤으로 생각해 총 6톤까지 키워볼 생각이다. 2007년 국내 최초로 들여 놓은 로봇착유기가 이제 많이 낡았다. 신축 우사에는 같은 회사 제품으로 로봇 2대가 설치된다.”
아버지 조영훈 대표가 온몸을 던져 목장을 일궈나가는 과정에서, 그 곁에는 가족이 함께 있었다. 지금 강훈목장의 든든한 대들보로 자라난 있는 아들 조규제씨에게 강훈목장과 아버지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태어나기 전부터 집안은 젖소를 키우는 목장이었다. ‘나는 나중에 커서 목장은 안해야지’라고 생각했다. 몸이 아프셨던 아버지를 돕기 위해 목장 일 하나하나를 거들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다. 목장 일이 재미있기 시작했다.”
마침 조규제씨가 일손을 보태기 시작한 시기가 여름방학 때였다. 옥수수 사일리지 담그는 것도, 착유도 도왔다. 그러던 중 젖소에 매료되기 시작한 소년은 인생의 전환점에 서는 경험을 한다. “여름방학 내내 큰 소 한 마리와 송아지 한 마리를 몰고 다녔다. 어른들에게 워킹, 순치요령 등을 배워갔다. 두 마리를 매일 씻기는 일도 내 몫이었다. 2003년 10월, 그해 가을에 아버지는 큰 소로, 저는 작은 소로 큰 대회에 나갔다. 종축개량협회가 개최한 홀스타인품평회 육성우부문에 직접 소를 인솔해 출품했다. 큰 경험이었다.”
조규제씨는 목장 일에 재미를 붙이면서 중학생 때부터 목장을 하겠다는 결심을 굳히게 됐다. “아버지처럼 하고 싶지는 않았다. 많이 다치는 모습을 너무 많이 봤으니까. 충북대에서 축산전공을 했다. 아버지는 축산분야 공직자가 되길 희망했다. 그런데 공직생활은 내 길 같지 않았다. 새로운 방식의 목장을 꿈꾸고 있다.”
조용훈 대표는 “농민 2세들의 절반 정도는 가업을 잇고, 절반 정도는 정부 주요부처나 협동조합, 기업 등 요소요소에 진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농민의 자식이 정책을 결정하는 자리에 있어야 농민의 살길이 생긴다고 생각해 공직을 권했었다”고 귀띔했다.
조규제씨는 군 전역 후 목장에서 꿈꿀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을 만난다. 원유파동이나 유대협상 등으로 위태로울 수 있는 목장경영의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던 조규제씨에게 유가공은 새로운 길이었다. 어머니와 경북대구낙협, 충남대, 순천대 등으로 유가공교육을 받으러 다녔다.
“주말마다, 공강일마다 목장에서 직접 생산된 우유를 가지고 대학에서 배운 유가공이론과 목장유가공교육에서 배운 기술을 어머니에게 전수받고 같이 접목해 수백 번 유제품을 만들었다. 끝없는 반복 끝에 어느 정도 유가공 기술을 익힌 후 실제 축산물가공업, 유가공을 하기 위해 시설건축, 업종허가를 준비했다.” 농촌융복합산업법을 통한 시설건축을 추진해 허가를 받아 법인체를 구성해 목장유가공 공방을 만들었다.
그러면서 강훈목장의 운영지도가 달라졌다. 원유생산, 즉 낙농을 담당하는 강훈목장은 조영훈 대표가 맡고, 어머니와 아들은 유가공을 담당하는 강훈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해 목장 부지 한쪽에 유가공시설을 설치한 것이다.
막상 제품생산이 가능해졌지만 판로확보는 쉽지 않았다. “인근시장에 주력해 가정배달을 시작했다. 작은 밑판을 만들고 지자체에서 실시하는 각종 행사와 장터에 참가해 제품을 알렸다. 경북농식품산업대전에도 참가하는 등 홍보에 주력했다. 그 결과 대구지역 로컬푸드 직매장을 중심으로 입점이 됐다. 그걸 바탕으로 온라인 매출도 50배 이상 성장하면서 판로가 넓어졌다.”
현재 강훈영농조합법이 생산하는 유제품은 경북도 축산물 학교급식 시범사업으로 23개 시군 중에 11개 시군에 납품되는 등 시장에서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
“강훈영농조합법인에 대한 권한은 저한테 모두 넘겨주셨다. 아버지는 가끔 보고만 받으신다. 그래도 기계장비는 아버지가 잘 아니까 많은 도움을 주신다. 어머니는 순천대에서 유가공가공사 자격까지 받고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고 계신다.”
조규제씨는 가업을 잇는 과정에선 갈등이 없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충분한 소통이 가능하다면 갈등을 오히려 신뢰로 이어진다고 했다. “부모님께 정말 열정적으로 일하는 모습을 보이면 신뢰하고 잘 지지해 줄 것이다. 저도 처음 승계를 할 때 목장 일 뿐 아니라 유가공에 있어서도 많은 의견 차이를 보이고 갈등이 많았다. 한때는 유가공을 그만둘 생각까지 했다. 그러나 꾸준히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고 저의 방식대로 일을 진행해 성과까지 나오니까 아버지도 저를 믿고 존중해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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