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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ASF보다 더 무서운 축산업 불황

  • 등록 2019.07.05 14:01:29


김유용 교수(서울대학교)


2018년 8월 중국에서도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이후 우리나라 축산업, 특히 양돈업계에서는 ASF의 유입 방지를 위해 다양한 정책과 방안이 제안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국내 양돈산업을 살펴보면 ASF가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불황의 경고음이 지속적으로 들리고 있다. 국내 양돈산업은 꽤 오랫동안 일정한 돈육시세의 흐름을 보여오면서 양돈장과 양돈산업에 종사하는 많은 축산인들이 그 흐름에 익숙해져 있었다. 즉 국내 돈육가격은 3~8월까지는 높은 시세를 보이다가 9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 낮은 가격이 형성되었기에, 매년 반복되는 돈육가격변동흐름 (hog cycle)에 따라 축산관련 종사자들이 대처해 온 것이다.

#한숨만 쉰다고 될까
최근 중국의 ASF발생으로 인해 현지 돈육가격뿐만 아니라 EU, 미국, 캐나다 및 남미의 돈육수출국에서는 돈육의 선물시세가 일제히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매년 가장 높은 돈가가 형성돼 왔던 6월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15년간 가장 낮은 가격이 형성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국내 경기불황으로 축산물의 소비가 정체되거나 감소하는 현상과 정부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최저임금 상승 및 주 52시간 근무에 따른 저녁회식문화의 위축이 주된 원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 한다.
실제 국내 대기업들은 회사 수익률감소도 원인이 되지만, 최근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미투’ 운동의 영향으로 저녁회식을 제한하거나 자제하는 분위기다. 이는 곧 국내산 돈육 소비에 큰 제한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양돈산업이 어렵다며 매일 한숨을 쉰다고 현재의 상황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그 어느 누구보다 현장에 몸담고 있는 양돈장들과 관련산업 종사자들이 지금의 불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애국심 호소 한계
우선 한돈자조금을 이용하여, 국내산 돈육과 수입 돈육의 차이점을 TV와 언론매체를 통해 소비자들이 알기 쉬운 방법으로 적극 홍보하는 것이 한 방법이 될 것이다.  국내산 냉장육을 구울 때는 기름만 흘러나오지만, 수입 냉동육의 경우는 냉동될 때 돈육내 세포들이 파괴돼 해동 후 구울 때는 파괴된 세포의 내용물이 콧물처럼 뭉쳐서 흘러 나오는 것을 시각적으로 보여 주어야 한다.  또한 이 같은 냉장육과 냉동육의 차이가 돈육의 맛이나 영양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전문가를 통해 적극 설명하는 방법으로 국내산 돈육의 우수성을 홍보할 필요가 있다. 두번째는 국내에서 돈육을 이용해 축산가공품들을 생산하는 기업들의 인식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현재 주요 기업들은 가격이 저렴한 수입 돈육을 주로 이용하여 축산가공품을 생산하고 있는 만큼 국내 도축장들과 양돈조합들이 돈육가공업체들과의 장기계약을 통해 국내에서 비선호부위로 분류되는 돈육들을 저렴한 가격으로 안정적으로 공급할 필요가 있다. 물론 수익성을 추구하는 돈육가공업체들에게 언제까지나 애국심만 호소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들이 일정 비율 수익을 가져갈 수 있도록 국내 양돈업계가 보장을 해 주면서 국내산 돈육으로 만들어지는 축산가공품의 비율을 높여야 한다. 전국의 양돈장들도 도축장들과 양돈조합에서 비선호부위를 국내 축산물가공업체들에게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도록 돼지 도축 시 지급률을 낮추는 등 함께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등급제 소비단계도 적용돼야
국내 양돈업계의 모든 구성원들이 조금씩 양보하면서 돈육의 자급률을 유지하지 않으면 이미 70%대가 붕괴된 자급률이 50%까지 떨어지는 것을 막아내지 못할 것이다.  일단 돈육의 국내 자급률이 50% 이하로 떨어지면, 수입 돈육이 국내산 돈육에 비해 가격경쟁력에서 우월한 위치에 있으므로 자급률 저하는 보다 가속화될 것이다. 
한우산업은 자급률이 이미 40% 이하로 떨어져 있지만, 한우의 경우 수입 쇠고기들이 따라가지 못하는 독특한 품질과 차별성을 가지고 있기에 일정수준의 자급률이 유지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양돈산업은 다르다. 수입 돈육 품종과 거의 유사한 ((요크셔x랜드레이스)x듀록) 형태의 3원교잡종을 주로 사용하고 있으므로 한우산업과 단순 비교는 무의미하다.  그러므로 이제 국내산 돈육이 수입 돈육과의 차별성을 냉장육과 냉동육이라는 도식을 뛰어넘어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돼지의 품종, 육질 및 등급체계를 조속히 연구하고 현재의 돈육등급체계도 현실에 맞게 바꿀 필요가 있다. 지금은 양돈장이 도축장에 출하할 때에는 등급에 의한 정산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도축장에서 소비자들에게 전달되는 국내산 돈육은 품질등급은 사라지고, 난립하고 있는 지역별 브랜드에 의존해 돈육이 판매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국내산 돈육도 한우처럼 도축장에서의 등급정산이 소비자들에게 판매되는 돈육에도 적용되어 우수한 품질의 돈육에 대해서는 높은 가격이 부여될 수 있도록 양돈업계 스스로 나서야 할 것이다.  기존의 3원교잡종에 사용되는 요크셔, 랜드레이스, 듀록품종 이외의 품종을 활용,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육색, 돈육품질을 양돈업계에서 생산해 내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이탈리아는 도축체중을 160kg 이상으로 통일, 외국산 돈육이 넘볼 수 없는 보이지 않는 수입장벽을 만들어 자국의 양돈산업을 보호하고 있다. 국내 양돈산업은 양돈장, 도축장, 가공업체, 사료업체, 첨가제업체 및 동물약품업체 모두가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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