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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남성우 박사의 산티아고 순례길<11>

칸타브리아 지방 낙농지대 초지, 여건 너무 좋아

  • 등록 2020.11.12 10:41:21


(전 농협대학교 총장)


순례 시작 후 첫 미사 참석…축복받은 하루


▶ 산탄데르(Santander) 대성당 미사에 참례하다. ( 5월 31일, 9일차 )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면 아침 일찍 출발하는 게 능률이 높다. 우선 기분이 상쾌하고 잠을 푹 자서 피곤이 풀리므로 몸의 컨디션이 좋다. 남보다 일찍 길을 나서면 도착지까지 여유 있게 나아갈 수 있고, 일찍 도착하면 침대 배정이 확실하다. 공공 알베르게는 방 배정을 선착순으로 하므로 늦으면 자리가 없어서 다른 곳으로 찾아가야 하는 불편을 겪어야 한다. 또 모든 시설이 공동이용이므로 샤워, 세탁, 저녁준비 등도 먼저 해두면 여유가 있고 빨리 휴식을 취할 수 있어서 유리하다. 

오늘은 점심으로 조미김밥을 쌌다. 밥을 해서 조미김으로 간을 맞추어서 주먹밥을 싸면 된다. 들어가는 것은 없이 간만 맞추면 되므로 참 쉽다. 볼품은 없어도 먹어보면 참 맛있다. 물론 과일과 요구르트도 챙겨 넣었다. 

2시간 20분 정도 걸어서 작은 마을 산미겔(San Miguel)에 당도하여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시켜서 싸가지고 온 케이크와 함께 먹었다. 신기하게도 커피를 한 잔 하고나면 힘이 솟는다. 그래서 카페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게 되나 보다. 길가 나무그늘 아래서 점심식사로 조미김밥을 먹었다. 너무 맛있다. 오후 들어서 기온이 32℃를 훌쩍 넘어 너무 더웠다. 흐려서 선선했던 날이 생각났다. 간사한 게 사람의 마음인가보다. 

오늘 지난 곳은 칸타브리아 지방의 낙농지대다. 젖소목장이 눈에 많이 띈다. 품종은 우리와 같은 홀스타인이다. 이 지방의 지리적 여건을 보면 숲이 우거진 구릉지가 많다. 나무를 벌목하고 목초씨를 뿌리면 아주 좋은 초지가 된다. 비가 자주오니 가뭄이 없고 초지를 관리하기도 쉽다. 초지관리가 힘든 우리와 비교하면 여건이 너무 좋다. 한국은 봄에는 봄가뭄으로 초지가 망가지고, 여름에는 강수량이 너무 많아서 수해를 입거나 날이 너무 뜨거워서 하고현상(夏枯現像)으로 목초가 죽는다. 여기서는 모든 조건이 초지를 관리하는데 적당하다. 그러니 초지가 발달하고 낙농업이 발전할 수밖에 없다. 또 조사료를 많이 먹이므로 생산비가 낮아지는 것이다. 

마시는 우유가 이곳 슈퍼마켓에서 1리터짜리 종이팩 하나에 1.3유로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1천800원 정도밖에 안 된다. 그래서 우유를 매일 사 먹었다. 속이 든든하고 빵하고도 잘 어울린다. 빵을 먹을 때 버터를 듬뿍 발라 먹으면 고칼로리라 든든하다. 슬라이스 치즈도 가격이 저렴해서 거의 매일 먹었다. 유제품을 고르게 많이 먹은 것이 장거리 여정에 큰 도움이 되었던 것으로 생각한다. 

오늘은 코스 중에 똑바로 뻗은 포장도로 갓길을 걷는 구간이 있었다. 6km나 되는 그 길은 사람을 질리게 만들었다. 계속 오르막에다 햇볕은 쨍쨍, 코로 내뿜는 콧김이 뜨겁게 느껴졌다. 언덕에 올라서니 소모(Somo)라는 아담한 바닷가 마을이 나타났다. 소모의 선착장에서 빤히 건너다 뵈는 산탄데르로 가는 연락선을 탔다. 1인당 1.5유로이고 30분 간격으로 배가 있다고 했다. 파란 하늘과 푸른 바다가 환상적인 조화를 연출했다. 산탄데르(Santander) 선착장에서 알베르게까지 도보로 20여분, ‘맵스미’ 라는 앱이 길을 잘도 찾아준다.  

산탄데르는 칸타브리아 자치지방의 수도로서 비스케이만 연안에 있는 항구도시다. 인구가 20만 명 정도 되는 이 도시는 제철, 조선, 식품가공, 정유 등 공업이 활발하고 광물, 밀, 모직물, 포도주 등을 수출하는 무역항으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산세바스티안처럼 여름 피서지로 이름이 나있으며 근교에 있는 알타미라 동굴은 선사유적지로 동굴화가 유명하다.   

저녁 후 시가지를 구경하러 나갔다. 성당에 입장을 하려니까 사무실에 가서 크레덴시알에 스탬프를 받아오란다. 산탄데르 대성당에 들어가니 5분후에 미사가 시작된다고 했다. 새로 신  자가 되는 사람들에게 세례를 주는 세례미사였다. 대주교의 집전으로 진행된 미사를 끝까지 참예하고 영성체도 했다. 순례자는 고해성사를 한 것으로 간주하므로 영성체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순례 시작 후 처음으로 참례한 미사여서 의미가 컸다. 비록 스페인어로 진행된 미사였지만 미사의 진행경과는 알고 있으므로 그대로 따라했다. 오늘도 36km를 걸은 긴 하루, 힘들었지만 축복받은 하루였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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