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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한국축산, 밤에만 우는 ‘야명조’인가

  • 등록 2021.01.20 11:01:52

[축산신문]

윤봉중 본지 회장

하늘 무너진다고 아우성만 쳤지
위기 타개, 연대 없이 각자도생 난무
한국축산, 한낮의 햇살에 취해
집짓기 잊은 히말라야 야명조 연상


히말라야에는 재미난 이름의 새가 있다. 봉황처럼 전설에 나오는 상상의 새인데 밤에만 운다고 야명조(夜鳴鳥)로 불린다. 히말라야 트레킹을 다녀 온 지인에 의하면 이 새가 밤에만 우는 이유는 설산(雪山)의 혹독한 추위 때문이며, 그 울움소리는 “날이 밝으면 꼭 집을 지어야지”라는 절규를 의미한다. 극한의 환경을 견뎌 내야 하는 히말라야 인들에게 유비무환의 교훈이 내포된 전설이다.
필자는 근교 산행도 버거운 터라 트래킹얘기엔 별 흥미를 느끼지 않았지만 야명조 전설만은 우리 축산현실과 닮은꼴이어서 공명(共鳴)하는 바가 적지 않았다. 밤의 추위에 떨며 내일은 꼭 집을 짓겠다고 울부짖지만 막상 낮이 되면 따사로운 햇살에 취한 나머지 집짓기를 잊어버리고 밤이 되면 또다시 운다는 야명조의 전설에  위기가 닥칠 때면 금방이라도 숨넘어갈 것처럼 아우성치다가도 일단 목전의 위기만 넘기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조용해지는 한국축산의 모습이 판박이처럼 겹쳐지기 때문이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칠레를 시작으로 미국, 호주 등 주요 축산강국과의 FTA가 잇따라 체결될 때 우리는 시쳇말로 볼 장 다본 것 같은 심정이었다. 구제역을 비롯한 질병이 창궐했을 때도 그랬다. 그러나 위중한 상태만 넘기고 나면 적어도 겉보기엔 무슨 일 있었느냐는 듯 평온을 되찾았다. 이것이 풍랑 속에서 중심을 잡는 배의 복원력이나 위기를 극복하는 돌파력에 견줄 수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문제는 그런 차원이 아니라는 데 있다.
지속적인 자급률 저하와 함께 관세율 제로(0)화를 향한 스톱워치 소리는 점점 가까이 들리고 각종 질병이 빈발하는 위기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축산현장을 옥죄는 각종 규제도 갈수록 태산이다.
총체적 위기상황을 마주하는 축산계가 아예 손 놓고 있는 것도 아닐진대 절절한 위기의식이 보이지 않는 것은 위기를 극복하려는 힘이 약한데 기인한 것이다. 힘이 약하다는 건 축산계의 에너지가 한 곳으로 모이지 않는 탓이고 이는 구심점의 부재요, 구심력의 결여다. 다 그렇다고 단정 지을 문제는 아니지만 우리 축산업계의 가장 큰 병폐는 연대보다는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잰걸음만 난무하는데 있다 할 것이다.
한국축산의 오늘은 마치 영화 속 백상아리처럼 무시무시한 아가리를 드러내던 개방파고를 이겨낸 결과라는 점에서 스스로도 대견한 일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여기에는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게 있다. 그것은 바로 동료의 부재다. 용케 여기까지 왔으나 위기는 갈수록 심화되고 이에 대처할 스크럼이 필요한데 돌아보니 어깨동무할 동료가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민주주의의 작동원리는 기본적으로 다수결이고 이는 곧 머릿수를 의미하는데 한국축산은 이미 머릿수의 힘을 상실했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게 업종간의 탄탄한 협력 즉, 축구에서 얘기하는 조직력인데 바로 이 점이 부족한 것이다.
경영체의 덩치가 크다고 모든 게 해결되지는 않는다. 머릿수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정책의 대상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 체감 가능한 축산정책이 안보이고 규제만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작금의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위기라며 아우성만 쳤지 구심점의 부재나 구심력의 부족을 메우려는 노력이 체감되지 않는 축산의 현실이 참으로 걱정스럽다. 가보지도 못한 히말아야의 전설속 새를 들먹이는 게 저어되기도 하지만 오늘 우리 현실이 어찌 그리도 판박이처럼 닮았는지 실로 안타까울 뿐이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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