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종돈장들이 정부의 PRRS 검사 의무화 발표를 계기로 사실상 공황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이번 방침은 PRRS에 대한 근본적인 정책부재 상태에서 그 여파나 대응방법 등 충분한 사전검토는 물론 구체적 목표도 없이 이뤄졌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 청정화 ‘막막’…비육 전환 검토 확산 등 종돈기반 ‘흔들’ “정책 부재속 졸속 조치…현실감안 기본 방향부터 제시를” ■ “사실상 청정화 요구할 것” 정부는 지난 8월 PRRS 검사 시행시기 및 후보모돈에 대한 범위설정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종돈장 방역관리 요령’ 개정(안)을 마련, 입안 예고하고 내년 2월부터 PRRS검사(항원)를 실시한다는 방침을 마련했다. 이에대해 대부분의 종돈장들은 한마디로 “막막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PRRS 검사가 의무화 된 이상 그 결과가 어떤 형태로든 공개될 수 밖에 없는 만큼 구매자입장에서는 PRRS 청정화 여부가 종돈장 선택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예측할 수있는 부분. 하지만 국내 종돈장 가운데 PRRS로부터 자유로운 농장은 손에 꼽을 것이라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 된지 오래인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한 종돈장 대표는 “PRRS 감염 비육돈농장의 경우 어떤 상태의 후보돈을 선택해야 할지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라며 “그러나 비육돈농장 가운데 이러한 깊숙한 내용까지 감안해 후보모돈을 선택할 농가가 얼마나 되겠느냐”고 말한다. ■청정화, 알아도 못해 더욱 큰 문제는 “백신회사 조차 청정화 프로그램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백신효과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진 상황에서 양성돈 검색과 도태, 농장폐쇄 과정을 거치는 것외에는 딱히 종돈장 PRRS 청정화 방법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양성률이나 농장규모 및 사육형태에 따라서는 감당키 어려운 경제적 부담이 불가피한데다 그나마 해당농장은 물론 이웃농장까지 안정화 돼 있어야 청정화 작업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막상 시도할수 있는 종돈장 조차도 극히 제한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과거의 백신허용 자체가 PRRS에 대한 정부의 기본정책을 의미하는 것 아니었느냐” 는 시각과 함께 “문을 닫든지. 대책을 세우든지 판단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에서 정확한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결국 PRRS 청정화를 실현하지 못한 종돈장들은 판로가 없어지는 상황을 눈뜨고 지켜볼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 종돈장들이 막대한 예산을 투입, PRRS 청정화를 추진하거나 신축 및 리모델링을 통해 PRRS 음성농장 설치에 앞다퉈 나서고 있고, AI센터들이 수입종돈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등의 추세는 이러한 우려가 결코 기우로 그치진 아닐 것임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한국종돈업경영인회의 한 관계자는 “아예 비육돈으로 업종 전환을 검토하는 종돈장이 늘고 있다”며 “ 내심 자포자기한 농가도 적지않은 등 종돈업계는 사실상 공황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며 분위기를 전했다. ■ “정책은 없다” 그렇다면 PRRS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무엇일까. 지난 16일 한국종돈업경영인회 주관한 종돈장방역관련 협의회에서 “PRRS에 대한 별도의 정책은 없다”고 밝혔다. 정확한 결과를 예측할수 없는 정책은 수립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종돈장에 대한 PRRS 검사 의무화 조치에 대해 “농가들에게 종돈장의 선택기준이 제시될 경우 종돈장 차원의 청정화 노력이 이어지면서 점차 질병이 감소할 것으로 판단했다”며 “청정화를 의무화하자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 했다. 업계관계자들은 이에대해 PRRS에 대한 기본 방향이나 구체적인 청정화 목표가 마련되지 않았을 뿐 만 아니라 이번 PRRS 검사 역시 그 기대효과와 여파 등 과학적 근거자료를 토대로 한 충분한 사전 검토조차 이뤄지지 않은채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사실상 시인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더욱이 그 실질적인 효과에 대한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불구, 컨설팅 및 백신지원을 지속 또는 신규로 실시하겠다는 방침이 전문가집단의 자문을 토대로 이뤄졌음이 알려지자 정부의 여론 및 정보수집 체제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적지않다. ■ “신중한 접근을” 아직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PRRS 청정화의 실현 가능성 때문에 방역목표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에 일부 수의사들이나 종돈업계는 비육돈 단계까지 감안, 정부차원에서 장기적 시각하에 PRRS 안정화 또는 청정화라는 기본 방향을 설정하고 연차적인 각 단계별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지는 섣부른 방역조치는 오히려 양돈업계의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고 청정화 실현 가능성을 더욱 희박하게 만들 뿐 이라는 지적이다. 이와함께 단기적으론 종돈과 비육돈 각 단계별 PRRS 피해 최소화 방안을 마련, 현장에서 적용되도록 하고 검증되지 않은 대처법이 전파되지 않도록 철저히 차단하는 노력도 병행돼야 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안정화 또는 농장단위의 청정화에 따른 경제적 부담 해소를 위해 정부지원 대책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 수의전문가는 “PRRS가 워낙 어려운 질병인 만큼 어떤 형태로든 효율적인 대책 마련이라도 쉽지 않을뿐더러 예상외의 시간과 자금이 투입될수도 있다”며 “그러나 이러한 노력없는 국내 양돈산업의 생산성 향상은 기대할수 없는 만큼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