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극장가를 휩쓰는 황소 한 마리가 있다. 목에 방울을 달고 평생 주인의 일을 도우면서 살아온 누렁이 한마리가 지금 전 국민을 울리고 있다. 축산전문지의 한우 담당기자로서 도저히 그 내용이 궁금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누렁이의 무엇이 우리를 울리는 것일까. 소의 평균 수명은 보통 15~20년이지만 이 주인공은 40년을 살았다. 그리고 그 평생을 주인 할아버지의 동반자로 등에는 멍에를 쓰고, 목에는 ‘워낭’ 이라 불리는 작은 종을 달고 살았다. 걸음이 불편한 할아버지를 닮아 이 소도 다리가 불편했다. 하지만 결코 멍에를 피하는 일이 없다. 주인이 원하면 언제라도 멍에를 쓰고 먼 길을 마다않고 수레를 끌었다. 이 소를 위해 할아버지는 논과 밭에 농약을 치지 않는다. 주위에서 나는 풀을 베어 소에게 먹이는 할아버지는 조금이라도 소에게 해가 될까 할머니의 갖은 구박에도 불구하고 절대 약을 치지 않는다. 서로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소와 주인 할아버지는 세상 어느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로 살았다. 이 둘 사이에 오가는 애틋한 마음이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 한구석을 파고들었다. 전화 한통이면 창고까지 가져다주는 사료를 먹여 키우는 농가들, 어떻게든 헐값에 소를 사 높은 마진을 챙기려는 상인들에게 이 영화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뭘까. 소는 경제가축이다. 이젠 일소로서 활용하기 위한 소는 찾기조차 어렵다. 하지만 감정이 있는 소에게 주인의 사랑을 주면 소도 반드시 주인에게 어떤 방법으로든 보답한다는 사실을 이 영화는 말해주고 있다. 꼭 꼴을 베어 먹이지 않더라도 항상 내 소를 아끼는 농가의 마음, 소를 거래할 때도 내가 직접 키운 소가 아니더라도 사랑과 정성으로 키운 결과라는 것을 인정하는 모습이 필요할 것이다. 모든 가치가 돈으로 판단되는 삭막한 세상이다. 경쟁에서 이기지 않으면 살기 어려운 살벌한 세상이다. 우리 한우인들끼리라도 서로의 속도에 발걸음을 맞춰 걷는 이 영화의 두 주인공처럼 동반자라는 생각을 갖고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의 여유를 갖기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