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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인들 하나로 뭉칠때다

■시론 / 윤봉중<본지 회장>

  • 등록 2011.03.07 12:58:41
 
구제역으로 인해 국내 돼지사육두수의 30%이상이 매몰되고, 소도 십 수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이 때문에 돼지고기가 품귀현상을 빚고, 우유는 학교급식을 걱정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러한 피해는 시간이 지나면 원상회복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정말 큰 일은 눈에 보이는 피해가 아닐 것이다.
큰 일이란 무엇일까? 열거하자면 국민여론과 축산내부의 문제다.
구제역 발생이후 축산업에 대한 국민적 인식은 초기의 동정론에서 점차 곱지 않은 쪽으로 바뀌고 있다. 지역경제가 침체에 빠진 구제역 발생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축산인들은 피해보상이라도 받지만 자신들은 아무런 구제조치가 없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으며, 이러한 여론은 매몰가축의 침출수문제가 이슈화되면서 일반 국민들에게로 확산되고 있다. 경제정책을 쥐락펴락하는 장관이 축산인들의 도덕적 해이를 공개적으로 거론하고, 집권여당 원내대표가 축산은 우리나라 실정에 맞지 않는다는 식의 축산비하발언을 서슴없이 해대는 것은 기본적으로 그들의 양식을 의심케 하는 말이지만 싸늘해지고 있는 시중여론과 맥이 닿아 있다고 봐야 한다.
위기에 처한 한국 축산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답은 구심점 부재 그 자체다. 각개약진과 반목만 있지 협력은 보기 어려운게 우리 축산의 현실이다. 같은 축종안에서도 업종별로 갈가리 나뉘어져 앙앙불락하기 일쑤다. 종사인구가 수 천명도 안되는 축종안에서 이익단체는 자꾸 생겨나 대립과 분열을 일삼는 원심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생산자조직에서도 협동조합과 일반단체가 협력보다는 마치 경쟁관계인 양 다툼을 벌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죽느냐, 사느냐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서도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축산내부의 분열상은 싸늘한 국민여론보다 더 심각한 일이다.
이번 구제역은 축산내부의 고질적 분열상을 한층 심화시킬 개연성이 크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사안이다. 구제역이후의 축산물시세를 보면 축종간 희비가 엇갈리게 돼 있다. 같은 축종안에서도 매몰농가와 비매몰농가의 입장이 다르다. 축종에 따라서는 재입식용 가축수입문제를 놓고 찬성과 반대가 대립하는 경우마저 있다. 노동현장의 노노(勞勞) 갈등이 축산현장에서도 불거질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사안들이다. 축산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싸늘해지고, 축산 내부의 모습은 구심점 없이 제각각인 상황. 이것이 바로 우리 축산이 직면해 있는 현실이다.
무 자르듯 명쾌한 해법은 없지만 이제 축산지도자들이 과감히 나서야 할 때다. 지도자들이 축산이란 큰 테두리를 지키는 대의를 위해 소리(小利)를 희생하는 용기와 리더십을 보여주어야 한다. 지금은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한편으로 정부와 정치권을 설득해야 할 때이지 업종간의 이해를 따지고 조직이기주의에 빠질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순망치한(脣亡齒寒)이라고, 지금은 업종이 따로 없다. 마을 전체가 수몰위기에 빠져 있는데 내 집만 온전할 리 없는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분열의 결과는 항상 파국이었다. 지도자들이 뜻을 모아 축산의 힘을 약화시키는 원심력을 구심력으로 바꾸어야 한다. 바로 이것이 오늘의 위기앞에서 지도자들이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임을 잊지 말기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축산인들의 머리 속에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경구가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 그 중에서도 지도자들은 후회와 원망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욱 그래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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