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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에서 발견한 ‘희망’

■특별기고/ 남성우 대표이사(농협중앙회 축산경제)

  • 등록 2011.07.27 10:54:08
 
지난해 11월 발생한 FMD로 인해 전국의 소·돼지 348만두가 매몰처분되어 국내 축산업은 큰 피해를 입었다. 그 중 젖소는 전체 사육 마리수의 8.5%인 3만6천여두가 매몰되었다. 지역적으로는 매몰된 젖소의 87%가 낙농벨트 지역인 수도권에 집중됐다. FMD 확산 방지를 위해 가축이동이 제한되는 한편 발생농가와 인접해있는 젖소까지 묻을 수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졌다.
올 상반기 원유생산량은 94만5천톤으로 전년 동기대비 11.1%나 감소했다. 매몰된 숫자에 비해 원유생산량이 더 많이 감소한 이유는 마리당 생산성 저하 외에도 고능력 젖소가 상당수 매몰되었음을 짐작케 한다.
질 좋은 우유를 많이 생산하도록 젖소를 개량하는 것은 생산비를 줄여 농가 소득을 높이는 필수요소로서, 농가는 수십 년 동안 젖소 개량에 힘써왔다. 이처럼 자식과 같이 키운 젖소를 잃은 슬픔과 막막한 심정을 당사자가 아니고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
젖소의 생산성이 국내 상위수준인 어느 낙농가의 슬픈 이야기이다. 70년대 초에 낙농을 시작한 이 농가는 생산성 향상을 위해 현대화된 우사에 로봇착유기까지 도입했다. 아들이 가업을 이어 부자가 함께 낙농을 하였지만, 지난해 12월 FMD로 평생 개량해 온 젖소를 모두 잃고 말았다.
이런 청천벽력과 같은 상황 속에서도 아버지는 “일생을 낙농에 걸겠다는 아들의 상심이 얼마나 클까”라며 아들을 걱정하였고, 아들은 “평생을 낙농을 위해 헌신해 온 아버지의 허탈감이 얼마나 크실까? 건강을 해치시면 큰일인데”하고 서로를 걱정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미어졌다.
전체 젖소농가의 10%인 640여 농가에서 살처분이 이루어졌고, 그 중에서도 380여 농가는 기르던 젖소 모두를 매몰 처분하는 아픔을 겪었다. 텅 빈 축사를 바라보는 아픔도 아픔이지만 다시 젖소를 기를 수 있는 날을 기약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이 농가에게는 더 큰 아픔이었으리라.
상심에 차있는 낙농가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 끝에 지난 3월25일 농협과 낙농육우협회 그리고 축산신문이 공동으로 ‘희망젖소 나눔운동’을 시작했다. FMD로부터 피해가 없거나 적었던 농가가 몇 마리씩이라도 십시일반으로 돕는다면 실의에 빠진 농가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시작한 운동이다.
원유가 모자라는 현실에서 어느 농가가 과연 선뜻 애지중지하는 젖소를 내놓을 것인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는 낙농인의 나눔 정신을 믿었다. 농협은 낙농관련 조합을 통해, 협회는 협회 지부를 통해, 축산신문은 지면을 통해 전국 낙농인에게 이 운동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정부에서도 장관이 주재하고 관련 단체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4월 19일 젖소나눔운동 협약식을 개최하는 등 지원을 하였다.
처음에는 반응이 미미했던 낙농가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 둘 동참하기 시작해 6월말에는 4천645두의 희망젖소가 낙농가들의 정성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희망젖소 나눔운동에 동참해 준 전국의 낙농가 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여러분들의 아름다운 나눔 정신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인생의 여정에는 희노애락이 있기 마련이다. 성취감으로 가슴이 벅차오를 때도 있고, 상실감으로 가슴이 미어질 때도 있다.
희망젖소 나눔운동을 통해서 보여준 낙농인들의 고귀한 나눔 정신은 낙심하고 있는 다른 낙농가들에게 큰 용기와 희망을 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상생을 추구하는 협동조합 이념의 실천인 것이다. 아프리카 속담에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더 멀리 갈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이번 희망젖소 나눔운동을 통해 우리는 ‘희망’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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