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축산운동이 서서히 확산되고 있다. 축산인들이 지역주민은 물론 소비자들과 동행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인식이 축산인들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나눔축산이 더욱 빠른 속도로 확산되기를 기대하며 기부천사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축산 이해하고 악취 등 불편 감내에 감사
명절 때마다 웅포면사무소에 1천만원씩
제2의 고향 따뜻한 정에 나눔으로 보답
“양돈장에서 올린 수익 중 일부를 지역사회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환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많은 금액을 내놓은 것도 아닌데 주목을 받게 돼 어색하다.”
전북 익산시 웅포면에서 농업회사법인 ㈜베리굿팜을 경영하고 있는 김기진 대표이사는 첫 마디부터 “해야 될 일을 했을 뿐”이라며 쑥스러워 했다.
김기진 대표는 지난해까지 6년 동안 웅포면사무소에 불우이웃을 돕는데 써달라며 7천만원을 기탁했다. 지난해에는 설과 추석 때 1천만원씩, 모교인 충북대 축산학과에 1천만원, 총 3천만원을 사회에 환원했다. 올 들어서도 지난달 6일 나눔축산운동본부에 지정목적사업으로 1천만원을 기탁했다. 나눔축산운동본부에선 김 대표가 기탁한 1천만원을 익산 웅포면이 선정한 소외계층 98명에게 나누어 전달했다.
김기진 대표가 익산시 웅포면에 자리를 잡은 것은 2006년. 충남 홍성과 보령에서 동업자와 함께 양돈장을 운영했던 김 대표는 이 때 익산으로 왔다. 2009년에는 지분을 정리하면서 지금의 양돈장을 인수해 베리굿팜을 설립했다. 2008년 30만원으로 시작된 김 대표의 나눔은 2009년부터 매년 설과 추석 때마다 웅포면사무소에 익명으로 1천만원씩 기부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처음에는 타지 사람인 그를 알아보지 못했던 면사무소 직원들에게 차츰 얼굴이 알려지면서 지역에서 정말 좋은 일을 하는 양돈농가가 있다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양돈장 경영도 만만치 않지만 적은 금액이라도 쪼갤 수 있다는 마음에서 시작했다. 또 아무래도 경종농가보다 양돈이 수익이 좋다는 생각도 했다. 1천만원이 큰 금액 같아도 웅포면 25개 부락으로 나누다보면 미미한 액수다.”
김 대표의 고향은 충북 음성이다. 충북대 축산학과를 나와 청도농산과 다비육종에서 근무했다. 2000년에는 음성 맹동에서 양돈장을 위탁 운영했던 김 대표는 충남 홍성과 보령을 거쳐 제2의 고향인 익산에 정착했다.
베리굿팜은 모돈 720두 규모의 목우촌 계열 자돈전문생산농장이다. 농협종돈개량사업소에서 종돈과 웅돈을 받아 자돈을 생산해 목우촌에 납품하는 방식으로 양돈장을 운영하다보니 아무래도 비육 위주의 양돈장보다 수익은 적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대학시절 4년 동안 장학금을 받으면서도 가정형편이 어려워 부족한 학비는 아르바이트로 충당했다. 그 당시 주위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으면서 나중에 꼭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특히 다비육종에서 근무할 때 받은 영향은 나눔을 실천하는데 큰 원동력이 됐다.
“익산지역 주민들에게 너무 고맙다. 홍성서 농장을 실패했던 경험도 있다. 사실 양돈장을 새로 짓는다는 것은 어느 지역에 가더라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지만 익산에선 주변의 많은 도움으로 쉽게 정착했다. 사업도 빨리 안정됐다.”
김 대표는 익산에 정착한 첫해 현금 30만원으로 첫 나눔을 시작했다. 그 다음에는 쌀로 현물을 기탁했는데 나눠주는 공직자들이 너무 힘들어 하는 것 같아 다시 현금 기탁으로 바꿨다. 김 대표는 나눔을 통해 지역사회를 훈훈하게 하면서 익산시장 표창을 받기도 했다. 더욱이 타지에서 온 김 대표의 나눔실천이 입소문을 타면서 웅포면에 새로운 나눔 바람을 일으켰다. 지난해에만 웅포FC, 웅포면 이장단, 자율방범대, 의용소방대 등 웅포면의 크고 작은 단체들이 소년소녀가장이나 홀몸노인, 장애인 등 어려운 이웃돕기에 나서 웅포면사무소에 기탁금이 전년 대비 1천만원 이상 증가했다.
“양돈장을 시작할 때 지역사회 소외계층에게는 명절 때 마다 1천만원씩, 그리고 모교인 충북대 축산학과에는 총 1억원의 장학금을 계획했다. 다행히 농장이 빨리 안정돼 지난해에는 장학금 기탁도 시작했다.”
김 대표는 명절 때 현금 기탁 외에도 평소 주변을 돌보는 일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경로당에 난방용 기름을 넣어주거나 틈 날 때 마다 돼지고기를 갖다 주는 나눔을 소리 없이 계속하고 있다고 익산군산축협 관계자들이 귀띔했다. 한돈협회 익산시지부가 주관한 불우이웃에 돼지고기 보내는 사업도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2012년과 2013년 익산 1천만송이 국화축제에는 돼지고기를 기부한 것은 물론 익산군산축협과 한돈협회 익산시지부가 함께 개최한 시식행사에 직접 앞치마를 두르고 자원봉사도 했다.
“양돈장은 아무리 깨끗하게 관리해도 민원이 생길 수 있는 사업장이다. 평소 축산을 이해해주고 악취 등 불편함을 감내해준 지역주민들에게 양돈장에서 얻어진 수익을 환원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김 대표는 “나눔축산운동의 취지에 100% 공감한다. 많은 축산인들이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