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법 시행령에서 정해 놓은 일선조합들의 조합원 하한선이 농촌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귀를 막고 있는 정부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제라도 정부가 정확한 실태조사를 통해 기준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축산 생산액 비약적 증가로
축협사업 다각·세분화 요구
농협법 조합 설립인가기준
농업 1천만명 시대 것 그대로
업계, 조합원 200~300명으로
하한선 현실 맞게 개선 촉구
정부 관료들은 10여년 이상 계속된 이 문제의 지적에 하나같이 모르쇠로 일관해왔다. 어떤 경우에는 한 발 나아가 “언제까지 그 많은 숫자의 조합을 끌고 갈 것이냐”는 말로 일선조합의 목을 죄어왔다. 농협창립기념식이 열린 지난 1일에도 농축산부 관계자는 “우리보다 땅이 넓은 일본도 조합이 700개에 불과하다. 언제까지 1천158개 조합을 끌고 가야 할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언제든지 조합원 하한선을 못 맞추는 조합에 합병이란 철퇴를 내리겠다는 속내를 감추지 않은 것이다. 정부는 오히려 한발 더 나가 이번에는 조합원 자격기준을 더욱 강화시켜버렸다. 기존 기준인 가축 사육 마리 수에 사육시설면적기준까지 충족해야 조합원 자격이 유지되는 것으로 했다.
사실 농협법 시행령 제2조 조합의 설립인가 기준의 조합원 숫자는 농업인구 1천만명 시대의 것이다. 2013년 농업인구는 284만7천명이다. 반 토막이 나도 한참 전에 났지만 관련규정은 꼼짝할 줄 모른다.
농업인구는 줄었지만 농가 규모화로 전체 생산액은 오히려 늘어났다. 축산농가 숫자를 보면 한육우의 경우 1995년 51만9천명에서 2005년 18만9천명(이하 한우), 2010년 16만6천명, 2014년 3월 11만4천명으로 줄었다. 전체 소 두수는 1995년 259만4천두에서 2010년 276만1천두(이하 한우), 2014년 3월 271만1천두로 유지되고 있다.
농가당 한우 숫자도 1995년 5두에서 2014년 3월 23.6두로 크게 늘었다. 젖소농가도 1995년 2만3천명에서 2014년 3월 5천900명으로 줄었지만 호당 평균 젖소 숫자는 같은 기간 24두에서 72.5두로 늘어났다. 돼지농가도 1995년 4만6천명에서 2014년 3월 5천400명으로 줄었지만 같은 기간 호당 평균 돼지 숫자는 140.5두에서 1천795.9두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닭 사육농가도 1995년 20만3천명에서 2014년 3월 3천명으로 줄었지만 호당 사육숫자는 같은 기간 422.7수에서 5만612.7수로 비약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주요축종 현황을 보면 농가숫자는 감소해도 전체 산업은 오히려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역시 축산농가 숫자가 줄었어도 일선축협의 사업과 역할은 늘어나고 있다. 농가들이 정예화되고 경영수준이 높아지면서 축협의 사업은 점점 다양화되고 세분화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다수의 소규모 복합영농 형태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았던 조합원 하한선이 협동조합의 경영성과나 역할과 상관없이 생존을 위협하는 악법으로 대두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속화되고 있는 농촌인구 감소 상황에서 과거 기준을 고집해 조합의 생존 유무를 결정짓는 것은 위험한 접근이라는게 협동조합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현재 농협법시행령 제2조 조합의 설립인가 기준에는 조합원 하한선을 지역조합 1천명 이상, 특별시·광역시와 도서개발촉진법에 따른 도서지역 중 농가호수 700호 미만인 지역으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정 고시하는 지역인 경우에는 300명 이상, 품목조합 200명 이상으로 정해 놓고 있다.
이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협동조합은 설립인가를 받을 수 없다. 일단 설립인가를 받았어도 추후 기준에 미달될 경우 정부로부터 인가 취소 또는 인근조합과의 합병명령이란 철퇴를 맞는다.
일선축협 관계자들은 양축가 조합원 없는 축협이 존재할 필요가 없듯이 축협 없이는 양축농가 권익보호와 축산업 발전도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조합원 하한선을 현실에 맞게 200~300명 선으로 대폭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현장 목소리에 귀를 열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