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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프로바이오틱스’ 열풍 편승한 과대광고

윤성식 연세대 교수

 

최근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가 건강기능성식품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건강기능식품 생산액 중에서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은 804억 원으로 전년에 비해 55%가 증가했다고 한다. 일명 생균제로 불리는 프로바이오틱스는 매우 흥미로운 미생물이다. 그들은 살아있는(生) 미생물로서 인간이나 동물과 같은 숙주의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하기 위해 구강을 통해 섭취하는 미생물로 정의된다.
현행 건강기능성식품법에 기술된 프로바이오틱스의 대부분은 유산균종들이므로 유산균은 프로바이오틱스의 대명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므로 필자처럼 우유를 연구하는 학자에게 유산균은 가장 매력적인 연구주제이며, 이러한 유산균 시장의 급격한 신장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유산균은 우유와 같이 고른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는 식품 중에서만 잘 자라며 증식을 위한 영양 요구성이 매우 까다로운 세균이다. 그러므로 영양소로서 무기질, 비타민 등 여러 증식촉진물질을 배지에 공급하지 않으면 자라지 않는 성질 때문에 일단 유산균이 많이 존재하는 식품은 인간에게도 유익한 식품으로 간주해도 좋을 것이다.
프로바이오틱스 미생물은 우리의 장관에 도달한 다음 원래 그곳에 서식하는 미생물 집단 즉 장내균총이라 부르는 미생물들과 섞이고 서로 경쟁하면서 대변으로 배설된다. 인간의 장관은 대략 수십~수백 종, 무려 약 300조에 이르는 미생물이 살아가는 복잡한 생태계이다. 비교적 산소의 농도가 낮아 혐기성 미생물이나 미호기성 세균 등이 자연스럽게 우점한다. 실제로 혐기성균이 99.9% 점유하는데 대략 1g의 대변에는 약 1천억 마리 혐기성균이 들어있다고 한다. 우리가 먹는 프로바이오틱스 세균들도 이 장점막 상에서 서식해야 효능을 기대할 수 있지만 이들은 엄청나게 많은 장관 내 정상균총 중에서 극히 소수자일 뿐이다.
종종 프로바이오틱스 균주를 섭취하는 것은 광활한 열대우림지역에 자그만 콩밭을 조성하는 작업에 비유된다. 우리는 콩과 같은 유용작물을 키워서 얼마간의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수많은 생명체가 우글거리는 열대우림지역과도 같은 정상 장내균총을 프로바이오틱스로 개조하려는 노력은 무모한 도전은 아닐까?
우리는 매일 먹고 마시는 식품과 물에 들어있는 미생물을 항상 섭취하고 있다는 점을 실감하지 못한다. 흥미로운 것은 형제자매 간에는 비슷한 세균을 보유한다고 한다. 어떤 세균이 당신의 장내균총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는 유전적 소인이 크게 관여할 수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앞에의 언급처럼 많은 프로바이오틱스를 정상인에게 공급한다고 해도 원래 그곳에 존재하는 세균 수에 비해 매우 적은 양의 세균을 도입하는 것이므로 정상인에게 있어서 프로바이오틱스 정제나 캡슐을 섭취해야 할 과학적 타당성은 솔직히 별로 없다. 오히려 맹목적으로 프로바이오틱스를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건강상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미디어에서 “20여종의 복합 유산균주가 캡슐 당 50억~천억 마리가 함유됐다”면서 만병통치약처럼 홍보하는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이 과연 안전하고 우수한 제품일까? 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프로바이오틱스 장기복용에 따라서 가벼운 염증으로 인한 심장마비, 폐의 균색전증(embolism) 위험성이 증가하는 것이 각각 관찰됐다.
장기간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하다가 중단하였을 경우 한두 달 이내 구강 염증의 증가가 관찰되었다고 한다. 항생제 관련 설사의 치료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프로바이오틱스 섭취 효과가 인정되었지만 그것이 일반적인 설사를 치료한다는 주장은 확신하기 힘들다. 요컨대 프로바이오틱스가 다양한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한다는 과학적 근거는 현재까지 매우 빈약하고 오히려 잠재적 위험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여러 개 균종을 섞어 만든 복합균주 제품을 제조하기 위해 각 균주를 선택하는 방식은 제조사마다 다르다. 일부 균주는 해외 균주분양회사로부터 구입하는 경우도 있고 제조사 자체적으로 개발한 균주도 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제품에 표시된 균주들이 어떤 근거로 선발돼 제품에 포함됐는지 일반 소비자들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해외 발표에 따르면 여러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에서 포장지에 표시되지 않은 균주가 발견되거나 심지어 병원성 세균이 오염된 경우도 있었다. 제품 표시 중에는 제품이 생균수를 표시하는 대신 투입량을 표시하는 경우가 흔히 있지만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 이상의 의미를 찾기 힘들다고 본다.
연구개발은 뒷전이고 소비자를 현혹하는 과대광고와 판매에만 열을 올리는 국내 제조회사들을 보면서 이러다가 기능성 유제품까지 시장에서 외면당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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