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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명량’의 리더십과 가축질병 방역

김재홍 교수(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김재홍 교수(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을 영화화한 ‘명량’이 관객수 1천700만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국민은 안중에 없고 집단적 이기주의만 가득한, 지루한 정치 진영간의 싸움과 식물국회, 게다가 세월호로 비롯된 정신적 퇴보나 사회성장의 정체 등으로 인해 새로운 돌파구나 어떤 우상이 필요해서일까.
아니면 판옥선 12척으로 왜군의 함선 330척에 맞서 배수의 진을 치고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이 나라를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야욕으로부터 구해낸 이순신 장군과 같은 리더십과 용기에 대한 갈망일까.
우리 축산업계도 이와 같은 난국에 처해 있지는 않을까.
아직 가을 빛깔이 완연히 물들지 않은 시점인데도 축산농가와 방역당국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10월부터 조류인플루엔자(AI)와 FMD 특별방역기간이 시작될 예정이지만 그 겨울이 오기도 전에 9월 24일 전남 영암의 육용오리 농장에서 H5N8 형의 AI가 재발했다.
AI 종식으로 판단해 이동제한을 해제한 지 20여일 만이다. 아직 본격적인 철새 도래의 시기가 아니어서 철새 탓도 못하게 생겼고, 오히려 이제부터는 철새가 감염된 오리농장이나 다른 가금농장으로부터 감염이 될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 되고 있다.
FMD는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던 농가를 중심으로 확산됨으로써 어렵게 얻은 FMD 청정국 지위마저 잃은 상태이다.
AI나 FMD 같은 악성 전염병의 초동방역에 있어서는 초기 발생 후 2~3주 이내가 가장 중요한 시기이다. 이것은 초기단계에서 시행착오 없이 적시에 일사불란하고 신속한 방역조치가 질병의 확산을 차단하는 결정적 요소라는 말이다. 방역당국에 포착되지 않은 감염농장을 며칠 방치해 두면 질병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것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일이다.
그만큼 교통수단과 유통망이 발달되어 질병의 확산에 최적 조건이 갖추어져 있다는 뜻이다. 실기하면 방역 노력과 기간, 사회적 비용의 측면에서 엄청난 댓가를 치를 수 밖에 없다. 그만큼 타이밍과 정확성이 필요한 일이다.
명량해전에서는 이순신 장군이 울돌목의 물길이 바뀌는 시점을 노려 일본의 선단에 일제공격을 감행하는 전술을 썼고, 이것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뒤짚는 계기가 된다, 하지만 절묘한 타이밍의 이면에는 거시적, 전략적 마인드와 세부적 전술에 있어서의 전문성과 일관성, 전투력에 대한 철저한 통제력이 자리하고 있다.
가축질병 근절에 있어서도 이러한 통찰력과 전문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2000년과 2003년의 FMD와 AI 최초 발생 이후 수차례 교훈을 반복해서 겪고 있지만 전략적 마인드나 방역조직 측면에서 근원적으로 발전하는 모습이 없어 안타깝기만 하다.
관련 법규나 방역행동요령(SOP)만 보완한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다.
지난 6월에도 1개월 이상 발생이 없어 이미 종식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생각될 즈음에 느닷없이, 그것도 비발생 지역이었던 강원도 횡성과 대구 및 호남지역에서 AI가 동시다발적으로 재발한 적이 있다.
이 사실은 국내 가금 사육농가, 특히 육용오리 사육농가에서 바이러스 감염이 지속되고 있고, 방역당국에 포착되지 않을 뿐 양성 또는 바이러스 오염 농가가 도처에 잠복해 있을 위험성이 있다는 경종을 울려 주고 있다.
발생신고가 없다고 상황이 끝난 것이 아니며, 끊임없는 감시와 검색이 필요하다. 이런 면에서 보면 전국적 이동제한이 해제되면서 육용오리 출하 전 검사까지 종료된 것은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시행상의 어려움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예찰강화 차원에서라도 다른 대안을 마련해 두는 것이 바람직했을 것이다.
이번에도 늦은 감은 있지만 연중 발생 또는 토착화할 위험성을 최대한 차단할 수 있는 방안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이 순환 고리를 못 끊고 겨울철로 넘어간다면 상재화의 길로 접어들게 되므로 방역실패라는 여론의 질타와 책임론을 면하기 어려워 질 것이다.
이 시점에서 가장 유력한 방법은 육용오리 도축장에서의 도축 전 검사방안이다. 도축장 검사는 질병 검색에서 병목을 틀어쥐는 형국을 만들 수 있으며, 그만큼 효과적이다. 또한 농장에서의 출하 전 검사의 어려움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 제도에 있어서 방역당국의 우려는 검사에 최소 2 내지 3일 이상이 걸리는데 검사가 진행중인 도축오리가 유통된 후 AI 양성판정이 나오면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신고에만 의존한 채 아무런 확인도 없이 모든 오리고기가 유통되도록 방치하는 것은 더욱 안 될 일이다.
H5N8 바이러스는 인체 감염 우려가 낮다고 하더라도 실질적 위험성을 최소화하는, 원칙에 충실한  정도로 가야 한다.
아무리 AI 감염육은 유통조차 안된다고 강조해도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늘 뜨겁게 조리해서 먹으면 안전하냐고 묻고 있기 때문에 도축장 검사가 충분히 가능하리라 본다. 철저히 검사해서 제거한다는 대국민 설득을 병행하자. 발생률이 낮은 지금이 도축장 검사의 최적기이며, 검사시 적발된 농가에는 가차없이 벌금 등 응분의 처벌을 강화한다면 의심축 신고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효과도 가져올 것이다.
축산농가의 신고와 관련업계의 협조와 참여 없이는 AI 근절 성공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이를 위한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 더 이상 미적거릴 여유는 없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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