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봉 중<본지 회장> 한비자(韓非子)에 학택지사(涸澤之蛇)라는 고사(故事)가 나온다. 말라버린 연못 속 뱀들의 생존을 묘사한 것인데 내용은 이런 것이다. 한 여름 바싹 말라버린 연못 속에 살던 뱀들이 물이 있는 인근 연못으로 가기 위해 모였으나 마을 앞을 지나는 게 두려워 모두 망설이고 있었다. 이 때 덩치가 작은 뱀이 큰 뱀들에게 자신들을 업고 마을 앞을 지나갈 것을 제안했다. 큰 뱀이 앞장서고 작은 뱀이 뒤따라가면 사람들은 보통 뱀으로 알고 잡아 죽일지도 모르지만 큰 뱀이 덩치가 보잘 것 없는 작은 뱀을 등에 태우고 가면 사람들은 필시 자신들을 신령한 뱀으로 알고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큰 뱀들은 이 제안을 수용했고 뱀들은 모두 새 연못에 무사히 도착했다는 것이다. 학택지사는 이른바 섬김의 리더십을 얘기할 때 종종 인용되는 고사지만 한국축산에도 딱 들어맞는 얘기다. 한국축산의 현주소는 그야말로 바싹 마른 연못이다. 관세제로화로 가는 시계바늘이 점점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한·미 FTA는 재협상을 해야 하며 각종 질병과 악취문제로 인해 축산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갈수록 싸늘해지고 있다. 비교적 힘 있게 나아가던 축산정책도 활기를
양창범 박사(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오늘날 대한민국은 네집 건너 한집은 1인 가구다. 1인 가구수는 가구 유형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로 변화하고 있고, ‘혼밥’, ‘혼술’은 빼놓을 수 없는 사회적 트렌드가 되어가고 있다. 혼밥은 ‘혼자 먹는 밥’, 혼술은 ‘혼자 마시는 술’을 의미하며, 이런 의미를 모른 다면 ‘꼰대’ 소리를 듣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외국의 경우도 급증하는 1인 가구가 단순한 사회 현상에 머물지 않고, 경제·사회·정치를 움직이는 거대한 집단으로 떠오르면서 소비시장에도 중요한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오게 되었고, 솔로 이코노미(Solo Economy) 또는 싱글슈머(Single+Consumer) 같은 신조어까지 생겨난 것이다. 이러한 소비 패턴의 변화 속에 우리나라에서는 축산물 공급과 소비에 연관성이 크고, 홀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1인 전용 고깃집’이 전국적으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왜 ‘1인 전용 고깃집’이 늘어나고 있는 것일까? 가장 큰 원인은 1인 가구 증가이다. 통계청의 인구주택 총조사 결과에 의하면, 1인 가구가 2010년 23.9%(422만 가구)에서 2015년 27.2%(520만 가구)로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또
남성우 겸임교수(서울대 식품동물생명공학부_ 현재 우리나라 축산업을 둘러싸고 있는 상황을 보면 가히 사면초가라는 생각이 든다. 여러가지 문제가 쓰나미처럼 한꺼번에 밀려오고 있으니 말이다. 무허가축사 규제, 축산환경규제 강화, 반복되는 전염병 발생, 가축분뇨와 냄새, 수입축산물의 급증, 국내산 축산물의 생산비 상승, 청탁금지법에 따른 선물 규제, 축산물 유통구조의 급변, 축산업 후계자 부족, 농장 근로자 부족, 지방자치단체의 축산업 홀대, 축산물이 건강을 해친다는 오해, 축산물의 안전성에 대한 불신, 축산인에 대한 고까운 시선, 종합적인 축산업 전체에 대한 불신과 부정적 인식 등 악재들이 우리 축산업을 둘러싸고 있으니 당연히 위기다. 축산업이 무너져 내리는 소리가 들린다. 한우농가가 8만5천여 호로 줄었고, 낙농가와 양돈농가도 각각 4천여 호로 감소했다. 산란계와 육계 그리고 토종닭 농가는 합해서 3천호에 불과하고, 오리농가도 1천호가 안 된다. 양봉 등 기타 가축은 연도별로 농가호수의 기복이 심하다. 결론적으로 1990년대에 70만호에 이르던 축산농가 수가 모두 합해 12만여 호에 불과할 정도로 줄고 사육규모는 커졌다. 경제 이론상으로 보면 경제구조가 산업화되
우문수 회장(춘천한우사랑연구회) 한우정액문제로 농가들의 민원이 많다. 좋은 정액을 받아 좋은 송아지를 낳고 싶은 마음은 어느 누구나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농가들의 요구 또한 한편으로는 이해가 된다. 하지만 무턱대고 1등급 정액 선택만을 고집하는 것은 고민해야 봐야 할 문제다. 내가 가진 암소의 형질이나 혈통은 생각도 하지 않고 1등급 정액만을 고집하는 것은 매우 미련한 행동이다. 내 소가 어떤 부분이 부족하고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하는 지에 대해 판단한 다음 맞는 정액을 선택하는 정도의 성의는 필요하다. 스스로 판단이 어렵다면 종축개량협회나 농촌진흥청 축산과학원의 정보를 활용해도 좋고, 주위 전문가들의 조언을 구해도 좋다. 거듭 강조하고 싶은 것은 내가 가진 소의 효율적인 개량, 나아가 정액 쏠림현상의 문제를 해결해야한다는 점이다.
이상호 본지 발행인 눈부시도록 고운 벚꽃이 춘흥에 겨워 어지러이 흩날리던 지난 4월초 평소 가깝게 지내던 지인이 바람도 쐴 겸 일본 농협을 견학 간다며 필자에게 동행을 권유했던 적이 있다. 지인이 협동조합에 워낙 진한 애정을 가진 분인지라 동행하고 싶었지만 사정상 함께 하지 못하고 후일담이나 들려달라고 부탁했었다. 그 지인과 며칠 전 저녁을 함께 했다. 그가 다녀온 곳은 일본 남부의 오이타현에서도 가장 외진 곳에 위치한 오오야마농협. 그야말로 산골에 위치한 조합이라 뭐 볼게 있나 싶었지만 실제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며 필자에게도 견학을 권유했다. 우리 협동조합에 참고가 될 것 같아 지인의 견학소감을 재구성 해봤다. #오오야마농협 방문은 시종일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우리 일행이 도착했을 때 조합 옆 공터에는 흰 차일이 여러 개 쳐진 가운데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조합원들이 생산하는 농산물이나 가공품을 파는 상인과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은잔치였다. 조합사업 전이용대회나 조합원단합대회이겠거니 했던 우리의 짐작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일선조합이 상인과 시민들을 초청, 사은행사를 개최한다는 사실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그러나 협동조합의 진로와 역할을 우리나라
박규현 교수(강원대) 이 시기의 대학은 2018년의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2017년 9월 11일부터 수시 원서접수가 시작이 되고, 12월 30일부터는 정시 원서접수가 시작이 된다. 따라서 대학은 신입생들에게 단과대학과 학과들을 소개할 자료를 준비하면서 2018년 새내기들을 받아들이기 위한 준비를 시작하고 있다. 7월 말과 8월의 휴가기간을 앞에 두고 있지만, 그 기간에도 학업에 열중하고 있을 예비 대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자료들을 만드는 것이다. 미리미리 준비를 한다고 했지만 신입생들에게 물어보면 우리 단과대학, 우리 학과에 대한 정보가 많이 부족했음을 느끼게 된다. 그와 더불어 요즘은 신입생들이 생각하는 대학 생활이 내가 학교에 다녔을 때와는 많이 다름을 느낀다. 1학년 신입생이 취업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학 생활에서 자신이 가져가야 할 것들에 대해 물어보면 열 이면 아홉이 직업을 갖기 위한 ‘스펙’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대학생활이란 무엇인가? ‘Boys, be ambitious!’ (소년들이여, 야망을 가져라!). 19세기 농업교육의 리더였던 미국의 윌리엄 스미스 클라크 박사가 일본의 학생들을 위해 했던 말이다. 우
윤봉중 본지 회장 이런 아이러니도 없을 것 같다. 각종 질병으로 인해 비상이 걸리고 민생현장에서 체감하는 나라경제는 심각한 불황의 터널을 헤매고 있는데 우리 축산현장은 꼭 그렇지만은 않아 보이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물론 업종이나 규모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인 축산물시세는 축산현장에 단비가 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축산은 위기다. 축산인들의 인식이나 체감여부와는 관계없이 그렇다는 얘기다. 한국경제를 얘기할 때 흔히 ‘삼성착시’를 들먹이는 논자들이 적지 않다. 반도체와 모바일분야에서 연일 신기록을 쏟아내는 삼성 때문에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전체적인 수출마저 호조를 보이는 것처럼 비쳐진다는 것이다. 무리한 비유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으나 한국축산 역시 이와 유사한 착시현상이 있다고 봐야 한다. 당면한 축산물시세가 그렇고, 놀라울 만큼 짧은 기간에 이행된 축산경영단위의 전기업화가 그렇다. 농업총생산액의 42%를 상회하는 축산업의 외형적 비중도 우리 축산의 위기를 희석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우리 경제는 1960년대 이후 질풍노도의 고도성장을 통해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코앞에 두고 있으나 이를 뛰어
이재만 팀장(농협축산물위생교육원) 몇 년간 지속적으로 발생한 악성가축질병 때문인지 축산 정책은 생산과 방역, 위생적인 축산물 생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상대적으로 축산농가가 땀과 정성을 다해 생산한 축산물을 제 값 받고 팔 수 있도록 지원하는 소비 유통에 대한 정책을 다소 소홀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 유통업체들은 축산농가에 대한 계열화 사업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축산농가가 제값 받고 팔 수 있는 판로가 크게 줄어들게 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 정부가 축산물 소비, 유통분야에 대한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 인프라 구성과 함께 관련 종사자 인력 양성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축산농가들의 공들여 생산한 축산물이 보다 안정적으로 판매할 수 있도록 생산·유통분야 정책을 더욱 강화할 때다.
김인호 교수(단국대) 2006년 인간게놈프로젝트 (Human Genome Project)의 성공이후 분자생물학 및 유전체 관련 연구분야에서의 획기적인 연구 기법들의 발달을 토대로 영양학 연구 또한 새로운 연구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기존 전통적인 영양학 기반의 연구는 주로 섭취된 영양소의 흡수 기작이나 그 대사 작용에 의한 생리적인 변화에 초점을 맞춘 연구들이 대부분 있었다. 하지만 최근 급속하게 개발되고 있는 대용량 유전체, 단백체, 대사체 연구 기법들이 저렴하고 쉬운 연구 방법으로 제공되고 있으며, 이러한 기법들이 영양학분야에 접목되어 영양유전체학이라는 학문이 발달하고 있다. 영양유전체학 (Nutrigenomics)은 소장을 통해 흡수된 특정영양소가 체내에서 대사 작용을 거쳐 유전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는 학문으로, 흡수된 영양소와 생리작용에 관련된 유전자의 상호작용이 어떤 기전으로 개체 형질을 조절하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영양유전체학을 동물의 영양학 연구분야에 접목한 것을 동물영양유전체학이라고 하며, 가축 또는 동물의 영양과 유전자의 상호작용을 밝히는 분야로 반추동물, 단위동물 및 조류 등에서 활발하게 연
박춘근 교수(강원대) 오랫동안 대학에서 젊은 학생들과 생활하면서 축산업에 대해 신세대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취업걱정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큰 축산관련 전공학생들의 눈에는 우리나라 축산업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하기를 바라고 있을까 매우 궁금했다. 급속도로 변화하는 사회환경 속에서 축산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것에 대한 만족도는 어느 정도 일까? 젊은 학생들이 생각하는 방향으로 축산업이 발전되어 나갈 수는 없겠지만 미래의 한국축산을 담당할 젊은이들의 생각도 한번쯤 되새겨 볼 만하다. 최근의 축산관련 학문의 대부분은 최첨단 기법과 생명공학적 분야의 학문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물론 사회변화와 발전에 적응해 나가면서 축산업을 최첨단기술로 발전시켜 세계적인 추세에 뒤지지 않도록 하는 것은 당면한 과제일 것이다. 그러나 축산업에 종사하는 극소수 축산인 조차도 앞으로 축산업을 사양산업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축산업을 위해 공부하고 일하려고 하는 많은 젊은이가 있고 또한 희망이 있기에 미래의 축산업을 위한 몇 가지 점을 제언하고자 한다. 우선, 축산물의 자급자족률을 계속해서 높여 나가야 할 것이다. 정치와 경제는 국내외에서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용욱 위원장(한국낙농육우협회 청년분과위) 낙농육우협회에서 개최한 후계자 전문화 교육은 후계자들이 갖고 있는 고민을 확인할 수 있는 뜻 깊은 자리였다. 부모들도 결국은 후계자에게 목장을 물려주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인수과정과 기간에서는 농장마다 차이가 있다. 1세대들은 과거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던 시기와 비교해 후계자들이 만족스럽지 못할때도, 그 표현방식이 서툴때도 있다. 2세대 역시 과거에 비해 달라진 환경에 대한 이해를 요구한다. 서로의 입장차이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끔은 아버지 어깨도 주물러 드리고 손도 꼭 한 번 잡아드리면서 대화를 부드럽게 하며 세대간의 간극을 줄여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김준연 대표 (주)삼원기업 악성가축전염병 발생이 상시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가축전염병 방역조직 분리독립을 골자로 한 조직개편 방안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방역정책국이 아닌 심의관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축산업계 일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방역심의관 형태의 조직으로는 악성가축전염병을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방역정책국 신설에 무게를 뒀지만, 현재 조직개편을 위한 관계부처 협의 과정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그동안 축산업계에서는 가축전염병이 발생할 때마다 방역·전문조직 확대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축산업 발전을 위해 방역기능을 분리하고 독립된 정책추진력을 갖춘 방역정책국 신설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