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미국 측 수석대표인 웬디 커틀러는 “한국시장의 충분한 개방없이는 한미FTA 추진 있을 수 없다”고 밝혀 미산 쇠고기의 수입과 한미FTA의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시사했다. 아울러 “쇠고기 시장 개방은 한미FTA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진행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혀 노골적으로 쇠고기 시장 완전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육류수출협회 필립 셍 사장 또한 일간지 기자들을 대상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미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뿐만 아니라 매스컴에서는 연이어 국내산 축산물과 관련해 정확하지 않은 자료를 기초해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국내산 쇠고기와 돼지고기’ 같은 기사를 내보내면서 수입개방 쪽으로 여론몰이를 하고 있어 한우산업을 비롯한 축산업계 전부를 사면초가의 상황에 빠뜨리고 있다. 미국이 우리나라 쇠고기 수입개방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미국에 있어서는 일본 못지않은 큰 소비시장이기 때문이다. 또한 미 쇠고기 생산자 단체와 다국적 메이저 그룹들의 강력한 로비가 배후에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우업계의 입장에서 한미FTA의 중단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하지만 이젠 완전 수입재개 이후의 생존전략을 모색해야 할 단계라는 지적도 일부에서 재기되고 있다. 강점을 부각하고 약점을 보완해 수입재개의 파도를 넘어 한우산업이 탄탄히 뿌리박을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품질의 차별화 축산물등급판정소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6년 한해 동안 우리나라에서 도축된 전체 한우두수는 42만5천5백31두. 세부적으로는 암소 16만7천2백10두, 수소 15만3천4백5두, 거세우 10만4천9백16두다. 전체 수컷(거세우를 포함한 수소)에서 거세우가 차지하는 비율(거세율)이 40.6%밖에 안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비거세 수소의 경우 1등급 이상이 5천3백40두에 불과하지만 거세우의 경우는 1등급 이상이 무려 18만9천2백34두다. 그 만큼 거세를 할 때 고급육 생산 확률이 높다는 얘기. 하지만 아직도 한우 거세율은 40.6%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암소를 포함한 전체 1등급 이상 출현율이 44.5%로 50%를 넘지 못하는 것도 낮은 거세율의 영향이 없지 않다. 호텔이나 고급 음식점에서는 1등급 이상 고급육을 구하지 못해 아우성인데 생산이 이를 바쳐주지 못해 한우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미국산 프라임급 쇠고기는 틀림없이 이 틈새를 노리고 공략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이 수요를 한우가 점유한다면 그 만큼 한우산업은 안정된 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싱겁다’, ‘느끼하다’ 등의 이유를 들어 거세우의 품질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아직 국내에서 맛에 대한 기준이 없어 이를 뭐라 규정짓긴 어렵지만 현재 마블링이 우수한 것이 부드럽고 소비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인정된다는 것만은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1등급이 2등급보다 비싸게 팔린다는 사실을 한우농가는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아울러 현재 호주 등에서 진행되고 있는 쇠고기의 맛에 대한 연구가 이젠 국내에서도 추진돼야할 시점이다. 소비저변 확대 한우협회는 몇 해 전 부터 ‘한우가 브랜드다’라는 슬로건을 걸고 활동하고 있다. 이것은 일부 브랜드나 일부 농가들이 아닌 전체 한우농가가 사육하는 모든 한우가 그 한우자체 만으로 브랜드가치를 가진다는 의미다. 남호경 한우협회장은 “한우는 한우라는 이름만으로 고급육은 고급육 나름대로 등급이 낮은 고기는 또 그 나름대로 충분한 가치를 갖고 있다”고 수차례 강조해 왔다. 이는 전체 한우가 그 가치를 인정받고 제대로 팔려야 한다는 철학과 맞물려 있기도 하다. 이런 한우협회의 주장은 정읍 산외면 한우마을이나, 전남 장흥 토요풍물시장 등의 저가 한우 판매지역에서 입증되고 있다. 앞서 언급되었듯이 고급육의 수요는 넘치고 있다. 문제는 수입 개방 시 수입육과 경쟁해야하는 2등급 이하의 한우고기들의 수요처가 부족하다는 것. 많은 음식점에서는 값싼 수입육을 원재료로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 한우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수입육이 가질 수 없는 한우만의 특성을 살려 소비저변을 확대해야 한다. 호남지방의 경우 불에 구운 고기보다 생고기의 수요가 많은 지역이다. 이 지역의 한우 쇠고기 수요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지역적 특성을 감안한 수요 확대도 고려해 볼만 하다. 김영환 한우협회 부회장은 “전남지역의 경우 생고기의 수요가 넘치지만 이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며 “전체 냉도체 판정을 받아야 하는 규정에 묶여 현재 호남지역의 생고기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은 도축 후 얼렸을 경우 생고기로 판매가 불가능 하다는 특성에 근거한 것이다. 그는 “생고기를 위생적으로 처리·유통할 수 있도록 배려할 수 있다면 호남지역의 2등급 이하 쇠고기 수요를 충족해 한우의 저변을 확대하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유통환경 개선 한우산업의 고질적 문제로 항상 대두되는 것이 바로 유통문제다. 올해 1월 1일부터 3백㎡이상 업소에 대해 음식점 식육 원산지표시제가 시행됐다. 만연해 있는 음식점의 속여팔기를 뿌리 뽑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농가들은 한껏 부풀어 올랐다. 하지만 담당부처인 보건복지부의 미온적 태도와 음식점 업주들의 반발은 여전히 해결해야할 과제로 남아있다. 시행은 됐지만 대부분의 대상업소가 아직 원산지표시제에 대한 지도나 교육을 받지 못했고, 지자체를 중심으로 올 3월까지 집중적인 홍보 계도 활동을 전개해 빠르면 7월부터 본격적인 단속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와 함께 추진되고 있는 것이 한우유통감시단 활동이다. 생산자 단체인 한우협회가 중심으로 한우의 유통을 감시하고 소비자에게 한우만이 한우로 팔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오죽했으면 생산에 매진해야 할 농가들이 유통질서를 바로 잡겠다고 나섰는지 국내 쇠고기 유통질서의 확립이 얼마만큼 중요한 일인지를 반증하는 부분이다. 지난 2003년 말 미국의 BSE(소해면상뇌증 일명: 광우병) 발생으로 수입이 전면 금지됐다. 미산의 수입금지로 한우가격이 치솟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과는 소비자가 전체 쇠고기를 멀리하는 상황으로 흘렀다. 이는 국내산과 수입산 조차 구분하지 못하는 국내 쇠고기 유통질서에서 소비자들은 모든 쇠고기를 멀리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산지 소 값은 순식간에 바닥을 쳤고 농가들은 또 한번 국내 쇠고기 유통구조의 취약함 때문에 고통 받아야 했다. 지난해 농촌경제연구원이 소비자 6백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의 70%이상이 미산 쇠고기가 수입재개 되더라도 구입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들 대부분은 ‘불안하다’는 이유로 불매의사를 밝혔다. 이와 대조되는 것이 아직 많은 음식점들이 미산 쇠고기의 수입재개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쇠고기 유통 상황은 아직도 지난 2003년과 달라진 것이 없다. 이대로 수입이 재개된다면 그때의 악몽이 재연되지 않으라는 법은 없다. 음식점원산지표시제가 하루빨리 자리를 잡고, 한우유통감시단 활동이 필요 없어도 되는 투명한 쇠고기 유통질서야 말로 한우농가들의 염원이며 산업발전의 초석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