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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돈

<이일호 기자의 이런말, 저런생각>수의전문조직의 침묵

[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ASF 방역정책을 둘러싼 정부와 양돈업계의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앞 천막농성은 얼마전 중단됐지만 생산자단체인 대한한돈협회가 지난달 11일부터 정부를 상대로 장외투쟁에 돌입하는 등 접경지역에 국한돼 왔던 양돈농가들의 반발이 전국으로 확대된 형국이다.
이러한 현실에 수의과학적 시각에서 중심을 잡아주어야 할 국내 수의전문조직들은 지난해 9월16일 ASF가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 9개월 가까이 지나도록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처음엔 이해가 됐다.
전 세계 양돈산업의 재앙으로 불리울 정도로 무서운 돼지 질병인 데 반해 ASF에 대한 정보나 지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였기에 아무리 수의전문가들의 집단이라고 해도 섣부른 접근은 자칫 혼란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침묵의 시간이 길어져도, 너무 길어지고 있다.
심지어 사육돼지를 빼고, 야생멧돼지만을 대상으로 한 정부의 반쪽짜리 ASF 역학조사 결과가 공개되고 “수의선진국에서 있을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을 때도 수의전문조직들의 침묵은 이어졌다.
물론 수의전문가 개인 신분으로 ASF 방역정책에 대한 평가나 제안이 일부 이뤄지고는 있지만 첨예히 대립하고 있는 정부와 양돈업계로부터 상대방의 입장을 뒷받침하는 참고자료 정도로 치부되기 일쑤인 게 현실이다.
그나마도 정부나 기업에 적을 두고 있는 수의사들 뿐 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개업수의사와 학자들까지 정부와 양돈업계 사이에서 부담을 호소하다 보니 개인적 성향이나 견해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러다보니 언제부터인가 당연히 있어야할 자리에서 조차 수의전문가의 존재감은 찾아보기 힘들 게 됐다.
정부와 양돈업계에 ASF방역을 자문해온 한 수의사는 “지금은 전문가가 필요없는 상황”이라고 탄식하기도 했다. ASF 방역이 수의과학 보다는 정무적 시각이나 각 지역 농가들의 이해를 기준으로 좌우되고 있는 현실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다.
수의사들을 바라보는 양돈현장의 불신도 커져만가고 있다.
한돈협회는 한 언론매체에 대한 기고를 통해 코로나19사태 속에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K-방역’에 비견될 정도라며 정부의 ASF방역을 높이 평가한 수의과대학교수에 대해 이례적으로 성명을 발표하고 강력히 비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일부 수의사들에서는 “수의사들의 위상과 사기가 지금처럼 떨어진 적은 없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제 수의전문조직들이 침묵을 깨야 한다. 어느 누구의 편을 들라는 게 아니다.
수의전문조직으로서 객관적인 시각에서 정부와 양돈업계 모두에게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야한다는 것이다. 수용여부는 그 다음의 문제다.
갈등과 혼란이 만연하고 있는 국내 양돈산업을 애써 외면하는 지금의 모습이 오히려 정치적으로 비춰지고 있음을 냉정히 받아들여야 한다.
필요하다면 수의사들만의 끝장 토론을 통해서라도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 양돈산업이 ASF의 그늘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날 수 있도록 수의전문조직들의 역할과 소신있는 행보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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