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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성 섬강 둔치의 기적

■금요칼럼/ 이상호 본지 발행인

  • 등록 2007.10.31 14:36:21
 
올해로 4회째인 횡성한우축제가 열린 강원도 횡성군의 섬강둔치는 횡성군민들의 산책코스로서 조용하기 이를 데 없는 곳이지만 최근 며칠간은 북새통을 이뤘다. 인파와 차량들로 인해 강 둔치는 물론이고 읍내 전체가 온통 대목 장날이었다. 횡성군민들에겐 가슴 뿌듯하면서도 즐거운 홍역이었을 게다.
축제준비위는 5일간 축제를 다녀간 연인원이 1백만 명에 육박하고, 횡성축협이 판매한 한우고기만 큰 소 기준 3백50마리 분이라고 했다. 독일은 물론 전 세계에서 7백만 명이나 다녀가는 뮌헨의 맥주축제 ‘옥토버 페스트’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인구 4만의 시골에서 이런 축제가 가능했다는 건 실로 기적이라 할 만 하다. 믿기 어려운 기적의 주인공은 횡성군과 횡성축협, 그리고 한우사육 농민들이다. 군민들도 빠질 수 없는 주인공이다. 바로 이 점이 횡성한우축제가 축제로서 빛을 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당연한 것이지만 주인공들은 한껏 고무되어 있다. 누구라도 찬사에 인색할 필요가 없을 만큼 이들의 성공은 빛나는 것이다.
하지만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나 할까. 횡성한우의 브랜드가치가 높아지고, 축제가 유명해진 이면에서 횡성한우를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하고 결과적으로 거위의 배를 가르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횡성지역 일부 농협이 관내한우농가의 안정적인 판로확보와 소득증대를 꾀하겠다며 최근 횡성한우고기 판매사업 참여를 선언한 것이다. 농협 입장에선 상종가를 기록중인 횡성한우의 브랜드가치에 그럴싸한 명분까지 있는 만큼 일견 매력 있는 사업일지 모른다. 그러나 이 사업은 장기간에 걸친 개량과 사양관리 등 생산기반조성과 각고의 마케팅노력이 수반된다.
이러한 필요충분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참여는 어렵게 정착한 기존브랜드의 이미지실추로 이어질게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고급육이 아닌 일반육판매를 한다고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횡성한우는 품질이 차별화된 고급육일 때 브랜드로서의 생명력이 있기 때문이다.
횡성군의 한우관련 조례제정 움직임도 걱정스러운 구석이 있다.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횡성군이 여론수렴과정에서 관외에서 반입된 소도 12개월이상 관내에서 사육하면 횡성한우로 본다는 안을 제시한 것은 브랜드를 너무 쉽게 생각한 결과라고 봐야 한다. 브랜드육의 성공이 품질의 안정화, 차별화에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터에 말이다. 이는 생산기반이 없는 농협을 고무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소지가 다분하다. 관외 소가 횡성한우로 버젓이 판매될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지역명칭을 쓰는 브랜드가 횡성축협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지적이 있을 수 있지만 횡성한우는 이미 고급육브랜드로 정착했고, 브랜드명칭을 바꾼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이 시점에서 횡성군과 브랜드사업에 나서려는 관내 농협의 희망사항을 관철하는 길은 현실적으로 기존의 횡성한우 브랜드사업이 확대되어 보다 많은 농민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모두 혼연일체가 되는 길밖에 없다. 매력있는 사업이라고 중구난방으로 대드는 것은 거위의 배를 갈라 황금알을 꺼내는 우(憂)를 범하게 될 뿐이다.
횡성한우의 성공은 개방 물살에 알몸으로 내던져진 한국 축산업에 브랜드란 ‘이런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준 동시에 나아갈 방향까지 제시한 건 분명하지만 브랜드로서의 횡성한우는 생산기반확대와 품질의 안정화라는 측면에서 보면 지금까지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다. 횡성한우와 이를 테마로 한 횡성한우축제의 오늘을 있게 한‘주인공’들이 작은 성공에 취해서는 안 될 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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