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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 뒤 밝은 미래 있어…희망 잃지말아야

■기고/ 실의에 빠진 젊은 낙농가들에게

  • 1 1
  • 등록 2011.01.12 12:47:40
 
황병익 회장 (한국낙농경영인회 /농도원목장 대표)

온갖 방역 노력에도 불구하고 구제역이 점점 확산되고 있습니다. 우리 목장 주변으로도 벌써 2개의 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했습니다. 매일 아침 서로의 안부를 묻곤 하던 가까운 목장들도 구제역 양성판정 내지는 감염반경에 포함돼 하나 둘씩 살처분 되고 있습니다. 이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지난 몇 주간은 지독한 악몽을 꾸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어쩌면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기도밖에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얼굴도 모르는 어느 낙농후계자로부터 눈물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이미 자기 목장을 비롯해서 그 지역 대부분의 젖소들이 구제역으로 살처분 되었고, 그 지역이 유난히 젊은 후계자가 많았던 터라, 나이어린 낙농가들은 매일 실의와 좌절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도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이미 살처분으로 실의에 빠진 젊은 후배들을 생각하면 안타까움과 깊은 슬픔에서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평소 가까웠던 경기도 양주의 한 2세 낙농가의 목장에서도 얼마 전에 구제역 양성 판정이 나왔습니다. 그의 부친은 저와 오랜 동료로 40년 동안이나 평생 일군 목장을 자식에게 물려준 뒤였습니다. 그러니 이들 부자의 실의와 충격은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젖소가 살처분 되던 날 이 젊은 2세 낙농가는 울먹이며 제게 전화를 했습니다. “부모님으로 부터 물려받은 목장을 제가 제대로 지키지 못했습니다. 가족 같은 젖소를 살처분 하면서 저보다는 목장을 평생 일궈온 아버지의 충격이 크실 겁니다. 우리 아버지 좀 위로 해 주세요”라고 하였습니다. 저는 잠시 뒤 그의 부친에게 위로의 전화를 드렸습니다. 그런데 그의 부친은 “나보다는 저 녀석이 불쌍해요 정말 열심히 젖소를 길렀는데 얼마나 실망이 크겠어요? 우리 아들 좀 위로해 주세요” 라고 하시는 것입니다.
전화를 끊고 저도 한참동안 울었습니다.
실의에 빠진 젊은 낙농가 여러분,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목장을 지키지 못했다고 죄책감으로 너무 자책하지 말기 바랍니다. 물론 가족 같은 가축과 이별하고 부모님이 피땀으로 일군 목장이 송두리째 땅속에 들어가는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너무 아프겠지만 이것은 우리만의 불행이 아니라 국가전체의 재앙입니다. 아무도 여러분을 탓하거나 원망치 않습니다. 이것은 대한민국 전체에 닥친 불행이며 우리 모두의 시련이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따위 바이러스 앞에 절대로 굴복해선 안 된다는 사실입니다. 이것은 극복해나가야 할 고난일 뿐, 좌절하고만 있기에 여러분의 인생은 너무나 소중하고 아직도 많은 미래가 남아있습니다.
정말로 힘들 때면 어려서부터 보았던 목장에서 일하던 부모님의 모습을 기억 해 보기 바랍니다. 경기도 양주의 저 오랜 낙농가도 40년 전엔 염소젖을 손으로 짜서 병에 담아 직접 배달해 가며 오늘날 세계적인 생산성의 낙농목장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70·80년대 우리나라가 모든 산업에서 급속히 발전 해 갈 때, 우리 낙농업도 열악하고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조금씩 발전하며 이제는 높은 생산성과 뛰어난 유질을 생산하는 국가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순전히 일년내내 휴일 없이 일해 온 우리 낙농가들의 근면성과 정직성의 덕입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경쟁력은 뛰어난 젖소나 시설이 아니라 바로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결국 사람이 우리의 희망입니다.
우리 부모님들이 고생했던 시절에 비하면 구제역사태로 지금 우리의 현실이 불행해 보일지라도 여러분의 미래는 대단히 유리하며 희망적입니다.
우선 우리 낙농 2세들은 그들의 부모 때 보다 훨씬 멋진 목장을 꿈꾸고 있습니다. 그들은 엑셀란트 젖소를 만들 줄 알며, BREEDER를 꿈꾸고 또 일부는 관광목장을 꿈꾸기도 하고 유가공의 꿈도 갖고 있습니다.
이렇게 젊은 낙농가들의 다양한 변화와 도전이 우리 낙농의 희망이며 우리가 갖고 있는 새로운 경쟁력입니다. 절대로 낙농의 미래를 포기하지 말기 바랍니다. 어제는 땅속에 소를 묻었지만 오늘은 내일을 위해 준비해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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