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의 국회비준이 기습통과 되면서 한우농가의 걱정이 커졌다. 당장 어려운 현실에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한우농가에게 한미FTA가 주는 부담은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정부에서 한미FTA대책으로 내놓는 대책은 거의 전무하며, 구체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실제 한미FTA 비준에 동의한 국회의원들에 대한 분노보다는 그 동안 대책마련에 미온적이었던 정부당국에 대한 불만이 더욱 큰 것이 사실이다.
시설현대화자금을 지원해 경쟁력을 갖추라고 말하고 있지만 농가들은 이에 대해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더군다나 한우업계는 지금 과잉사육에 따른 가격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시설현대화는 현실과 동떨어진 대책이라는 지적이 많다.
한 농가는 “현대적인 시설에서 고품질의 상품을 만들어 낸들 결국 소비시장이 있어야 한다. 소비시장 확보에 대한 전략은 없고 무조건 만들어 내라고만 말하는 정부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한미FTA로 인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소비시장에서 국내 축산물과 경쟁이 되는 수입축산물의 가격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쇠고기의 경우 15년 동안 매년 약 3%씩 40%의 관세가 0%로 낮아진다. 지금의 수입쇠고기 소매가격이 15%정도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 만큼 한우고기와의 가격차가 더욱 벌어지게 될 것이고 소비시장을 상당부분 미산 쇠고기에 양보해야 할 입장이다.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대책은 소비와 유통에서 나와 줘야 한다.
미산 쇠고기와의 정당한 경쟁을 위해서는 우선 둔갑판매를 뿌리 뽑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
최근 서울시가 관내 식육판매업소 1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일제점검에서 20곳이 원산지 위반 등으로 적발됐다. 음식점원산지표시와 쇠고기이력제를 이미 시행하고 있지만 유통단계의 둔갑판매는 고질적으로 나아지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이들 업소가 위반사실이 적발되어 받는 처벌보다 둔갑판매로 발생하는 이익이 더 크기 때문이다.
정부가 의지를 갖고 위반 업소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거나 식육판매허가제 도입을 통해 둔갑판매 근절의 의지를 보인다면 축산농가와 소비자의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선진화로 가는 길에 일정부분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분명 축산업계 스스로가 감내해야할 부분이다. 하지만 축산업의 선진화는 축산 농가만의 선진화로 절대 완성될 수 없다. 축산업 및 관련 산업 전체의 선진화, 나아가 식품산업 전체의 선진화가 함께 이뤄질 때 비로소 선진화가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