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에 한우농가는 없다. 전국한우협회(회장 정호영)는 지난 15일 한미FTA발효를 앞두고 전국 동시 무효화 기자회견 및 결의대회를 가졌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한우인들은 하나같이 농가의 목소리에 귀를 닫은 정부를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며, 울분을 토했다.
■ 라호관 한우협회음성군지부장
지난 일 년을 FMD와 소 값 폭락, 사료 값 인상으로 전례 없이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아직까지 여파가 계속되면서 한우농가들의 시름은 깊어만 가고 있다. 농가들은 정부가 어떻게든 살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지만 돌아온 것은 한미FTA발효였다.
지난해 한우가격 폭락의 원인으로 지목된 것은 사육두수 초과였지만 분명 미산 쇠고기를 중심의 쇠고기 수입량 증가로 인한 초과 공급이 크게 일조 했
다.
이런 가운데 그나마 현행 40%의 수입관세마저 철폐하는 한미FTA발효 소식이 농가에게 주는 충격은 실제 피해 그 이상이다.
정말 답답한 심정에 거리로 나왔다. 이대로는 절대 살수 없다. 제발 한우농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기를 바란다.
“대책없는 FTA 발효…정부 농가보호 의지는 있나”
■ 천효근 한우협회경산시지부장
농가들 모두가 같은 심정일 것이다. 어느 농민이 농장 일을 팽개치고 거리로 나와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싶겠는가?
우리 심정을 이해 못하는 것인지 알면서 모르는 척 하는 것인지 답답하다. 한미FTA로 인한 한우산업의 피해는 명확하다. 타 산업의 경우 얼마나 돈을 벌게 될지 모르겠지만 결국 그 돈은 한우농가의 목숨과 맞바꾼 것
이다. 이렇게 피해와 손해가 확실히 나눠진다면 당연히 피해산업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야 하는 것인데 정부는 하겠다는 말만 하고 결국 미루고 미루다, 발효일까지 미룬 것이다.
예산이나 대책이 없어서가 아니라 관심이 없어서라 생각한다. 분명 농민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가슴깊이 이해한다면 충분한 대책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원산지표시, 쇠고기 이력제가 시행됐지만 둔갑판매는 아직도 성행한다.
지자체에서는 각종 규제로 축사 증개축을 막고 있는데 정부에서는 축사시설현대화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것이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결국 아무 대책없이 한미FTA가 발효됐다. 정부가 필요한 것은 예산이나 시간이 아닌 우리 축산업 보호를 위한 의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