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이 주인인 농협서 한우 ‘안심브랜드’로 판매
유통브랜드 파이 키워 안심한우 보는 시각 바꿔야
협동조합형 대형 패커를 지향하는 ‘농협안심축산’이 지난달 28일 직격탄을 맞았다. KBS 추적60분에서 ‘안심한우의 진실’이란 제목으로 안심한우시스템을 조목조목 따져 본 것이다. 특히 농협이 강조해온 생산서부터 유통까지 관리한다는 점을 집중 파고들어 한우농가로부터 “안심한우로 팔리는지 모르고 있다”, “안심한우사료를 먹여본 적이 없다”는 답변까지 끌어냈다. 가축음용수 관리도 농협안심축산분사와 상관없이 농협축산연구원이 하는 것으로 보도했다. 판매단계에서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쇠고기 이력제도 안심한우시스템의 문제점으로 조명했다. 이 방송은 안심한우가 조달서부터 판매까지 허점투성이라는 시각을 끝까지 고수했다.
그러면 농협의 안심축산시스템은 그렇게 질타를 받을 정도로 허술한가. 우리나라에는 현재 70여개의 한우브랜드가 있다. 안심한우를 제외한 모든 한우브랜드는 생산자브랜드이다. 당연히 대부분의 브랜드가 정부의 정책에 따라 흔히 말하는 ‘3통’ 체제를 지향한다. 브랜드 참여농가들도 자기가 출하한 한우가 어떤 브랜드로 팔려 나갈지 알고 있다.
이런 브랜드와 달리 ‘농협안심한우’는 유통브랜드를 표방한다. 농협중앙회는 사업시작부터 ‘3통’을 기반으로 하는 기존브랜드와 사업방식의 차이를 분명히 했다. 일선조합이나 농협공판장을 통해 한우를 조달하는 대신 100% DNA검사와 잔류물질검사로 브랜드 가치기준을 확립했다. 사업진행도 농협중앙회 부서 중 하나인 안심축산분사가 직접 맡았다.
안심한우사업을 이해하기 위해선 농협이 사업을 시작한 배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농협은 안심한우 사업을 시작할 때 시장교섭력 강화를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 농민을 대표하는 협동조합이 한우취급물량을 키워 유통업체에 대한 가격교섭에서 우위를 점해야 농민권익을 지킬 수 있다는 절박함이 안심한우사업이 시작된 동기다. 대형유통업체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농협이 직접 취급물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시간이 오래 걸리고 현실적으로 난관이 많은 생산자브랜드보다 유통브랜드를 선택한 것이다.
한우고기 조달창구로는 당연히 계통 조직인 일선조합이나 농협중앙회가 직접 운영하고 있는 공판장을 이용하고 있다. 농민이 안심한우로 키우지 않았어도 조합이나 공판장에 출하하면 DNA검사를 거쳐 안심한우로 팔릴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 이유다. 농민이 생산한 한우를 농협이 모아 ‘안심브랜드’로 판매하는 것은 이상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당연히 안심축산분사에서 생산관리를 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다. 그렇다고 농협안심한우와 농민의 거리가 방송에서 보듯 그렇게 클까. 농협중앙회는 일선조합, 나아가 농민조합원의 결사체이다. 당연히 농민이 주인인 조직이다. 농민이 한우를 키우면 자연스럽게 축협이나 농협중앙회의 경제사업을 이용하게 된다. 당장 송아지 생산을 위한 한우정액부터 농협을 통하지 않고 구입할 수 없다. 송아지를 낳으면 축협직원이 귀표를 달아주고 등록을 해준다. 판매도 마찬가지다. 여러 유통경로가 있지만 농협공판장에서 가장 많은 한우거래가 이뤄진다. 공판장을 통하지 않는 경우에도 거래가격은 공판장의 기준시세를 따르기 마련이다. 결과적으로 한우농가에게 농협은 주인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조직이자 농장경영에 꼭 필요한 동반자인 셈이다.
안심축산분사는 그런 농협의 하나의 부서다. 일선축협이나 농협중앙회의 다른 부서에서 농장을 찾아 지도사업, 경제사업을 펼쳤다고 안심축산분사와 관련이 없는 일이라고 몰아붙이기엔 뭔가 옹색해 보인다.
지금 안심축산분사는 그동안 협동조합이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런 저런 어려움이 생기게 마련이다. 완벽한 시스템을 만들어 놓고 사업을 하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농협이 하루빨리 농민이 주인인 대형 패커를 만들어야 한다는 시대의 사명에 부응하기 위해선 시간이 없다. 당연히 유통브랜드로 파이를 키우는 것이 시급한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비록 가시밭길이 있다고 하더라도 두려워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다만 이번 일을 계기로 시스템을 한 번 더 점검해 더욱 탄탄한 사업구조를 만든다면 안심한우를 바라보는 농민들의 시각이 더욱 따뜻해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