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을 둘러싼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축산물 생산기반도 흔들리고 있다. 동시다발적인 시장개방과 악성가축질병, 환경규제와 더불어 농촌인구의 고령화문제는 축산농가 숫자가 급감하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농가정예화와 규모화, 생산성 향상만으론 줄어드는 농가로 인해 사라지는 생산기반을 지키기에 역부족인 상황이다. 후계농가 육성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현장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농협축산경제(대표 이기수)가 올해 자체예산 1천억원을 들여 시작한 ‘젊은이가 찾아오는 축산사업’이 주목받는 이유다. 2020년까지 총 1조3천억원을 투입해 자본이 부족한 젊은이들이 축산업에 보다 쉽게 진입할 수 있게 돕겠다는 것이 농협축산경제의 사업취지다. 적어도 5천100호의 젊고 실력 있는 가족축산농 육성이 궁극적인 목표다. ‘젊은이가 찾아오는 축산’을 만들어야 하는 배경, 즉 현재 한국축산이 처해 있는 상황을 짚어봤다.
농협축산경제 ‘젊은 가족농 육성’에 주목
■ 동시다발적인 FTA
축산농가를 가장 압박하고 있는 대외적인 요인은 시장개방이다. 정부는 2004년 칠레와의 FTA를 시작으로, 2006년 싱가포르, EFTA(스위스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4개국), ASEAN(동남아시아 10개국) 등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발효했다.
그 후에 들어서는 거의 동시다발적이란 표현밖에 쓸 수 없을 정도로 세계 각국과 FTA를 추진했다. 2010년 인도, 2011년 EU, 페루, 2012년 미국, 2013년 터키, 2014년 호주, 2015년 캐나다까지 현재 발효된 FTA만 11건에 이른다. 서명이나 협상타결 단계까지 다다른 FTA도 4건이다. 중국과는 2012년 5월 협상을 시작해 2014년 11월10일 타결지었다. 뉴질랜드FTA는 2014년 11월 15일 협상 타결에 이어 올해 3월23일 정식서명까지 마쳤다. 콜롬비아와도 2013년 정식서명을 마쳤고, 베트남과는 2014년 12월 10일 협상을 타결했다.
■ 가축사육 환경규제 강화
지자체별로 가축사육 제한거리와 제한지역을 조례로 제정해 축사 신축은 물론 증축조차 제한하는 사례가 전국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환경부의 권고안을 그대로 받아들인 지자체들의 조례 제·개정은 축산농가를 지역사회와 고립시키는 지렛대 역할을 하며 목줄을 죄고 있다. 이 과정에서 빚어지는 이웃과의 갈등과 민원은 고스란히 축산농가가 떠안고 있다. 심지어 우사에 비가림시설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농가들은 범법자 취급을 받아야 했다.
가축사육 제한지역 확대 못지않게 가축분뇨처리 방류수 수질강화 등 환경규제도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시설현대화에 정책적인 제한을 받게 된 무허가축사는 안정적 사육기반에 저해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 농가 고령화와 급속한 감소
축산농가 고령화는 심각한 수준이다. 65세 이상 고령화율을 보면 축산농가는 44.3%로 이미 초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다. 농업인구 전체 고령화율 37.3%나 국내 전체 고령화율 12.3%와 비교하면 심각성을 알 수 있다.
특히 축산농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한우농가의 고령화는 더욱 심하다. 농협경제연구소가 지난해 7월 조사한 결과 한우농가 고령화율은 45.5%에 달했다. 가금류 사육농가 고령화율도 40%대를 모두 넘어섰다. 그나마 낙농가와 양돈농가의 경우 20% 내외로 비교적 젊은 분포를 보였다.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좋은 낙농, 양돈에 비해 수익성이 낮은 한우와 계열업체 종속 등으로 사육여건이 어려운 가금류의 경우 신규진입 위축으로 고령화가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 흔들리는 농촌, 식량안보
축산농가의 절반이 후계자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다. 더욱이 고령화로 인해 현재 농가들의 축산업 경영가능 기간은 10년 수준으로 파악된다. 10년 안에 농장을 그만둘 것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축산농가가 50%에 달하고 있다. 그대로 진행되면 불과 몇 년 안 돼 축산농가 숫자는 반 토막이 날 수밖에 없다.
축산농가가 줄어들고 생산기반이 약화되면 국가적인 중대한 위협요인이 될 수 있다. 당장 식량안보에 적신호가 들어올 것이다. 2013년 현재 1인당 연간 축산물 소비량은 육류 42.8kg, 계란 12.2kg, 우유 71.3kg이다. 쌀 소비량이 67.2kg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축산물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국민의 주요 식량이다.
축산농가 감소가 생산기반 약화로 이어지면 축산물 생산 감소, 수입축산물 점유율 증대, 자급률 하락이라는 악순환의 시작 고리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
농촌사회기반은 물론 농촌경제 약화라는 암초도 예정돼 있다. 농업에서 차지하는 축산물 생산액 비중은 2013년 35.0%였다. 전체 농업 생산액 상위 품목 중 5개 품목이 축산(돼지, 한우, 닭, 우유, 달걀)이다. 농가감소로 농촌에서 축산소득이 감소하면 농촌경제가 위축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농촌경제 위축은 농업인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농업과 농촌기반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부존자원을 활용하는 한우 번식농가 감소는 농업부산물의 활용 저하와 가격하락으로 이어져 경종농가의 소득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축산관련 전후방산업의 위축은 간접적인 피해가 확산되는 양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2012년 기준으로 사료·유통 등 축산관련 전후방산업 규모는 58조원이었다. 고용창출 효과는 56만명 수준이다.
■ 젊은 농가 확보가 관건
가축사육농가 감소를 규모화, 집중화로 해결하긴 어렵다. 지금의 생산기반을 유지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축산이 규모화된 국가들은(미국, 캐나다, 호주 등)은 국토가 넓고 인구밀도가 낮아 축산부지의 확장이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좁은 국토, 도시화 확대로 축산부지의 확대나 집중화가 제한받고 있다. 최근 수년간 농업생산액이 정체된 것도 농가감소에 따른 생산 감소를 규모화로 대체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렇다고 기업화에 기댈 수도 없다. 기업주도의 생산 과점화는 중소농가의 예속화, 기업의 이익추구를 위한 수입축산물 취급 확대 등으로 안정적인 식량안보와 거리가 있다.
따라서 한국축산의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신규 인력 유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일정수준 이상의 농가숫자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젊고 건실한 중소 전업농가 육성이 주목받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