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축협에 가장 골칫거리는 조합원 정예화 문제다. 협동조합의 가치를 올바르게 실현하기 위해선 조합원 정예화는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20년 전의 잣대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농협법의 조합설립기준은 조합의 발목을 꽉 붙잡고 놓아주질 않는다. 일선에선 축산농가가 80%가 줄어든 현실은 외면하고 과거 기준을 지키라고 강요하는 정부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경제사업 활성화라는 대명제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제도를 고치지 않는 배경이 뭐냐고 되묻는 이들이 적지 않다. 애써 현실을 무시하면서 목줄을 틀어쥐고 윽박지르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수많은 폐단과 부작용으로 협동의 근간을 흔들고 있는 조합설립기준 중 조합원 하한선에 대한 일선축협 조합장들의 의견을 들었다.
각종 부작용 원인…현실성 결여에 분쟁만
원로조합원제도 도입 무자격자 유예 필요
개방화 도시화 규모화로 농가 80% 줄어
지역 500명·품목 100명이 적당한 수준
▲이덕우 조합장(남양주축협)=현재 협동조합기본법에 의해 5명의 조합원만 있으면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다. 하지만 일선축협의 경우 일반 시군지역은 1천명, 특·광역시는 300명, 업종조합은 200명을 조합원의 하한선으로 법에서 정해 놨다. 우리 지역은 남양주를 중심으로 구리, 서울 중랑구를 관할구역으로 하고 있다. 도시화의 팽창으로 인해 점점 양축을 할 수 없는 환경으로 변하고 있고 또 고령화로 인해 조합원들 스스로가 양축을 포기하고 있어 갈수록 조합원 1천명 유지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으로 변하고 있다. 우리조합뿐 아니라 수도권이나 대도시 인근 조합들은 도시화로 인해 실질적으로 양축을 하는 조합원 1천명을 유지하기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현실과 부합되는 조합원 하한선 개정을 통해 협동조합이 정말 양축조합원을 위해 꼭 필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을 해주길 바란다.
▲김진만 조합장(동해삼척태백축협)=대한민국 축산업은 환경변화에 따라 전문축산농장으로 변해가고 있다. 소규모로 축산을 하던 농가나 부업으로 한 마리, 두 마리 기르던 농가들은 점점 사라지는 추세다. 그런 한편 각종 규제로 인해 시설이나 환경개선에 많은 비용이 투자되면서 축산을 포기하는 농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지금 현재 지역축협은 농협법의 조합설립기준에 따라 조합원 1천명의 적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는 현실적으로 협동조합의 정신을 살리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본다. 설립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무자격 조합원을 쉽게 정리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농가숫자가 계속 줄어드는데 맞춰 조합원 숫자도 현실에 맞게 시정해야 강한 협동을 바탕으로 경제사업 활성화를 이뤄나갈 수 있을 것이다.
▲박승서 조합장(진천축협)=축산환경 변화와 현실을 고려하지 못한 지금의 조합설립인가 기준은 절대적으로 개선이 필요하다. 오늘날 축산업은 전업화, 규모화와 도시화로 소규모 축산농가는 크게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20년 전에 만들어진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현재 지역축협 설립인가기준의 조합원 숫자 1천명 이상을 300명 이상을 하향 조정해야 된다. 지금의 기준으로는 농업생산액의 40%를 차지하고 농촌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축산업과 일선축협의 경제사업을 후퇴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지속성장할 수 있는 축산업을 위해 축산농가들의 구심체 역할을 하고 있는 축협이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고록 해야 한다. 그를 위해선 중앙정부와 농협중앙회의 관심과 현실적인 제도, 정책이 중요하다.
▲정문영 조합장(천안축협)=현재의 조합설립기준은 축산농가가 80만호에 이르던 지난 95년도에 조정된 것이다. 그 후 축산업 생산액과 일선축협 경제사업을 크게 증가한 반면 축산농가의 숫자는 도시화와 전업화, 규모화 정책으로 크게 감소했다. 현재 전국의 축산농가는 14만여호로 줄었다. 개방화와 전기업화의 가속화로 앞으로 농가는 더욱 많이 줄어들 것이다. 문제는 축산농가 숫자가 급감했다는 점을 법에 반영하지 않아 수많은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는 것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실에 맞는 조정이 시급하다. 지금 일부에서 지역축협의 적정한 조합원 숫자 700명 선이 거론되고 있지만 너무 많다. 300명 선은 너무 적어 주변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500명으로 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강병무 조합장(남원축협)=농협법 개정을 통한 조합설립기준의 조합원 하한선 조정은 농촌과 지역조합 활력을 염두에 두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금차 농협법 개정 병행과 함께 조합원 하한선을 완화해 조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선조합은 조합원 대량정리로 발생할 혼란에 우려가 크다. 지금 일선에선 설립 때부터 사랑과 애정으로 50년 이상 조합을 지켜온 원로들을 무자격이란 이유로 탈퇴시켜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또 무자격 조합원 대량 정리로 신용사업과 보험사업 등을 이용하던 조합원들을 떠나보내면서 사업량 감소와 자본 감소라는 불가피한 상황을 맞게 됐다. 무자격 조합원 정리 시 기존 사업물량 감소에 따른 경영여건 악화와 출자금과 사업 준비금의 환급으로 자기자본 비율이 낮아져 경영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무자격 조합원 양산에서 정책적인 책임은 결코 없는지 묻고 싶다. 소규모 번식농가 구조조정으로 인한 감소와 FTA 폐업진행지원 등은 축산폐업과 농가 수 감소로 이어지고 자연스럽게 지역조합은 무자격조합원을 양산하게 됐다.
일괄적인 무자격 조합원 정리의 폐해를 막기 위해 조합설립 당시 조합원은 예우차원에서 원로 조합원제도(예, 가입 20년 이상/사업이용 최근 5년 등)를 두어야 한다. 또 무자격조합원의 경영상황과 축산업 의향을 파악해 향후 3년 정도 유예기간을 두고 스스로 탈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한우의 경우 조합의 위탁사업을 예탁사업으로 전환해 축사가 없어도 소를 키울 수 있는 예탁사업출자를 통해 기회를 부여해주는 것도 방법이다. 육가공이나 유가공을 하는 품목축협의 경우에는 조합원 수에 구애받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
▲신강식 조합장(고흥축협)=급속한 전업화, 규모화 등으로 인해 축산농가수는 2000년대 이후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1995년 79만호에서 지난해 14만호로 82.3%나 감소했다. 농가수가 이렇게 엄청나게 줄었음에도 1995년 기준에 맞추다 보니 일선조합에서는 휴면 조합원 자격 유지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농협법 제167조(설립인가의 취소 등) 제5항에 따르면 조합 등이 설립인가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농협중앙회장 및 사업전담대표이사 등의 의견을 들어 설립인가를 취소하거나 합병을 명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일선조합들은 바로 이 조항 때문에, 설립인가 취소 또는 합병 명령을 받지 않기 위해 무자격 조합원이나 휴면 조합원을 쉽사리 정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무조건 조합원을 정리하라고 윽박지를 것이 아니다. 현재의 실정에 맞도록 조합원 하한선을 재조정해야 한다.
▲백운학 조합장(경산축협)=규제가 강화되고 엄격하다 보면 탈선이 있기 마련이다. 규제는 시대적 상황에 맞게 개선돼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규제를 더 강화시키려고 하니 각종 부작용이 양산되는 것 같다.
지금의 조합원 하한선은 반드시 조정되어야 한다. 현재 지역축협 1천명, 특·광역시 300명, 품목축협 200명 이상으로 되어 있는 상황이다 보니 지역조합에선 조합원 확보에 사력을 다하고 있고, 무자격 조합원 정리에도 미온적일 수밖에 없다.
축산농가 수는 급격하게 줄고 있고 그와 상반되게 사육 규모화되는 현실에 비춰볼 때 5명 이상이면 협동조합 설립요건을 갖추도록 해주는 협동조합기본법과의 형평성에서도 문제가 생긴다. 정말 축산농가들의 권익신장과 우리나라 축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제도가 올바르게 입안될 수 있도록 현실에 맞는 인원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권학윤 조합장(양산기장축협)=조합설립기준의 조합원 숫자에 대한 대폭 완화가 필요하다. 20년 전에 만든 기준을 이제 다시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 1995년 축산농가의 수가 79만호에서 현재는 14만호로 80% 이상 감소돼 조합원이 될 수 있는 농가수가 대폭 줄어들었다.
앞으로도 고령화, 개방화, 도시화, 규모화로 인해 농가수가 더 줄어들 것이다. 축산여건의 변화를 반영해 조합원의 기준수를 지역축협의 경우 500명 정도로 대폭 완화해야 한다.
지금의 하한선 1천명을 채우기 위해 축산인 중 조합사업을 전혀 이용하지 않는 경우에도 조합원으로 등록시키고, 이는 계속 경제사업 활성화의 걸림돌로 다시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구조를 만들게 한다. 근래에 만들어진 협동조합은 5명 이상으로 설립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축협도 조합원을 정예화해 조합사업에 많은 관심을 갖고 이용할 수 있는 축산농가를 중심으로 경제사업을 활성화해 그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달라.
▲송봉섭 조합장(서귀포시축협)=현재의 지역조합 설립 인가 기준은 1천명 이상으로 20년 전에 정한 것이다. 지금의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 통계청의 농업인구에 관한 통계자료를 보면 1983년 947만 명에서 2013년 284만 명으로 무려 663만 명이 감소했다. 지난 20년간 농업인구의 70%가 감소하였고 앞으로도 농업인구 감소세가 지속된다고 볼 때 조합설립기준을 현실에 맞게 조정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하겠다.
농촌의 도시화, 농업인의 고령화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는 상황에서 조합설립인가 기준을 절대적으로 완화하여야 하며 동시에 조합원의 자격에 대한 전반적인 의견 수렴과 검토를 통해 현실을 반영하는 현명한 대처가 필요하다.
▲김영남 조합장(대전우유조합)=전체적인 축산농가가 급감하고 있다. 낙농가도 예외 없이 큰 폭의 감소세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농가가 계속 줄어드는 상황에서 지금의 조합설립기준은 분명히 문제가 많다. 특히 올해 전국조합장동시선거가 끝난 후 많은 조합들이 법적 다툼을 비롯해 갖은 후유증에 시달리는 것처럼 폐단이 적지 않다.
충분히 예견 가능한 부작용이었음에도 손 놓고 있는 바람에 조합원 간에 협동심이 무너지고 갈등이 만연하게 되는 폐단만 낳았다. 지금이라도 법을 개정해야 한다. 모든 제도와 정책은 현실성이 결여되어선 생명력을 잃고 선의의 피해자 또는 범법자만 양산하게 된다. 품목축협의 경우 현재 조합원 하한선 200명을 100명 수준으로 낮춰 경제사업에 매진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져야 한다.
▲이재식 조합장(부산경남양돈조합)=전국의 양돈농가 4천 농가 중 협동조합에 가입한 농가들의 비율은 50% 정도로 추산된다. 경남지역의 경우 양돈농가들의 협동조합 가입률을 분석해보면 사육측면에서 70% 이상의 비중을 보이고 있다. 축산농가들이 급감하는 추세에 맞춰 양돈농가들도 빠르게 줄어왔다. 앞으로도 감소세는 더욱 가파르게 이어질 것이다. 도시화, 개방화, 그리고 고령화와 후계농 부재, 환경민원, 규모화, 전기업화 등 농가 숫자는 늘어날 수 없는 구조로 가고 있다. 특히 도시팽창의 여파를 가장 많이 받는 지역일수록 20년 전에 만든 조합설립기준으로 인한 폐해를 입는 경우가 더욱 늘어날 것이다. 그렇다고 양돈조합들의 경제사업 물량이 줄지는 않을 것이다. 사업영역도 조합원들에게 더욱 필요한 분야를 개발해 나가면서 역할이 한층 강화될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협동조합형 패커 육성이 가장 용이한 분야가 양돈이고, 이미 적지 않은 양돈조합이 패커로서 한발 한발 성장해가고 있다. 이런 조합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 낡은 제도는 빨리 재정비해야 한다. 최소한의 대표성을 고려해 품목축협의 조합원은 100명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현실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