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된 농협법이 시행되는 내년 7월부터 농협의 외양은 크게 달라지게 된다. 우선 국내 최대의 수신고를 자랑하는 ‘수퍼뱅크’의 총수이자, 1천3백여개의 회원조합과 수백만 농민의 대표로서 명실상부한 파워맨인 회장이 대표권만 가진채 한발 뒤로 물러서고 경영에 관한 실질적 권한은 부문별 대표이사가 갖게 된다. 여기에 부문별로 소이사회를 두며, 상임감사제도가 폐지되는 대신 이사회내에 감사위원회를 설치하는등 이사회의 기능이 대폭 강화되고 대표이사임기는 현행 4년에서 2년으로 단축된다. 특히 1인 2표이상 행사가 가능한 부가의결권도 도입된다. 물론 회장이 임명하는 ‘대표이사급’전무가 부문별 대표이사 소관업무에 대한 조정권을 갖는데다, 농협이 그동안의 개혁과정에서 보여준 행태를 감안할 때 실질내용면에서는 얼마나 달라지랴 싶은 회의도 없지 않지만 간판만 빼고는 다 바꾼다는 최근의 다짐처럼 외양만은 확 바뀔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중 대표이사 임기단축을 바라보는 일선축협이나 축산분야의 시각은 곱지 않다. 한마디로 축산경제부문을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인식이다. 그도 그럴것이 농협은 통합이후 농업경제·신용 대표이사의 임기가 4년임에도 ‘자진사퇴’라는 내부조율에 의해 실제로는 2년임기를 운용해왔다. 이 과정에서 축산대표라고 예외일수 없지 않느냐는 식의 논리가 불쑥불쑥 튀어나온게 사실이며, 한식구가 된 마당에 조직슬림화 차원에서라도 축산경제와 농업경제를 통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이러한 저간의 사정은 축산대표나 축산경제가 느꼈을 유무형의 압박정도를 짐작할수 있는 사안이다. 농협법이 얼마전 가까스로 국회를 통과했음에도 농협일각에서는 벌써부터 4년임기가 보장된 현대표도 2년만 해야 되는게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대표이사 임기단축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축산분야의 인식은 현재로서는 축산경제와 농업경제의 통합이 어려운만큼 우선 임기2년을 공식화해놓고 잦은 대표교체를 통해 비축협인을 대표로 기용, 궁극적으로 통합을 마무리하려는 수순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그렇지않고서야 전문경영체제를 도입한다면서 소신껏 일해야 할 대표이사의 임기를 굳이 2년으로 단축할 이유가 없다 인식이다. 대표이사 임기단축이 이런 구도를 염두에 둔것이라면 협동조합개혁이란 이름으로 단행한 농·축협통합은 일종의 기업사냥으로 결론이 나게 된다. 아무리 좋게 말해도 M&A를 통해 경쟁기업을 인수 합병한 것일 뿐인 셈이다. 축산대표가 어떤 자린가. 회장이 지명하는 농업대표나 신용대표와는 달리 일선축협 조합장들이 뽑은 선출직이다. 인정하기 싫겠지만 축산대표는 다른 대표와는 다르다. 바꿔말하면 축산대표에겐 전문성과 함께 축협계승의 의미가 담긴 상징성과 독자성이 부여되어 있다는 얘기다. 대표이사 임기단축을 축산경제와 농업경제의 통합으로 가는 수순으로 활용하는 것은 개혁이 아니라 개혁을 빙자하는 것이다. 그래도 할수 없다면 그것은 고스란히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밖에 없다. 선출직 축산대표를 두는 것은 통합당시 축협인, 나아가 축산인들에게 축산을 존중하겠다는 정부와 농협의 약속이다. 법으로 보장된 축산대표의 임기를 멋대로 거론하고 축산경제와 농업경제를 통합하겠다는 것은 그래서 더더욱 말이 안되는 것이다. 축협인들과 조합원 그리고 많은 축산인들이 법에 정한 축산대표의 임기보장을 지켜보며, 농협축산경제의 새로운 면모를 기대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